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를 관통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곳에 모인 글로벌 시계 박람회 <워치스앤원더스 2023>을 들여다본다.

W&W 2023

똑딱이는 시계 속 무브먼트 리듬에 맞춰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율이 차오르는 느낌, 온오프라인을 넘어 전 세계 워치 마니아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Watches & Wonders) 2023>(이하 <워치스앤원더스>)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

<워치스앤원더스>는 한 해 동안 워치 업계의 동향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워치 페어다. 특히 올해는 48개 브랜드가 참가했고, 주말이 되기도 전에 대중에게 오픈한 티켓 1만2천 장이 모두 매진됐으며,  순 방문자가 4만3천 명(2022년 약 2만2천 명)을 웃돌면서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감정가, 프레스, 수집가와 같은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시계에 대한 단순 호기심을 지닌 이들까지 즐길 수 있도록 개최 기간 중 이틀을 퍼블릭 오픈해 대중과 소통의 기회 또한 늘렸다. 지난해 반나절만 공개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 셈. 이를 위해 새로운 홀을 건축해 공용 공간의 크기를 넓히고,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시계 설명보다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타임피스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스위스 출신 유명 사진작가 카린 보장의 사진전 <What time is it?>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팔렉스포의 박람회장과는 별도로 제네바 중심부에 인더시티 존을 설계한 점도 이례적이다. 이 존은 무료로 개방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꾸몄는데, 워치 업계의 패션위크처럼 음악 무대, 거리 공연,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한 놀라운 워치메이킹의 세계가 펼쳐졌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역사적인 타임피스를 둘러보고 워치메이킹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며, 경로를 따라 흩어져 있는 QR코드를 통해 신제품을 체험했다.

빼놓을 수 없는 지속가능 이슈

올해 <워치스앤원더스>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팔렉스포 태양광 패널 덕분에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진행했다. 또 박람회 전 공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공공 버스를 운영하는 등 탄소 발자국 절감에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였다. 박람회 개막 첫날에는 할리우드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페어에 등장해 지속가능한 럭셔리를 향한 여정으로의 새로운 이정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쇼파드 글로벌 홍보대사인 그가 브랜드의 공동 회장인 캐롤라인 슈펠레, 칼-프리드리히 슈펠레와 함께 선언한 내용은 매뉴팩처에서 자체 개발한 루센트 스틸의 재활용 소재 함유량을 기존 70%에서 80%로 올리는 데 성공했고, 2025년까지 이 수치를 최소 90%로 높일 예정이라는 것. 또 이 약속을 보증하고자 럭셔리 브랜드로는 최초로 다국적 비영리 기구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의 ‘스틸제로(SteelZero)’ 프로젝트에 합류한 소식도 전했다. <워치스앤원더스> 주최 측의 친환경적 의식과 쇼파드의 행보는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워치 업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역사적인 미래가 탄생하는 곳

유구한 전통을 지닌 메종은 각각의 고유한 역사적 뿌리를 창의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기존의 컬렉션을 재단장했다. 그중 불가리는 고대 로마 건축물의 팔각 모티프와 원형의 대비적 요소를 결합한 옥토 로마 워치를 다시 선보이며, 특별한 이벤트를 펼쳐 이목을 끌었다. 아이코닉한 모델의 근원을 각인시킨 것은 다름 아닌 무용. 베자르 발레 로잔 스위스 컴퍼니의 무용수 3명이 펼친 8분간의 강렬한 움직임은 이탈리아와 스위스 문화의 연결 고리가 되며 팔각 케이스가 특징인 옥토 로마를 공개하는 데 있어 마법과도 같은 터치를 선사했다. 한편 까르띠에는 시간의 순환성에 집중하는 메종의 전통에 따라 영속적으로 진화하며 미래에 흔적을 남기는 시계의 본질을 소개했다. 비행기 조종사 산토스 뒤몽(1873~1932)이 디자인한 비행기 드모아젤의 형태를 본떠서 개발된 마이크로 로터를 장착한 산토스 뒤몽 스켈레톤 워치가 대표적. 혁신적 기술력으로 표현한 과거의 스토리를 떠올리며 역동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해보길.

모던 스포츠 워치의 향연

일상에서편하게착용할수있는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를 따라 <워치앤원더스>에서 가장 돋보인 타임피스는 스포츠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었다. 일체형 브레이슬릿을 갖춘 클래식한 스틸 워치부터 젠더 플루이드 컬러 다이얼을 매치한 스타일까지. 오피스와 필드, 문화생활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매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시계마다 각각의 매력이 넘치니 다가올 시즌에는 취향에 따라 다채로운 스포츠 컬렉션을 직접 구경하며 골라보는 묘미가 있을 듯.

01 CHOPARD
쇼파드 매뉴팩처에서 독점적으로 개발한 초내성 고광택 합금 루센트 스틸 A223은 소재의 85%가 재활용 원료로 구성한 것이다. 새로운 알파인 이글 41 XPS 워치는 바로 이 혁신적인 소재로 디자인한 윤리적인 워치다. 두께가 3.3mm밖에 되지 않는 L.U.C 96.40-L 무브먼트를 탑재해 65시간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는 아주 얇은 모델로 라인을 확장한다. 여기에 몽크 로사 핑크 다이얼을 매치해 대자연에 뿌리를 둔 알파인 이글 컬렉션의 헤리티지를 잇는다.

