이건 살의 문제가 아니다. 위장의 건강을 위해 우리는 반드시 야식을 끊어야 한다. 위장에도 휴식이 필요한 법이니까. 

‘어제도 야식을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문장이 고해성사처럼 들리는 것은 야식에는 언제나 죄책감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음식을 넘기는 순간의 즐거움이 잊힐 때쯤이면 잠자리에 들었을 때 더부룩함과 기상 후 느껴지는 위장의 부대낌, 얼굴 부기는 지난밤의 동물적 본능을 후회하게 만든다. 야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건 이미 경험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매일 밤 치솟는 야식 욕구를 누르기 힘들다면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식이요법 전문가가 말하는 ‘위장의 속 이야기’를 기억해두자. 

Q 어떤 식사까지를 ‘야식’이라고 해야 할까? 저녁 식사 후 추가로 섭취하는 음식일까, 아니면 야심한 밤에 먹는 음식일까?
윤수정 의학적으로 ‘야식’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8시 이후 식사는 모두 야식으로 봐야 한다. 석식 후 추가 음식 섭취는 물론,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다가 8시 이후 몰아서 먹는 것 모두 포함해서다. 하루 섭취 총열량과 관계없이 수면에 방해되거나 신체 리듬을 거스를 수 있기 때문이다. 

Q ‘야식증후군’이라는 말도 있더라.
윤수정 야식증후군의 진단에는 일반적으로 병력, 신체검사와 증상 검토를 포함해 다음 6가지에 해당하는 경우 의심하게 된다.
1) 저녁 시간에 식사를 몰아서 한다. 2) 일주일 중 3일 이상 밤에 1회 이상 깬다.
3) 아침에 식욕이 없다. 4) 하루 음식 섭취량 중 25% 이상을 저녁 시간에 섭취한다.
5) 잠자다 일어나서 고칼로리 간식을 먹는다. 6) 위와 같은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됐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하루 음식 섭취량 중 20~25%를 저녁에 먹는다면 야식증후군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이 경우 오전에 식욕부진일 때가 많으며, 낮 동안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

Q 야식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거다. 일반적으로 어떤 체질의 사람에게 야식이 더 독이 된다고 보는가?
이명진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야식이 이로울 수는 없다. 사실, 야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의 시계, 즉 해가 뜨고 지는 흐름에 맞춰 살아야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밤은 휴식을 통해 세포가 재생하는 시간이다. 야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세포가 재생하는 수면 시간을 방해한다는 것. 어떤 체질이라도 세포 재생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므로 야식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평소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Q 야식을 먹는 습관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나?
이명진 야식은 단순히 소화 관련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체는 소화 과정을 통해 혈액을 만들고, 그 혈액으로 100조 개가 넘는 몸속 세포를 재생해 생명을 유지한다.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 과정을 통해 혈액이 되는데, 한번 만들어진 혈액은 체내에서 120일을 살며, 피부의 세포가 되기도 하고, 뼈의 세포가 되기도 한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을 아는지. 음식 섭취로 생성된 혈액이 곧 우리 몸을 이루는 것이다. 음식의 질과 더불어 음식을 소화하는 몸 상태도 중요하다. 건강한 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혈액은 그 자체로 인체 재앙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진대사율이 가장 좋은 점심에 섭취한 한 끼 식사를 혈액으로 변환하는 데도 최소 8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몸이 지칠 대로 지친 한밤중은? 위장장애는 위만 병드는 것이 아니라 병든 위로 건강하지 못한 혈액을 만드는 것이고, 그 혈액이 몸속 곳곳의 세포까지 병들게 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Q 소화기관도 노화한다고 들었다. 위장의 노화는 어떻게 눈치챌 수 있는 걸까?
윤수정 당연히 소화기관도 노화한다. 나이 들면서 우리 몸은 근육량이 감소하고 지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칼로리를 소모하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
이명진 인체도 기계처럼 사용한 만큼 노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소화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위장은 성별과 나이에 무관하게 사용 빈도와 강도로 노화하는 장기다. 그래서 초등학생이 소화장애가 심한 경우가 있고, 노인이라도 소화불량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 한 끼를 소화하는 데는 위에서 2시간의 발효 과정을 거치고, 소장에서 6시간의 혈액 변환 과정을 거친다. 한 끼를 소화하는 데 최소 6시간의 소화기관 노동이 필요한 거다. 여기에 야식, 간식, 음주가 더해지고 그 빈도가 잦을수록 소화기 노화가 당겨지는 것. 식사 중 트림이 잦거나, 속 쓰림 발생, 새롭게 생기는 음식 알레르기, 식사 직후 방귀, 배변 등은 소화기가 약화하고 늙어가는 신호로 보면 된다. 

