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소비를 위해 눈여겨봐야 할 ‘K-패션 그린 플랫폼’들.

혼자 산 지 어언 14년 차, 이제야 재미를 붙인 요리에 맛들려 수시로 마트에 간다. 이왕 만드는 음식 더 건강하게 먹고 싶어서 유기농 코너로 직행. 원산지가 어딘지, 친환경 재배법을 거쳤는지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믿고 살 수 있는 유기농 코너의 깨끗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카트 가득 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아름다운가게’에 들러 단돈 2천원에 예쁜 그릇을 득템하며 소확행을 단단히 누리기도. 친환경 이슈가 패션계에서도 화두인 요즘, 마트 한쪽에 마련된 유기농 야채 코너나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통해 공익 활동을 지원하는 아름다운가게처럼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별도 시스템을 갖춘 ‘그린’ 패션 플랫폼이 속속 생기고 있다.

지구환경을 위하는 패션 브랜드의 무대

해외 직구 사이트를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플랫폼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컨셔스(Conscious)’ 라벨을 획득한 패션 아이템을 모아둔 창을 발견한 적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면 취향에 맞는 ‘지속가능’ 쇼핑 리스트를 단시간에 완성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오다 보니 배송 기간이 느리고 적지 않은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는 이면이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린’ 패션 플랫폼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신사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무신사 어스’ 전문관을 새롭게 선보이는 한편, 지속가능 커머스 플랫폼 ‘CQR’도 운영 중이다. 우선 무신사 어스에 입점하려면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다섯 기준 중 하나 이상에 부합해야 한다. 그 기준은 환경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었는지, 폐기될 제품을 사용해서 만들었는지,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했더라도 동물 복지를 준수했는지, 일자리 창출 혹은 기부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지 등이다. GOTS, RCS와 같은 글로벌 인증 획득 여부에 따라 우선 선별하고 별도의 증빙 자료도 세심하게 검토한다. 반면 CQR은 지속가능성에 적극적인 컨셔스 브랜드를 소비자와 함께 검증하는 커뮤니티 성격을 띤다. 예를 들어 온라인상에서 입소문 난 착한 브랜드가 있다면, CQR은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SNS 계정의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화한다.

이 데이터가 CQR의 컨셔스 평가 기준을 통과한다면 특정 엠블럼을 부여받는다. 비록 평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플랫폼에서 삭제하지 않고 확인된 실행 내역이 없다고 투명하게 표시한다. 이로써 브랜드는 CQR의 가치 엠블럼을 획득하고 착한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소비자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노력하는 것이다. 코오롱몰도 지속가능성 카테고리 ‘위두(WeDo)’를 일찌감치 신설하고 친환경 행보를 이어왔다. 패션은 물론 뷰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고 위두에서 발생한 판매액의 1%는 관련 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을 둘러보면 플리츠마마, 래;코드, 나우처럼 지속가능성을 대표하는 굵직한 브랜드도 있지만 생소한 브랜드도 많다. 소규모로 시작해 성장이 더딘 문제를 안고 있는 착한 브랜드를 모아 판을 깔고 주목도를 높이는 역할을 친환경 패션 플랫폼이 도맡고 있는 것이다.

순환 시스템으로 가치 소비를 이끌다

발렌시아가, 캐나다구스, 리바이스, 이자벨마랑, 파타고니아. 이들 브랜드는 빠른 속도로 중고 마켓에 진출해 자체 리셀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의 로컬 구역인 미주나 유럽권에 한해 자사 중고 마켓을 오픈해 한국 소비자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대신 우리나라에는 기업의 중고 사업에 필요한 기술, 물류, 운영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B2B 서비스 업체 마들렌메모리가 있다. 마들렌메모리는 현재 코오롱몰 전용 ‘오엘오 릴레이 마켓’과 자전거 의류 브랜드 NSR의 ‘RE-NSR’ 서비스, 유아동복 브랜드 포레포레의 ‘그린포레’까지 3개 기업의 중고 마켓을 위탁 운영 중이다. 오엘오 릴레이 마켓에서는 코오롱스포츠, 쿠론, 럭키슈에뜨 같은 코오롱FnC의 대표 브랜드를 중고 거래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직접 검수하고 철저한 복원 과정을 거치기에 다른 중고 사이트보다 믿음직하고, 판매 보상으로 새 상품 구입 시 유용한 포인트를 지급해 순환 경제에 이바지한다. RE-NSR은 론칭 첫날부터 NSR 하이엔드 컬렉션인 폰도 라인 중고 상품이 완판되는 등 사이클리스트의 리셀 거래를 돕는 유용한 플랫폼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오직 라이딩에 특화한 퍼포먼스 룩은 일반 의류와 달리 착용 시 피부에 밀착하고 격렬한 운동으로 품질의 감가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주된 이슈였다. 그 때문에 20년 경력의 세탁 전문가와 협력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손상을 최소화하는 천연 복합 효소 세제를 이용해 클리닝하는 과정을 거쳐 재판매한다. 역시 우수한 가성비의 스크래치 제품을 할인한 금액에 판매하며 중고 제품을 브랜드에서 수거한 후 NSR 포인트로 환급해준다. ‘그린포레’는 아이들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 옷장을 채우고 정리하는 주부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리셀 플랫폼이다. 게다가 국내외 고감도 키즈 브랜드를 소개하는 편집숍 포레포레에서 운영하기에 더 반갑다. 작아진 옷은 적립금으로 되찾고 새 옷을 다시 구입하는 모습은 어린아이도 가치 소비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제 백화점에서 만나요

가치 있는 개성을 뽐낼 수 있도록 돕는 ‘그린’ 패션 플랫폼은 온라인에만 형성된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직접 입어봐야 아이템이 지닌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이를 주요 백화점에서 발 벗고 나선다. 백화점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 사이 자리 잡은 ‘에코그램’은 생분해성이 우수한 신소재 리에코텍스를 개발한 플러스앤파트너스의 친환경 커머스 플랫폼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가치 소비에 힘을 싣고자 론칭한 에코그램에는 비건 패션 대표 브랜드 비건타이거를 비롯해 수명이 다한 레저 스포츠 소재를 업사이클링한 오버랩, 페어크 퍼를 통해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앙크1.5,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골프웨어 에이븐 등이 입점해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탄탄한 제품 구성을 인정받아 갤러리아백화점부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현재 전국에 매장 6곳을 운영 중.

한편 현대백화점 신촌점은 MZ세대 전문관인 유플렉스 4층 전체를 리셀 상품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로 소개한다. 이곳은 약 800m²가 넘는 규모로 중고 의류 플랫폼 마켓인유와 중고 명품 거래 업체 미벤트, 오프라인 빈티지 매장을 기반으로 한 발발빈티지를 만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친환경’ 패션 플랫폼을 활용해 고마운 이들에게 선물해보면 어떨까. ‘지겨워지면 포인트로 바꿔서 새로운 옷을 사세요’ ‘사실 이건 백화점에서 산 따끈따끈한 빈티지 제품이야’ 같은 귀여운 멘트와 함께. 지속가능한 착한 메시지가 숨겨진 멋진 아이템이 선물을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더욱 빛나게 해줄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