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고기, 가죽, 산업 소재 등을 대체할 무한 가능성의 식재료, 버섯의 멋을 담았다.

황제버섯

이름만큼 웅장한 폼이 압도적이다. 1kg을 주문해도 고작 네 덩이면 무게가 채워질 정도로 거대하다. 성인 여성의 손바닥을 훌쩍 넘는 길이와 한 손에 잡히지 않는 통통한 굵기에 단독으로 조리해도 존재감이 우월하다. 숭덩숭덩 썰어 스테이크처럼 구워 먹어도 좋다.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해 불과 만나면 고기와 비슷한 맛이 난다. 기분 탓이 아니라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이 뛰어나다.

느타리버섯

적당히 부드럽고 쫄깃해 어떤 재료와도 어우러져 활용도가 무한하다. 굽고 삶고 조리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마트나 시장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저렴해 쟁여놓고 식탁 위에 올리기도 거뜬하다.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어 갓의 색과 크기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갓 표면이 깨끗하고 뒷면의 빗살무늬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일수록 신선하다.

황금팽이버섯

우리가 잘 아는 팽이버섯보다 통통하고 짧다. 갓도 크고 탱탱해 아삭아삭한 식감이 배가된다. 훈연한 것처럼 황갈색을 띠기에 요리에 툭 얹어만 놔도 일품요리 뺨치는 자태를 완성할 수 있다. 버섯이 품은 대표 영양소 중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베타글루칸이 백색 팽이버섯보다 2배가량 높다. 특유의 향이 있어 소금이나 후추 정도의 가뿐한 조리 방식으로 즐기길 권한다. 온도에 민감하니 보관에 유의하자.

꽃송이버섯

꽃처럼 활짝 핀 버섯의 자태가 유려하다. 물결무늬와 고급스러운 크림 컬러의 조화로 하나의 오브제처럼 아름다움을 뽐낸다. 맛과 향이 약한 대신 부드럽고 꼬들한 식감이 특징이다. 끓는 물에 살짝 익혀 먹어야 하는데, 데친 뒤에도 살이 단단해 꼿꼿한 형태를 유지한다. 버섯의 풍미보다 개성 있는 형태와 식감을 선물한다.

참송이버섯

버섯계 황제 송이의 보급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공 재배가 불가능해 희소가치가 높고 자연의 품에 꼭꼭 숨어있어 얼굴 한번 영접하기 어려운 송이와 표고버섯의 장점을 두루 담고 있으니까. 표고버섯을 육종해 표고과에 속하지만, 코끝에 대면 솔향이 은은하게 스친다. 향을 맡을수록 진짜 그 매력을 음미할 수 있다. 육질이 쫀쫀해 결대로 찢은 뒤 생으로 먹거나 프라이팬에 볶아 먹기도 한다. 표고버섯처럼 말려 육수를 낼 때 사용해도 좋다.

동충하초

건강식품의 대표 주자.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즐겨 찾은 덕분에 약용으로 알려졌다. 여러 임상 논문이 동충하초의 성분 중 하나인 코디세핀의 효능을 입증한 걸 보면 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곤충을 숙주로 겨울을 나고 여름이 되면 풀처럼 자라지만, 최근에는 균을 채집해 멸균 처리 후 재배하는 방식이 더 많아졌다. 살짝 데치면 꼬들꼬들한 식감이 나고, 잘게 썰어 밥을 지으면 주황빛이 감도는 동충하초밥을 완성할 수 있다.

노루궁뎅이버섯

이토록 귀여운 버섯이 있을까? 보송보송한 털로 뒤덮인 모습이 노루의 엉덩이와 닮아 이토록 앙증맞은 이름을 쟁취했다. 중국에서는 원숭이 머리를 닮았다며 후두라고 하고, 유럽에서는 사자갈기버섯이라고도 한다. 난해한 모양에 당황하지 말고 흐르는 물에 씻어 어여쁜 모양을 해체한다는 생각으로 결을 따라 한 입 크기로 찢으면 된다. 생으로도 먹는데 다소 씁쓸한 맛이나니 초보자는 한 번 데쳐 음미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