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온한 계절, 마음을 녹이는 모양과 색으로 가득한 5월의 전시.

크리스티앙 본느프와, ‘Dos’, 2021, 195x260cm.

평면과 입체의 조우

크리스티앙 본느프와의 작품 활동은 ‘회화의 종말’에서 시작됐다. 미술계에서 회화의 미래를 논할 무렵 그는 캔버스 위에 탈라탄 거즈와 트레비라 직물을 덮어 새로운 레이어를 만들고, 종이와 핀을 활용한 콜라주로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조형을 창조했다. 추상미술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회화의 종말을 무한히 유예했다고 평가받는 크리스티앙 본느프와가 국내 첫 개인전 <토끼의 질주>를 선보인다. 작가의 대표작인 ‘바벨’ 연작은 회화의 질서와 단일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혼돈을 추구한다. 색감은 마티스에게서 영감 받았고, 화면 속 다채로운 제스처의 중첩은 잭슨 폴록의 드리핑에 견줄 만하다. 5월 28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

 

사이먼 후지와라, ‘Who’s Bigger Splash (Water Identity Playtime)’, 2023.

사이먼 후지와라, ‘Who’s Whorinal (Golden Days)’, 2023

Who am I

새하얀 털과 황금빛 심장, 기다란 혀를 가진 곰.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같은 정체성에서 자유로운 캐릭터 ‘후(Who)’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이먼 후지와라의 대표작인 ‘Who the Bær’ 연작 속 주인공이다. 작가는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개인전 <Whoseum of Who?>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바스키아, 데이미언 허스트 등 20세기 유명 작가의 작품을 회화, 영상, 설치로 재구성한 신작 40여 점을 공개한다. 관람객은 아이코닉한 작품이 작가의 동화적 세계관과 혼합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존재’를 향한 끝없는 욕망으로 무한히 변신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기회다. 5월 21일까지, 갤러리 현대.

 

에드워드 호퍼, ‘이층에 내리는 햇빛’, 1960, 102.1×127.3cm.

대도시의 고독

사적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적 장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에드워드 호퍼는 20세기 현대미술사의 주요 작가 중 한명이다.왜곡없이담담한구도와차분한 색채로 표현한 도시의 고독과 자연의 빛은 작가의 그림에 담긴 형식미를 잘 보여준다. 국내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는 4000여 점에 이르는 작가의 작품을 보유한 뉴욕 휘트니 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회화, 드로잉, 판화, 아카이브 등 작품 2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철길의 석양’을 제외한 전 작품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등으로 여행하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반복한 삶을 전시 전반에 녹였다. 4월 20일부터 8월 2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이우환 개인전 설치 전경. cUfan Lee / ADAGP, Paris – SACK, Seoul, 2023.

무한한관계

맺기전세계를무대로활동 중인 이우환이 국내 개인전 <Lee Ufan>을 열었다.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 설립을 제외하면 12년 만이다. 전시는 1980년대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아우르는 조각 6점과 드로잉 4점으로 구성했다. 전시의 주인공인 조각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항(Relatum)’의 연장선이다. 화이트 톤의 익명성 있는 공간에 간결하고 절제된 형태의 메타포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산업 사회를 대표하는 강철판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무한한 공생을 일으킨다. 조각 작품 속 의도적 여백과 긴장감 있는 구성은 드로잉 4개로 이뤄진 ‘Dialogue’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5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