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태어난 조아람은 무엇이든 이겨낸다.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 <닥터 차정숙>을 통과한 그의 우렁찬 등장.

화이트 재킷과 플리츠스커트는 아미(Ami). 슬리브리스 톱은 잉크(Eenk). 워커는 세르지오 로시(Sergio Rossi). 롱 삭스는 플랜씨(PlanC).

베스트와 쇼츠는 준지. 로퍼는 레이첼콕스(Rachel Cox).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리브리스 보디슈트와 코르셋 벨트, 스커트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 (Alexander McQueen).

 

<닥터 차정숙>의 전소라를 만난다고 하니 주변에서 “악역도 아닌데 너무 얄미워”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참 미워요.(웃음)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방송으로 보니까 더하더라고요. 저를 아는 주변분들은 한결같이 “너 맞냐?”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대선배인 배우 엄정화에게 앙칼지게 쏘아붙일 때 심정은 어땠어요?
연기인 걸 알면서도 대선배님께 이래도 괜찮을까 싶었어요. 대사 자체가 센 편이기도 하고, 첫 신부터 쏘아붙여야 했거든요. 엄정화 선배님이 호흡을 잘 받아주신 덕에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촬영이 끝나면 늘 포옹해주시고 “왜 이렇게 잘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죠. 정말 다정하세요.

메이킹 영상을 보면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 보였어요. 어떤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화기애애. 이 말만큼 현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을 거예요. 감독님께 특히 감사드려요. 항상 저를 믿고 지지해주셨거든요. 촬영을 앞둔 신의 방향을 말씀하며 숙제 아닌 숙제를 내주시기도 했고, 매번 촬영 후에는 따듯한 피드백도 주셨죠.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어제 본 소라가 내가 찾던 소라였어.” 짧고 굵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이모티콘 하나 없는 짧은 문장인데 가슴에 콕 박히더라고요. “지금처럼만 해라. 자신 있게 용기를 갖고 재미있게 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오늘 화보 촬영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뻐 보여서 더 그러시지 않았을까요?
정말 치열하게 준비했어요. 감독님의 믿음에 어긋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오디션을 통해 소라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간절히 바란 역할이었을 거잖아요. 그만큼 더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기는 물론 레지던트 3년 차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리고 싶어 의사인 사촌 언니에게도 물어봤어요.

열심히 취재했네요. 어떤 걸 많이 물어봤어요?
일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주의자이자 진중한 태도를 갖춘 친구라 병원 일은 여유롭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완전히 몸에 익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환자를 진찰하거나 시술할 때 어떤 걸 먼저 집는지, 뭘 먼저 묻는지, 제세동기도 기계별로 사용법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또 3년 차면 병원에서 지낸 시간만큼 적응했을 테니 항상 갖고 있는 꿀템은 뭔지,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이것저것 대본이 나올 때마다 수시로 연락했어요.

소라는 누구보다 일에서만큼은 자기 확신이 명료해요. 아람 씨도 일에 있어 확고한 신념이 있어요?
아쉬움은 남되 후회는 없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후회가 남는 건 제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다는 거지만, 아쉬움은 다음 단계의 동력이 된다고 믿어요. 제가 한 선택에 있어서는 돌아보지 않으려고 해요.

<살인자의 쇼핑목록> 알바, <닥터 차정숙> 소라 모두 당차요. 자신과 많이 다르다는데 감독님들은 왜 자꾸 그런 역할을 맡기시는 걸까요?
첫인상 때문 아닐까요? 저를 처음 보면 차갑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세요. 대화를 나누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 ‘이런 면이 있었네’ 하시더라고요. 그런 반전되는 느낌을 캐릭터에 담아내고 싶지 않았을까요.

소라나 알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알바와 소라를 겪으며 저도 많이 쿨해진 것 같아요. 사소한 것에 얽매이고 끙끙 앓았는데, 본인들의 방식으로 훌훌 털어버리는 캐릭터를 통해 영향을 받았어요. 이제는 가뿐하게 넘기는 일도 많아요. 별거 아닌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고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은 어떻게 극복해요?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뭔가를 해요.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쓸 때도 있어요. 그렇게 몸을 움직이면서 작은 성취감을 얻으려고 해요. 집에서 물고기를 키우는데 어항 청소도 좋아해요.

‘물멍’도 즐기나요?
네. 원래 물을 무척 좋아해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걸 보면 마음마저 잔잔해져요. 오랜 시간 부모님에게 허락을 구했고 스무 살이 되자마자 (양팔을 쫙 펼치며) 이만한 수조를 들였어요.

수조는 어떻게 꾸몄어요?
어종에 따라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서 마음대로 꾸밀 수가 없어요. 마음 가는 대로 꾸미는 건 물고기에게 책임감 없는 행동이죠. 어종에 따라 최상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고양이로 치면 집사의 몫이에요. 저는 필수 요건만 딱딱 채워뒀어요. 현재 12마리 정도 있는데, 모두 시클리드라는 어종이에요. 수명이 길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뭔가 마음먹으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스타일인가요?
맞아요. 꽂히면 끝장을 보는 타입이에요.

배우라는 일도 확 꽂혀서 시작한 건가요? 데뷔는 여자 아이돌 그룹 ‘구구단’이었잖아요.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예대에 진학했어요.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공연을 올리고 촬영도 직접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했죠. 가수로서 올랐던 무대와는 크게 다르더라고요.

학교 수업에 열정적이었겠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수업은 뭔가요?
호흡과 발성을 배운 강의요. 몸이 편안해야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신체 밸런스 맞추는 걸 배우는 내용이었어요. 겨드랑이도 두드려보고 거꾸로 서보기도 하고 다양한 동작을 하는데, 하기 전과 후의 연기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이게 말로만 듣던 인체의 신비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배우로서 이건 꼭 해야지 하는 일이 있어요?
좋은 메시지가 담긴 작품에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한다는 건 배우로서 누리는 최고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작품을 꼭 만나고 싶어요. <눈이 부시게>와 같은 작품이면 좋을 것 같아요.

세상에 좋은 이야기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뿐이에요.

배우로서 커리어의 시작점에 있어요. 이름 앞에 꼭 쟁취하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요?
꾸준한! 제게 있어 꾸준하게 뭔가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늘 도전장을 던져주고 싶고 묵묵히 달성하고 싶어요.

높이 오르기보다는 멀리 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려요.
네. 천천히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어요. 조급함 따위는 진작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