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미의 기준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가 천문학적인 비용 손실을 가져온다는 걸 아는지?

선글라스는 하이칼라(Highcollar).

외모적 불평등

이상적인 아름다움(Beauty Ideals)이란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얼굴, 몸무게, 키, 체형 같은 신체적 특징으로부터 도출한 것. 사실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정의는 따로 없다. 나이, 성별, 인종, 심지어는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시대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란 개념은 분명 존재하고, 이는 종종 문제가 된다. 이에 속하는 집단은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니까. 때문에 대다수는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미적 기준에 다다르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평생 노력을 해도 이 기준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렇듯 다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정의는 외모 비교를 부추겨,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실현해야 한다는 압박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개인적인 ‘신체 불만족’과 사회적인 ‘외모 기반 차별’이 그것. ‘신체 불만족’이란 외모에 대한 개인의 부정적인 태도에서 비롯한다. 즉, 이상적 아름다움과 자신의 실제 외모가 불일치하는 데서 느끼는 괴리감인 거다. ‘외모 기반 차별’이란 키와 몸무게, 피부색, 얼굴 형태, 머리 스타일 등 외모에 따라 사회로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10세 이상 인구의 16%인 4500만 명이 ‘신체 불만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으며, 6600만 명이 ‘외모에 따른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회적 코르셋의 대가

이런 외모 압박은 우울증, 불안 등 개인의 심리적인 고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놀랍게도 경제·사회적인 비용도 발생시킨다. ‘도브 자존감 프로젝트’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비용 발생의 근거를 뒷받침한다. 딜로이트 액세스 이코노믹스의 건강 경제학자인 시모네 청(Simone Cheung)은 “아름다움과 관련된 사회적 기준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비용으로 환산된다”고 밝혔다. 하버드 T. H. 챈 공중보건대 교수로 재직 중인 브라이언 오스틴(Bryn Austin)에게 사회적으로 규정된 아름다움에 대한 비용을 정량화할 수 있는지 물었더니, “물론이죠. 우리는 수년 동안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 정신 건강과 삶의 전반적인 면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특별히 체중, 피부 컬러 같은 외모에 기반한 차별이 일과 교육적인 측면에서 얼마만큼의 기회를 앗아가는지 논의해왔어요”라고 답했다.

과거 진행해온 연구의 초점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기보다, 영향을 받는 개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가 경제 상황에 미치는 결과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개인의 정신 건강, 자존감, 라이프스타일에 해악을 끼치는 사회적인 비용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거다. 2022년에 발행한 보고서 <Real Cost of Beauty Ideals>에서는 신체 불만족과 외모 기반 차별로 발생하는 재정적인 비용, 복지 비용을 수치 데이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신체 불만족으로 인한 비용 손실은 3050억 달러, 외모 기반 차별로 인한 손실은 51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신체 불만족으로 인한 비용은 재정적인 비용 840억 달러와 비재정적인 비용 2210억 달러를 포함한 것이며, 여기서 언급한 재정적인 비용은 미국 총 GDP의 0.4%에 이른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일단 사회적인 문제에 가시적인 가격표를 붙이면, 이런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입안자가 문제 해결을 위한 법을 통과시키고 그에 따라 정부 자원을 할당하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적 측면을 부각하는 것은 정부와 사회가 귀 기울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또 연구 결과로부터 도출한 수치와 각종 자료는 사회적인 행동을 촉구하며, 다방면에 걸친 접근 및 해결 방법을 통합적으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신체 불만, 외모 기반 차별이 발생시키는 비용이 어떻게 사회적 비용으로 흘러가는 걸까? 차별로 인한 고용 가능성 감소, 정신 건강 문제로 인한 정부 지원 서비스의 필요성, 생산성 손실 등이 많은 요인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이 신체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식되는 경우, 그는 구직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며 경제적 불안정을 겪을 수 있다. 또 건강 문제로 발생하는 식이성 장애, 우울증, 불안 요인은 개인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치료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 외모 불만족으로 인한 시술과 성형 비용은 극히 개인적인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미용을 위해 할애한 돈과 시간은 생산성 저하와 손실로 인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결국 모든 비용은 사회적인 비용과 맞닿아 있으며, 모두가 공유하게 되는 것. 보고서 <Real Cost of Beauty Ideals>에 따르면 신체 불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개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총비용의 32%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비용은 다른 그룹에 전가되는데, 통상적으로 정부는 개인이 사용한 비용에 맞먹는 비용 29%를 간접적으로 지출하며, 기업 및 고용주는 총비용의 14%를 지불하게 된다고. 이 내용은 모든 비용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점을 시사한다.

다양성으로 가는 길

이런 경제·사회적인 비용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을까? 무엇보다 개인이 차별적인 기준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해체하는 과정이 필요할 터.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지지하는 방안이 있다. 예를 들어, 체중 차별은 현재 미국 49개 주에서 합법이다. 뉴욕시에서는 신장과 체중을 기준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해당 법안은 ‘고용, 주거, 공공 숙박 시설에 대한 접근 기회와 관련하여 개인의 실제 또는 인식된 키나 몸무게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작년엔 머리 모양과 질감에 따른 차별을 불법으로 규정한 크라운 법(Crown Act)이 18개 주에서 통과됐다. 특정 인종이나 국적과 관련된 헤어스타일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으로 개인이 지닌 고유의 모발 특성을 존중하고, 포용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동참하는 형태다.

최근 프랑스의 인플루언서 규제 법안도 이슈다. 소셜 미디어 속 인플루언서의 사진에 이용된 필터 앱, 편집 툴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 SNS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젊은 세대가 몸에 대한 편협한 인식을 갖고 비현실적인 외모를 동경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고 소비되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획일화한 미의 기준과 개념은 보통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경로를 통해 유입된다. 특히 미디어·광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왜곡된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강조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에서는 더욱 책임감을 갖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예를 들면 유색 인종, 여러 연령층, 체형, 성별 등을 대상으로 한 캐스팅, 캠페인과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는 거다.

곧 개봉을 앞둔 <인어공주>를 생각해보라. 처음엔 원작의 주인공 아리얼은 백인인데, 대체 왜 흑인 배우를 앞세운 거냐며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트레일러 공개 후엔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실제 인어가 있다면 할리 베일리와 같을 것’이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나를 닮은 사람, 유색 인종은 이제 인어공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의미 있는 일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디어는 사회 전반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을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고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하겠지만, 지속적으로 포괄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을 이야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개인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얼루어 코리아> 또한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와 다양한 아름다움의 존재를 지지한다. 있는 그대로, 모든 사람은 아름다울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