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만큼 아름답고 흥미롭다. 놓치면 아쉬울 봄날의 신간 8권.

1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3월 28일,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다. 2009년 출판 후 절판된 책이 때마침 개정판으로 출간되면서 그의 육성을 책으로나마 다시 만날 수있게된게얼마나다행인지.세계적인밴드YMO를거쳐, ‘마지막 황제’ ‘전장의 크리스마스’ 등 영화음악 감독으로 명성을 얻기까지 그의 음악은 언제나 금기를 깨는 도전이었다. 바흐를 좋아하던 소년이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기까지 영향을 준 예술에 관한 이야기와 음악 여정까지 담백하게 반추한다.
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청미래

2 <P. S. 데이스>

“나는 예술을 위해, 사랑을 위해 살았다.” 1970년대 미국 펑크 록의 아이콘이자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인 패티 스미스가 자신의 일기에 남긴 고백이다. 사진 366장, 글 366편이 실린 책. 70대가 된 패티 스미스의 일상을 1년 365일의 일기 형식으로 엮은 사진 에세이다. 폴라로이드 사진, 휴대전화 스냅샷, 1970년대를 포함한 문화사적 기록이 시적 언어와 조화를 이룬다. 소박하고 편안한 일상을 공유하며 생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다.
패티 스미스 지음, 아트북스

 

3 <트러스트>

192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에 전설적 부를 쌓은 금융시장 거물의 인생을 증언하는 이야기 4편이 담겼다. 소설, 회고록, 일기, 자서전 형식의 4개 챕터로 나뉜 이소설은 한 인물의 인생에 관해 저마다 다르게 증언한다. 마치 영화 <라쇼몽>처럼 이 모든 이야기 조각이 하나로 합쳐질 때만 진실이 드러나는 이야기. 깜짝 놀랄 반전이 있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소감은 하나뿐이다. 이토록 야심만만한 소설을 본 적이 없다.
에르난 디아스 지음, 문학동네

4 <견딜 수 없는 사랑>

부커상을 수상한 1998년 작 <암스테르담>과 2001년 작 <속죄>가 있기 전에 이언 매큐언에게는 1997년 발표한 이 소설이 있었다. 현대적이고 심오한 주제, 잊을 수 없는 인물, 휘몰아치는 서스펜스까지 그의 장점이 어김없이 발휘된 소설. 클래리사와 안정된 사랑을 가꾸며 완벽히 정돈된 삶을 살던 조가 비극적 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오랜 절판 상태였던 이 소설이 김영하 소설가가 아내와 함께하는 출판사에서 재출간됐다.
이언 매큐언 지음, 복복서가

 

5 <해저도시 타코야키>

SF소설의 신성 김청귤이 기후변화 탓에 육지가 모두 바다로 덮인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간 인류의 이야기를 6편의 연작으로 묶어냈다. 배 위에서 생활하며 떠도는 인간과 물속에 적응한 신인류의 갈등부터, 해저 도시에 정착해 생존을 모색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거침없는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육체를 잃는 과정을 현실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통과의례로 그려내는 놀라운 세계관에 박수를.
김청귤 지음, 래빗홀

6 <백 살이 되면>

황인찬 시인의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한편의시,‘백살이되면’이그림책에담겨나왔다.몹시 피로한 일상에서 따듯하고 긴 휴식을 마치기까지, 한 편의 이미지 서사가 평화로이 흘러간다. ‘퇴근드로잉’을 꾸준히 그리고 있는 서수연 일러스트레이터는 시를 읽으며 “가본 적 없는 데를 오래 거닐다 온 사람의 평화로운 잠”이 떠올랐다고 한다. 시인 또한 애초에 그림책을 염두에 두고 쓴 시라니, 아름다운 만남이 아닐 수 없다.
황인찬·서수연 지음, 사계절

 

7 <에이징 솔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이 질문에 <이상한 정상가족>의 김희경이 답한다. 정상가족 해체,비혼인구증가,비친족가구확대등으로혼자나이 드는 중년 1인 가구는 전체 1인 가구의 37.6%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저자는 혼자 살아가는 비혼 중년으로서, 40~50대 비혼 여성 19명을 만나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만들어가는 방법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김희경 지음, 동아시아

8 <사랑과 탄생>

이유운 시인이 사랑의 정의를 다시 쓴다. 첫 책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에 이어 시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사랑이 제공하는 파편적이고 다채로운 순간이다. 함부로 ‘사랑‘이라 말해온 것들, ‘사랑’이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표현한 것들 아래 깨진 유리컵 조각처럼 존재하는 수없이 부서진 마음의흔적. 뒤라스와 사강, 에르노와 오즈, 김연덕과 정재율 등 자신을 뒤흔든 문학 작품을 경유해 사랑의 연원을 밝힌다.
이유운 지음, 1984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