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여행과 예술의 DNA를 지닌 루이 비통의 항해가 이곳 서울에서 멈췄다. 하우스 최초의 프리폴 컬렉션이 서울, 한강에서 열렸기 때문. 아찔하게 춥고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던 그날을 기록한다.

서울을 상징하는 한강, 강을 가로지르며 반포대교 아래 평행하게 이어지는 잠수교가 패션쇼를 위한 완벽한 런웨이가 될 거라 상상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 상상은 현실이 됐다. 늦봄의 꽃샘추위에 강바람이 더해졌던 이날 저녁, 국내외 셀러브리티와 프레스를 포함해 무려 게스트 1600명이 잠수교 위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루이 비통 최초의 프리폴 쇼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기대감, 그리고 잠시 후면 역사적 장면을 목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상기되어 있었다. 마침내 북소리, 장구 소리 등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연주하는 ‘호남농악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고, 대한민국 록 밴드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흘러나올 때는 터지는 탄성과 함께 루이 비통의 앰배서더이자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정호연이 런웨이에 등장했다(한국인의 마음을 울리는 곡 ‘아니 벌써’를 외국인은 과연 어떻게 들었을지 두고두고 궁금하다).

 

루이 비통 프리폴 컬렉션은 지난 10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잘해온 것을 한자리에 펼쳐 보는 잔칫상 같았다. 모던한 양가죽 블루종, 후디나 점프슈트, 패디드 점퍼 같은 스포티 디테일, 은은하지만 임팩트 있게 변주한 LV 로고, 적재적소에 장식한 메탈과 사이파이 선글라스 등 미래 지향적인 코드까지. 물론 맥시한 길이의 하늘거리는 드레스나 꽃 모티프 허리 장식 등 드라마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페미닌 터치도 잊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컬렉션은 아이코닉한 슈퍼모델 최소라가 피날레를 장식할 때까지 계속됐다. 정호연과 최소라 외에 조앤박, 박지혜, 배윤영, 신현지, 클로이, 김도현 등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하는 K-모델을 대거 만날 수 있어 더 뜻깊었다.
그뿐 아니라 다리 위에 출렁이는 빛을 연출한 이는 다름 아닌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그는 이번 쇼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서 전반적인 쇼 콘셉트와 시노그래피 디자인에 참여해 세계 문화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루이 비통은 이번 패션쇼를 기점으로 서울과 한강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앞장선다. 한강의 자연 생태계가 보전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업무 협약을 맺었고, <루이 비통 시티 가이드> 컬렉션 ‘서울’ 편에 한강 관련 콘텐츠를 보강하며 크고 작은 축제를 열어 한강 활성화에 더욱 매진할 예정이라고. 당분간 잠수교 근처에 가면 루이 비통 프리폴 패션쇼의 여운으로 마음이 일렁일 듯. 다음 항해의 목적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