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계절을 위한 6월의 전시.

황규태, ‘Pixel’, 2018, Pigment Print, 211×141.2cm.

형형색색 필름

태우기, 몽타주, 합성, 다중 노출 기법 등을 활용한 실험적 사진으로 주목받는 황규태가 개인전 <다양다색 60년>을 열었다. 1960년대 아날로그 이미지 실험부터 1980년대 디지털 이미지 실험, 1990년대 이후 이미지를 이루는 최소 단위인 픽셀의 발견까지 60여 년간 이어진 그의 작업 전반을 소개한다. 주류와 타협하지 않는 작가의 대표작 ‘픽셀’ 연작은 색채와 형태의 무한한 변주를 통해 시각적 유희를 불러일으킨다. 작품 속 기하학적 패턴은 촬영이 아닌 이미지의 선택과 확대에서 비롯했다. 기술적 실험 외에 사회를 향한 감성적·비판적 시선을 작품에 담는 그에게 사진은 주관적 감정 표현의 도구다. 10월 8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에르빈 부름, ‘Dream’, 2023, Aluminum Cast, 100×49×70cm.

꿈꾸는 조각

참여자의 행위를 통해 완성한 작품 ‘1분 조각’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조각가 에르빈 부름은 캔버스 위 물감으로 완성한 평면 작품도 조각으로 정의한다. 그는 부피, 질량, 색상, 시간 등에 관한 실험을 통해 조각의 새로운 형식과 개념을 정립했다. 대표작 ‘가방 조각’과 ‘추상 조각’부터 최근 새롭게 선보인 ‘평면 조각’ 회화 연작과 ‘피부’ 연작까지 아우르는 개인전 <꿈(Dream)>은 조각의 형태적 속성에 대한 작가의 과감한 접근과 실천을 조명한다. 일상의 사물은 팔다리를 부여받아 불안정한 상태로 의인화된다. 정형화한 틀에서 벗어난 그의 작품은 유머러스한 듯 보이지만, 현대 문화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다. 6월 24일까지, 리만머핀 서울.

 

황동욱, ‘순간’ ‘흔적’ ‘물체/공간’, 2023. 사진 김주영.

새로운 40년

신진 작가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젊은 모색>이 42주년을 맞았다.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은 <젊은 모색>이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는 자리다. 미술관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건축, 디자인, 사진,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김경태, 김동신, 김현종 등 자유로운 제작 방식과 유연한 협업으로 예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는 작가 13명(팀)은 미술관의 구성 요소인 ‘공간’ ‘전시’ ‘경험’에 주목한다. 이들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공간을 재해석해 전시실을 색다르게 구성했다. 미술관의 건축 형식인 기둥과 로툰다, 미술관이 생산한 도면과 책자 등을 작품으로 만나볼 기회다. 9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로랑 그라소, ‘Anima’, 2022, Film HR, 18’14’’. ⓒ Laurent Grasso / ADAGP, Paris, 2023.

다양한 시선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 로랑 그라소가 개인전 <아니마(Anima)>로 돌아왔다. 2016년 열린 페로탕 삼청의 개관전 이후 7년 만이다. 전시의 중심이 되는 영상 작품 ‘아니마(Anima)’는 환경사학자와 긴밀한 협업으로 제작했다. 오랜 시간 숭배의 대상이 된 프랑스 생트오딜 산은 지질학적으로도 의미를 인정받아 작품 배경으로 채택됐다. 세심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영묘한 분위기의 조명, 독특한 배경음악은 영상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인간, 여우, 바위 같은 다양한 대상의 혼재된 시각은 관람객에게 관점의 변화를 제안한다. 함께 전시된 회화와 조각은 영상 속 가상 세계와 전시장이라는 현실 세계가 만드는 기시감을 뒷받침한다. 6월 17일까지, 페로탕 도산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