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름도 긴 이 영화가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다는 소식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작으로 꼽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이 영화는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며 SF,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영화입니다.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감독 듀오 ‘다니엘스’가 감독을 맡았죠. 멀티버스를 소재로 삼았지만 블록버스터도 아니며, 심지어 CG도 거의 쓰지 않은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어요. 실험적이고 독특한 이 영화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7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승리를 거뒀습니다.

기본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 중인 에블린이 세무당국의 조사를 받는 동시에 남편, 딸, 아버지와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이 혼란의 시기에 멀티버스 안에 수천, 수만의 에블린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어요. 감독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B급 감성의 유쾌한 연출, 그리고 동양인 배우들이 표현하는 미국 이민자 연기가 조화를 이룬 따뜻한 가족 간의 이야기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등극했죠.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을 싹쓸이했습니다. 주요 비평가 단체와 시상식에서 총 158개의 상을 수상하며 IGN 집계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영화에 등극하는 기록을 세웠죠.

그리고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양자경에게 아시아 여성 최초로 오스카 최우수 여배우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가져다줬습니다. 양자경은 홍콩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배우로 약 20년 동안 헐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었죠. 1997년 영화 ‘007 네버다이’ 이후 헐리우드 진출 약 20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양자경은 1980~1990년대 홍콩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액션배우 중 한 명이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와호장룡’, ‘게이샤의 추억’,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있습니다. 액션은 물론 사극, 멜로, SF,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녀가 60세의 나이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는 역사를 썼습니다.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그녀의 수상소감도 화제였습니다.

영화 속 양자경이 연기한 에블린의 남편 웨이먼드 왕 역을 맡은 배우 키 호이 콴에게 쏠린 관심도 어마어마하죠! 그 역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했는데, 무려 38년 만에 동양인 남성 두 번째로 받은 것이라고 해요. 1971년 베트남에서 태어난 중국계 출신 배우로 우리에게는 ‘인디아나 존스’의 아역으로 잘 알려져 있죠.

헐리우드에서 동양인 배우로 한계를 느끼고 홍콩에서 스턴트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다시 연기를 하기로 결심한 뒤 이 영화에 캐스팅되었습니다. 헐리우드로 돌아온 게 신의 한 수 같죠? 콧대 높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7개 부문의 상을 수상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꼭 한번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