02 TAG HEUER
태그호이어 창립자 4대손이자 최고경영자였던 잭 호이어의 작품, 까레라 데이트 워치 60주년을 기념해 첫 모델과 같은 36mm 다이얼 모델을 선보인다. 케이스 지름을 유지하면서 전체적 비율을 개선해 착용감을 높이고 더 날렵하고 조각 같은 실루엣을 완성했다. 레이싱에서 영감 받아 출발한 전통적 디자인을 간직하며 그 영광을 강렬하고 선명한 다이얼 팔레트로 각인시킨다.

03 HUBLO
위블로 스퀘어 뱅 유니코 워치는 샌드위치 케이스 구조와 최첨단 소재가 조화를 이루는 모델이다. 이번에는 사파이어 소재로 제작한 250피스 리미티드 에디션과 화이트, 블랙 두 가지 색상의 세라믹 버전으로 선보인다. 3가지 모델은 모두 티타늄 디플로이언트 버클 크래스프를 장착한 러버 스트랩을 함께 제공한다.

04 ROLEX
전문 레이싱 드라이버를 위해 탄생한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컬렉션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칼리버 4131을 탑재한 차세대 모델을 선보인다. 950 플래티넘 소재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워치는 아이스 블루 다이얼과 체스트넛 브라운 세라믹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의 세련된 조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05 CHOPARD
쇼파드 해피 스포츠 컬렉션에 가장 작은 사이즈인 25mm 케이스가 추가됐다. 댄싱 다이아몬드 5개와 조화를 이루는 18K 로즈 골드소재모두윤리적공정채굴과정을 거쳤다.

06 IWC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SL Ref. 1832(1976년)의 복각 워치를 선보이며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원형을 재현한다. IWC의 새로운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워치는 다각형 스크루를 도입한 베젤과 가는 실선이 직각으로 교차하는 독특한 그리드 구조의 다이얼을 매치했다. 자기장에 노출되는 작업자를 위해 처음 개발된 인제니어의 기술적 유산을 고스란히 계승하며, 자기장을 막아주는 연철 내부 케이스로 무브먼트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1 리베르소 시크릿 네크리스 워치는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2,3 스윙 쏘뜨와 워치는 피아제(Piaget). 4 루도 시크릿 워치는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and Arpels).

시간을 알려주는 주얼리

주얼 워치는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워치메이킹과 주얼리 기술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호화롭고 풍성한 디자인을 기념하는 것. 특히 1930년대 여성이 아주 작은 워치 다이얼을 브레이슬릿이나 네크리스 체인에 매치하거나 브로치, 핸드백 클립 또는 펜던트로 변형해 즐긴 창의적 유산에 착안해 새로운 하이 주얼리 피스를 선보였다. 예거 르쿨트르는 케이스를 뒤집으면 다이얼을 숨기고 롱 네크리스로 연출할 수 있는 리베르소 시크릿 네크리스 워치를 공개했다. 1931년 출시한 리베르소 모델에 있는 블랙 텍스타일 브레이슬릿은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한 링크와 유광 오닉스 비즈의 부드러운 체인 네크리스 형태로 재탄생했다.
피아제도 아방가르드한 매력의 네크리스형 하이 주얼리 스윙 쏘뜨와 컬렉션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했다. 1969년 파리의 패션쇼를 감상한 피아제의 디자이너들이 패션 잡지 위에 직접 스케치하며 구상한 모델이다. 이 쏘뜨와는 골드를 주조하고, 조각하고 또 엮어내 마치 오트 쿠튀르 실크 드레스처럼 실루엣이 유연했기에 당시 여성에게 큰인기를누렸다.새로운하이주얼리스윙쏘뜨와워치역시수작업으로매혹적질감을살린 트위스트 골드 체인을 매치한다. 심축에 와이어를 감아 만든 코일을 조화롭고 균일한 링크 형태로 만들었는데, 130시간에 걸쳐 탄생하는 각각의 체인은 세상에 하나뿐인 고유한 디자인을 가진다. 1934년 오리지널 모델을 재탄생시킨 반클리프 아펠의 루도 시크릿 컬렉션은 강렬한 빛을 자아내는 미스터리 세팅의 에메랄드 모티프 속에 다이얼을 숨겼다.

1 마더 오브 펄 다이얼의 아쏘 쁘띠 룬 워치는 에르메스(Hermes). 2 프리미에르 럭키 스타 워치는 샤넬 워치(Chanel Watch). 3 플라네타리움 오토마통은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

신비로운 우주로의 여행

우주와 무수한 별이 펼쳐내는 눈부신 장관과 무한한 가능성에 경의를 표한 신제품이 쏟아졌다. 높이 50cm, 지름 66.5cm의 크기로 천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고안한 반클리프 아펠의 플라네타리움 오토마통은 우주를 향한 꿈을 워치메이킹의 전문성으로 실현한 독보적인 오브제. 이 밖에 손목에 차는 우주여행을 모토로 태양계 행성을 웅장하게 묘사한 에르메스의 아쏘 쁘띠 룬, 인터스텔라 테마로 재해석한 샤넬 프리미에르 라인까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우주 시계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