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의 영광이 식기도 전, 새로운 걸음을 내디딘 배우 박성훈과 오니츠카타이거의 만남.

옐로 컬러의 오버사이즈 피케 셔츠와 팬츠, 블랙 샌들 ‘TIGER SETTA NM’은 모두 오니츠카타이거.

여전히 보여줄 작품이 많죠?
가열차게 달리고 있어요. <선산>과 <남남> 촬영이 끝났고, <유괴의 날> 촬영에 한창이에요.

배우에게 두둑한 차기작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나요?
현재로서는 좀 버겁지만 ‘언젠가는 보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일정을 소화하는 거죠.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연기는 재미와 고통을 동시에 몰고 와요. 재미있어서 몰입하다가 어느 순간 도망가고 싶고, 또 결과를 보면 뿌듯해요. 이 사이클의 반복이에요.

저도 마감할 때 늘 그래요. 달리기 전과 후 어떤 순간을 더 즐겨요?
저는 결과물을 볼 때가 가장 좋아요. 편집까지 완전히 끝낸 작품을 관람할 때 제일 큰 성취감을 느껴요.

달리기 전에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골라요?
우선으로 생각하는 건 극이 주는 재미예요. 어떤 식으로든 흥미가 있어야 메시지나 의도가 관객에게 닿을 수 있거든요. <유괴의 날>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소재와 설정에, <선산>은 지금까지 제가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라는 점에 끌렸어요.

오는 7월 방영을 앞둔 <남남>은 어땠나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모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친구 같고, 가족 같고, 때로는 남 같은 사이죠. 멀리서 보면 특이할 수 있는데, 보편적인 우리의 얘기를 다루고 있어 시나리오가 술술 읽혔어요.

‘좌천된 파출소에서 인생이 꼬여가는 소장’이라는 재원의 인물 소개를 보면, 전작 <더 글로리>의 전재준과는 상당한 갭이 느껴져요.
맞아요. 재원이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이죠. 그가 처한 감정과 상황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츤데레 면모가 있어서 무심하고 감정 표현에도 서툴러요. 속은 깊고 따뜻한 인물이에요.

배우로 활동하면서 가슴속 깊이 새긴 문장이 있나요?
‘무슨 일을 하든 한길만 쭉 파라.’ 아버지가 해주신 말씀인데, 그 덕분에 지금까지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않고 집중해서 배우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말을 꽤 잘 듣는 아들이었어요?
그건 아닌데.(웃음) 저한테 많은 조언을 해주시지 않았어요. 그래서 귓가에 더 맴도는 것 같아요.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 있어 하신 충고라는 생각을 했어요.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일 때는 어떤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막연히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갈망요.

‘좋은 배우’의 기준은 뭘까요?
이상형을 생각하는 것처럼 시시각각 변해요. 너무 막연하기는 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시청자와 관객이 봐주실 때 작품과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생긴다는 것. 그들이 원하는 연기를 잘해내는 게 좋은 배우라고 믿어요.

그런 기준대로라면 <더 글로리>는 박성훈을 정말 ‘좋은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일 것 같아요. 쏟아진 반응을 실감했나요?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때 성취감을 느껴요. 주변에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고, SNS에도 연일 콘텐츠가 쏟아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크게 웃은 콘텐츠가 있어요?
재준이가 운전하면서 욕하는 장면을 어느 유튜버가 자동차 광고처럼 만든 영상이 있었어요. 더빙과 편집이 더해졌는데 진짜 재미있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그 콘텐츠 링크를 많이 보내줬어요.

거쳐온 작품 중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딱 하나를 꼽을 수는 없어요. 모두 자식 같은 인물이거든요.

캐릭터가 곧 자식인가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나를 꼽는 게 쉽지 않아요. <더 글로리> 이전에 저를 가장 많이 기억해주는 캐릭터는 <하나뿐인 내 편>의 장고래였어요.

그런 박성훈의 ‘커리어 하이’는 언제일까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이 오면 보고 싶은 장면이 있어요?
제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나온 포스터가 영화관 벽면에 걸려 있는 풍경을 상상하고는 해요. 얼굴 밑에는 영화 제목과 ‘대개봉’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 거죠.(웃음) 그런 순간이 오면 커리어 하이로 인정할래요.

배우로서는 치열한 시간일지라도 인간 박성훈으로서는 만족스러워 보여요. 비결이 있나요?
인복이 많은 편이에요.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주변 사람들이 저를 진심으로 위하고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럴 때면 ‘나 좀 잘 살고 있구나’ 생각해요.

박성훈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의 공통된 성향이 있나요?
주변에 보면 ENFP가 많더라고요. 적극적 성격이 아니라서 주변에 그런 사람을 보면 호감이 가요.

SNS에 100% E가 나온 테스트 결과를 올렸던데, 정말 외향형이 아니라고요?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죠. 그때가 <남남>과 <선산>을 동시에 촬영하고 있을 때인데, 잠시 어떻게 됐나 봐요.(웃음)

진짜 성향은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완전 I예요. 처음에 MBTI 검사했을 때 ISFJ가 나왔어요. 그게 제일 가깝지 않나 싶어요.

유튜브 콘텐츠 ‘쩝쩝박사 밥성훈’을 공개했어요. 맛집 선정에 어떤 기준이 있나요?
노포를 선호해요. 오래된 곳과 단일 메뉴일수록 호감이 쭉쭉 상승하죠. 뭔가 집중해서 하는 듯한 느낌이 있거든요. 맛있다고 생각하는 곳은 메모장에 정리해두는데, 현재 스코어로는 70~80곳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촬영이 끝나면 가고 싶은 맛집이 있어요?
촬영장 옆에 좋아하는 평양냉면집이 있어요. 거기 어복쟁반 맛이 일품이거든요.

맛있는 음식만큼 확실한 연료는 없죠. 내일도 달릴 건가요?
그럼요! 앞으로 다가올 것들도 많아서 그것들을 모두 무사히 제 기량을 한껏 발휘해서 소화해내는 게 올해 목표예요. 일이 몰리다 보니 즐기던 연기가 숙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좀 있는데, 즐거움을 되찾고 행복하게 마무리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