Q 위장의 건강 상태를 트림과 방귀의 빈도로도 판단할 수 있을까?
이명진 트림과 방귀는 기체 노폐물이다. 노폐물 배출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적당한 때 배출해야 한다. 식사 직후 소화가 다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배출되는 방귀는 불연소 상태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신호다. 여기에 지독한 냄새까지 동반된다면 속사정은 뻔하다. 건강한 위장이 배출하는 방귀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숙면을 취한 후 기상하면서 무취의 방귀가 배출되었다면 자는 동안 세포를 재생하느라 몸이 열심히 일한 결과인 것. 방귀는 냄새로, 소변은 색으로, 대변은 배출 시간으로 위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Q 야식이 당기는 이유가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윤수정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고, 혈류로 포도당을 방출해 ‘투쟁 또는 도피(Fight or Flight)’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반응이지만,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과 포도당 수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정상적인 식욕 조절을 방해하고, 단 음식이나 고지방 음식에 대한 갈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스트레스는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자극하고, 뇌의 보상 중추를 활성화해 음식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명진 감정 세포는 중추신경계 다음으로 위장에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먹으면서 잠시 괴로움을 잊을 수 있는 것. 야식이 배고픔에 따른 섭취가 아닐 확률이 높은 것은 감정적인 문제, 즉 먹어서 해소한 경험이 뇌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야식을 생활화하는 사람 중에는 음주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루의 피로를, 드디어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을 달리 건강하게 보내는 방법을 몰라 야식과 음주로 정신적인 허기를 달래는 것이다. 야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건 의지의 문제다. 내 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동반되어야 야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Q 어쩔 수 없이 야식을 먹게 되었다면 최소 몇 시간 후에 잠드는 것이 좋을까?
윤수정 일반적으로 식사 후 1~3시간이 지나면 소화가 완료되어 수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소화력이 떨어지는 등 소화기에 문제가 있거나 임신 중일 때 또는 특이 체질일 때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어떤 종류의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위장 근육 이완을 위한 가벼운 운동을 더하면 소화를 촉진할 수 있다. 

Q 야식을 먹지 않는 방법 외 위장에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윤수정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위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수분 섭취는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변비를 예방해준다. 또 식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위장에 주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수면을 강조하고 싶다. 푹 자는 것만으로도 신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사 활동을 안정시킬 수 있다.
이명진 부담 없는 아침 식사를 하는 것! 야식만큼 위장에 부담을 주는 것이 기상 직후의 식사다. 소화기관은 기상 후 3~4시간이 지나야 활동성이 좋아진다. 기상 직후의 식사는 위장 입장에서는 비몽사몽한 상태에서의 운동인 셈. 하지만 뇌 활성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아침 식사를 해야 한다. 가장 현명한 아침은 특별히 위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동시에 빠르게 혈액이 되어줄 음식이다. 이미 발효된 식품이나 효소 대체 식품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Q 위장에 휴식을 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득에는 또 어떤 것이 있나?
윤수정 일시적인 단식, 즉 위장에 휴식을 주면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인슐린이 혈액 내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을 높여준다.
이명진 자동차 엔진오일을 바꾸면 엔진 수명이 늘고 연비가 좋아진다. 위장에 휴식을 주는 건 우리 몸의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것과 같다. 위가 스스로 복원력을 가지면 혈액의 수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Q 위장 디톡스라는 것이 있다던데.
이명진 이미 발효된 효소로 식사를 대체하는 것이다. 디톡스를 하다 보면 위가 휴식하며 복원되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가스가 차 있던 윗배가 작아지고 복부 둘레가 차츰 줄어든다. 이는 소화에 동원되던 에너지와 소화 효소가 쌓이면서 체내 노폐물을 분해하고 배출하는 대사 효소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체내 노폐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트림, 방귀 같은 기체, 소변, 생리, 체액 같은 액체, 대변 같은 고체다. 이런 노폐물이 분해하고 배출되면서 체중과 체형 그리고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몸 상태가 쾌적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위장의 휴식으로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동시에 영양을 채워야 가능한 것이기에 적당한 대체식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Q 낮에 식사하는 것과 밤에 식사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있나?
윤수정 2013년 발표된 논문 ‘음식 섭취 시점으로 본 체중 감량 효과 예측(Timing of food intake predicts weight loss effectiveness)’에서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만 먹는 그룹과 저녁 식사만 먹는 그룹을 비교한 결과 아침 식사를 먹는 그룹의 체중 감량과 체지방 감소량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 야식은 인슐린 민감도를 감소시키고, 콜레스테롤 및 트라이글리세라이드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논문도 있다. 

Q 그럼에도 밤에 생기는 허기를 떨치기 힘들다는 이들을 위해 위장에 비교적 안전한 음식을 추천한다면?
이명진 허기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효소 식품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허기를 넘어 뭔가를 꼭 먹고 싶은 거라면 일반 식품 중 발효식을 찾아보면 어떨지. 낫또나 그릭 요거트, 템페 같은 것 말이다. 발효식품은 아니지만 열량은 낮고 포만감은 높은 식재료로는 단연코 두부가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