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변호사에서 사채업자의 세계로. 우도환은 오늘도 만화 같은 길을 간다. 가슴속에 낭만을 담고서.

블랙 레더 톱은 프라다(Prada).

레드 니트 톱과 팬츠, 블랙 로퍼는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실버 네크리스는 락킹에이지(Rocking Ag).

옐로 플라워 자수 보머 재킷은 에트로(Etro). 아이보리 셔츠는 MM6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분더샵(MM6 Maison Margiela by Boontheshop). 골드 네크리스는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줄곧 섬에 있었다면서요? 배우 우도환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섬에 가도 좋다고 한 거 알아요?
완도에 있었어요. 오셔도 좋았을 텐데요. 전복을 김치 먹듯 먹었죠. 전복 손질도 마스터했고요. 하지만 촬영이 끝난 후 이렇게 만나는 자리도 좋은 것 같아요.

12회까지 나온 <조선 변호사>를 보면 실내 장면이 거의 없어요. 자연인의 삶을 누렸나요?
이마에 상투 자국이 아직도 있어요. 팬데믹 기간에 군대에서 휴가를 한 번밖에 못 나왔어요. 1년 동안 아예 부대 안에만 있었거든요. 이번에 바다를 실컷 봤어요.

이제 전역한 지도 1년이 넘었어요. 보직은 뭐였어요?
운전병요. 대형 면허도, 오토바이 면허도 있거든요. 원래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위해 땄는데 작품에서는 쓸 일이 없었고, 그 덕분인지 운전병으로 뽑혔어요.

뭔가를 준비했는데 그게 어떻게 쓰일지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죠. 그런 의도치 않는 일이 자주 있어요?
배우로서는 많아요. 특히 운동이 그런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는데, 자연스럽게 액션을 많이 하는 느낌이 있어요. 작품마다 안 벗은 적이 없거든요.(웃음)

모든 촬영을 마치고 섬을 떠나 도시로 왔을 때 가장 좋았던 건 뭐였어요?
집에 있는 거요. 군대로 집을 비웠고, 제대하고서도 바로 촬영을 시작해서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사냥개들>도 거의 지방에서 촬영했고요. 지금 3개월 정도 쉬는 시간이 생겼는데 나를 찾는 기분이 들어요. 처음으로요.

<사냥개들>은 사채업에 대한 이야기죠. 돈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필요한 걸 살 정도만 있으면 돼요. 돈을 원했으면 이 일을 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돈 벌 수 있는 다른 일이 세상에 너무 많잖아요.

얼마 전에 공개된 예능에서 우도환의 공간을 엿봤죠. 소박하더라고요.
다 그런 모습 아니에요? 물질은 전혀 의미 없는 거 같아요. 이렇게 촬영할 때만 ‘블링블링’하면 되죠. 맥시멀 라이프라고 하나요? 그건 어떤 느낌이에요?

예뻐서 들고 왔는데, 둘 데가 없죠.
그런 건 밖에서 보고 싶어요. 밖에서 보는 건 좋고, 제 삶은 여백이 있으면 좋겠어요.

예능으로 자기 공간을 처음 공개하는 경험은 어땠어요?
너무 많이 고민했어요. 한 7~8년 고민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게 뭘까 생각하다가 결정했어요. 안 해본 걸 해봤던 거라 많이 무섭기도 했지만, 작품과는 또 다른 부분에서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잘한 것 같아요.

소비를 하면서 행복해지는 타입은 아닌 것 같지만, 갖고 싶은 건 있죠?
작품 하나 끝날 때마다 만화책을 전권으로 사요. “끝나고 이거 봐야지!” 하는 거예요. 뭘 평생 읽으면서 상상하면서 살다 보니 제가 읽고 싶은 걸 읽을 때가 제일 좋았어요. 만화책으로 연기를 배운 거 같아요. 그 안에서 인생도 배운 것 같고요.

로맨스도 만화로 배우고?
맞아요. 그래서 로망이라는 걸 꿈꾸며 살죠. 만화에서 주인공은 뭔가를 위해 노력하고, 달려가고, 희생하죠. 항상 만화 속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요.

만화도 장르가 다양해요. 어떤 장르의 주인공인가요?
그때그때 달라요.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언제나 정의가 있다는 것. 자기만의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 그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

인생 만화는 뭐예요?
윤인완, 양경일 작가의 <신암행어사>요. 남자 주인공이 진짜 멋있어요, 저렇게 살다가 죽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요. 현실에서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하는 작품이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촬영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영웅이 될 수 있어요?
항상 웃어야죠! 좋은 분위기!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이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전역 이후 작품 선정 기준도 좀 달라졌어요?
군대 가기 전에는 단순했어요. “보이는 거 중에 이게 좋을 것 같아!” 이런 느낌으로 빠르게 결정했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 느낌이라 좀 더 하고 싶은 걸 여유 있게 선택하는 거 같아요. 훨씬 좋죠.

