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파인다이닝이 고민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하여. 

‘노마(NOMA) 영업 종료’라는 기사 타이틀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2024년 겨울이면 레스토랑 노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노마 한번 못 먹어보는구나’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21세기 최고의 레스토랑이라 인정받는 사업체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문을 닫기로 했는지 궁금했다. 자의일까? 타의일까? 어떤 스캔들에 휘말린 건 아닐까? 영업을 종료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건가? 염려와 기대로 관련 소식을 읽어 내려갔다. 미식 시장에서 노마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200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문을 연 노마는 뉴 노르딕을 슬로건으로 자연주의 식탁을 표방한다.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에 2010년, 2011년, 2012년, 2014년에 이어 2021년에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슐랭의 별 3개 역시 노마를 향했다. 2019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에 참석했을 때, 노마 셰프들의 주위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셰프들의 셰프’라는 말이 실감 났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이 레스토랑은 브랜드와 명성, 권위와 실력을 두루 잡은 유례없는 곳이다. 

노마의 창업자이자 오너 셰프인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는 노마의 영업 종료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파인다이닝 사업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 시대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사업 모델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레드제피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속 불가능의 이유로 재정적, 감정적인 한계를 꼽았다. 노마의 1인 식사비가 최소 5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이유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불하면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식사를 내놓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며 실용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 한 접시가 탄생하기까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치길래 그가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인다이닝과 같은 레스토랑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력 있는 셰프의 주방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셰프와 레스토랑 이름이 곧 명함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노동 수요와 제한적인 기회 공급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열정 페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국내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셰프 가까이에서 실력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 반짝이는 이력 한 줄이 주는 특권과 기회는 달콤하다. 노마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견습생들은 덴마크로 몰려들어 무임금으로 일을 해왔다. 약 20코스를 펼쳐내는 노마의 주방에는 오랜 시간 뜨거운 열정뿐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노동 환경과 임금 문제는 비난으로 이어졌고 요식업계도 이를 묵인할 수만은 없었다. ‘감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참아온 노동력 착취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역시 요식업의 격변을 몰고 왔다. 고결하고 귀한 한 끼의 주요 타깃은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의 것이다. 하늘길이 막히자 최고를 향유하는 사람들, 새로운 경험을 위해 떠나는 여행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매년 세계 레스토랑의 순위를 매기는 월드 50 베스트도 두 손을 걷어붙이고 업장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월드 50 베스트는 ‘50 Best for Recovery’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자 요리책을 발간했다. 자사 최초의 일이다. 세계 최고의 셰프와 바텐더가 소개하는 특급 레시피를 담은 이 책은 기부금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 형태다. 기부금은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전 세계 레스토랑에 대한 재정 지원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긴 시간 동안 사람도 시장도 변했다. 노마의 영업 종료 소식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2월 중순 기준 약 2천 개의 댓글이 달려 있는데 비판과 옹호의 싸움이 치열하다. 개미가 올라오고 냄새나는 발효 음식을 활용한 식탁의 존재 이유와 의문을 제기한 댓글은 가장 높은 공감을 얻었다. 

엎친 데 덮친 상황에서 세상의 모든 기대와 부담이 짓눌러온 셰프의 고통도 일의 지속 가능을 어렵게 했다. 노마의 설립자이자 총주방장인 르네 레드제피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셰프다. 음식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창의성으로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했다. 최고가 되는 것보다 그 자리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논리는 정상 궤도에 오른 예술가들이 시대를 초월해 모두가 하는 말이다. 이토록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날 선 요리와 경험을 좇아 미식 시장의 셰프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음미하고 감탄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이 진화하는 데 필요한 동력이기 때문일까. 

노마는 아직 완전한 안녕을 고하지는 않았다. 레스토랑이라는 형태로의 회귀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지만, 2025년 돌아오는 노마3.0은 일종의 실험실로 혁신적인 요리와 맛 개발에 전념할 예정이다. 레드제피가 2년 전부터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팝업과같은 형태로 고객을 만난다. 그 첫 번째 행보는 3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다. 가까운 교토에서 영감을 받은 노마 요리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난 11월 예약창이 열리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예약은 마감됐다. 예측할 수 없는 그의 행보에 서울에서의 기발한 모험 역시 슬쩍 기대해본다. 레드제피가 하려는 일은 시스템 자체를 지속 가능하게 바꾸려는 모험일 수 있다. 셰프와 고객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최고 수준의 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자 변화하는 시장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탈피 말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의 과감한 선언과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