<사냥개들>은 전역 후 처음으로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죠. 기대가 큰가요?
제 복귀작이고 제대하자마자 곧바로,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아요. 항상 결과는 모르지만 묵묵히 걸어가는 거죠. 기꺼이.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차분함이 느껴지네요.
저는 좀 그래요. 막 욕심을 내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많이 내려놓고 살려고 하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찾고 싶어 해요.

그래도 내려놓을 수 없는 건 있죠?
동심은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귀여우면 답도 없다잖아요? 특히 이성 간에도 귀여워 보이면 끝나는 거래요.

 

블랙 오버올과 샌들, 모자, 허리에 두른 점퍼는 모두 에르메스(Hermes).

블루 재킷과 팬츠는 베르사체(Versace).

블랙 레더 코트는 1017 알릭스 9SM 바이 육스(1017 Alyx 9SM by Yoox). 팬츠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블랙 벨벳 부츠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요즘은 누가 귀여워 보여요?
규성(배우 이규성)이가 귀엽죠. 오늘 촬영 끝나면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요.

그런 도환 씨를 귀여워해주는 사람은요?
민호 형(배우 이민호)이 귀여워해주는 거 같아요. 제가 진지한 게 웃긴대요.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도 뭔가 내면이 좀 다르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도 사회에 물들고 싶지는 않아요. 집에 혼자 있으면 마음가짐을 여러 개 가져봐요. 오늘은 세상 부정적인 사람으로 살아보자, 오늘은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촬영이 없어도 혼자 연기하고 있군요?
저한테는 중요한 작업이죠. 평소에 준비를 해두어야지, 연기라는 게 1초 만에 나오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다음 작품을 위해 사는 거 같아요. 배우 생활에 목표가 있다면 <구해줘>의 동철이를 이겨보는 거. 동철이처럼 강하고 욕심 있는 캐릭터를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어요.

작품을 한번 직접 써보는 건 어때요?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거든요?(웃음) 근데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닌 거 같아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일기는 꾸준히 써요. 뉴스도 꾸준히 읽고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돌아가는 건 알고 싶어요. 제가 군대 있는 동안 영화나 드라마 시장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요즘은 영화 시나리오를 거의 못 봐요. 하지만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무작정 낙관하지는 않는군요?
어떤 것도 언제까지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루아침에 얻어진 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건 맞다. 그러니까 욕심 내지 말자. 하루아침에 제가 번 돈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래서 물질적인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없으면 없는 대로, 망하면 망하는 대로요. 애초에 크게 가지지 않고 작게 가면서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려고 해요.

하하. 매일이 수련 같네요. 연기 수련, 마음 수련.
제가 돈을 버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싶어서가 커요. 저희 집이 어릴 때 많이 어려웠는데, 어머니가 항상 그러셨어요. 돈이 있었으면 나는 항상 밥을 샀을 거라고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저는 저한테 쓰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쓰는 게 더 많아요.

일기를 쓰는 이유도 수련의 과정이에요?
자기 객관화를 위해서예요. 나의 부족한 점을 잘 알아야 하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것. 나라는 사람은 참 약한 사람이다. 그걸 아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배우들은 객관화를 못하면 어떤 것에 취하기 쉬워지는 것 같거든요. 남들이 만들어주는 나로 사는 게 너무 큰 것 같아요. 그런 환상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니까. 제가 느끼기엔 그래요.

변호사와 사채업자. 연기로 표현하기엔 어떤 직업이 매력적이던가요?
너무 어려웠어요, 둘 다. <사냥개들> 같은 경우는 하루에 네 끼 먹으면서 10kg을 찌웠고, 액션이 너무 많아서 매일 몸이 아팠어요.(웃음) <조선 변호사>는 대사 양이 엄청 났고요. 틀리지 않는 건 당연하고 청산유수여야 하니까요. 그래서 둘 다 정말 뼈를 갈았다!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탈탈 털렸다!(웃음)

벌크업한 몸은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었어요. 생각보다 금세 빠지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10kg 증량하니까 되게 건강해진 느낌이었어요. 체력도 엄청 높아지고요.

<사냥개들> 공개되면 어떤 말이 듣고 싶어요?
‘보지 못한 액션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권투로, 복싱으로만 해요. 아날로그적으로 CG 없이, 대역 없이 혼자 했어요. 두 주먹으로 할 수 있는 액션은 다 해본 거 같아요. <조선 변호사>와 <사냥개들>을 보신 분들이 ‘우도환이 변신을 잘했구나’ 해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은 만화적으로 해볼까요? 우도환의 영광의 순간은 언제였어요?
전역하는 날은 정말 영광의 순간이었죠.(웃음) 그리고 신인상을 수상했을 때. 아무것도 몰라서 마냥 좋아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제 영광의 순간은 아직 안 온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겠죠? 저는 힘들 때마다 아이돌 무대 영상을 봐요. 이 순간을 위해 얼만큼 노력했는지를 느끼려고요. 저도 그래서 배우를 하고 싶었어요. 남들한테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는 직업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