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2023 펜디 가을/겨울 컬렉션은 고전적인 스타일에 깊이 스며든 우아한 품격을 탐구한다. 쇼가 시작되고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순간 이동하듯, 프리즘 홀을 통과해 유유히 걸어 나오는 모델들, 그리고 그들을 어루만지는 빛의 유희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킴 존스의 펑크 감성을 토대로 룩은 ‘DIY’ 스타일을 표방하면서 해체되고, 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조합됐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시크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띤다. 킴 존스는 이번 컬렉션을 기획하면서 펜디 가문의 4대손이자 펜디의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Delfina Delettrez Fendi)를 떠올렸다. 블루와 브라운의 상반된 톤 조합의 옷을 입고 있던 그녀가 참 멋있어 보였다고. 차분한 파스텔 블루와 회색빛으로 시작해 강인한 블랙과 브라운,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자홍색에 이르기까지, 킴 존스가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를 마주한 순간처럼 컬렉션에 새긴 색의 조합은 이토록 대담하다.

 

“이 모든 것은 델피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펜디에 색다른 매력을 부여하는 방식에는 세련되면서도 살짝 비뚤어진 듯한 면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_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_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

 

2023 펜디 가을/겨울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송혜교.

여성의 어휘로 재해석한 맨즈웨어

남성적인 테일러링과 기존에 사용하던 전통적 소재는 여성적 형태로 변주를 주었고, 보일러 슈트, 에이프런, 유니폼 등 실용주의적 요소도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선으로 재단한 바이어스-컷(Bias-cut) 팬츠는 걸을 때마다 마치 맥시드레스처럼 휘날리고, 오프숄더 슬리브를 장식한 베스트는 우아한 리듬감을 선사한다.

뉴 쿠튀르 룩

바쁜 일상에서도 쿠튀르의 낭만을 잊지 않도록 킴 존스는 실용적인 패션 사이 쿠튀르 요소를 숨겨두었다. 안감을 반짝이는 스팽글로 수놓은 남성 맥코트가 대표적. 실제로 피부에 닿았을 때 빳빳하고 독특한 텍스처를 선사하는 레이스는 풍성한 레이어링 룩을 연출하고, 시스루 슬립과 사이하이 레이스업 부츠에서는화려한 페티시즘의 흔적이 묻어난다.

미묘한 컬러 블록 앙상블

킴 존스는 새로움뿐 아니라 하우스의 오랜 헤리티지도 잊지 않는다. 바로 펜디를 오랫동안 지휘해온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1996 가을/겨울 아카이브 속 인타르시아(바탕색으로 짠 편직물 속에 다른 색으로 짠 무늬를 끼워 넣는 방식) 디테일을 차용한 것. 또 칼 라거펠트가 1981년 구현한 실용적인 니트웨어 스케치는 형태적 면에서 영감을 부여하며, 펜디 하우스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해체주의와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을 준비했다. 이는 펑크를 향한 경의의 표현과 DIY에 대한 나의 애정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시크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델피나가 작업에 합류한 첫날, 블루와 브라운을 매치한 그의 스타일링을 보고 감탄한 기억이 있다. 그가 펜디에 색다른 매력을 부여하는 방식에는 세련되면서도 살짝 비뚤어진 듯한 면이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다.” _킴 존스

 

2023 가을/겨울 ‘NEW’ &슈즈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2가지 실루엣으로 변형될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의 새로운 핸드백, 펜디 오리가미(Origami)를 선보였다. 하나이자 둘이 될 수 있는 백의 움직임이 매력적. 멀티포켓을 매치한 새로운 바게트 백과 과감한 컷아웃이 인상적인 터프한 사이하이 부츠는 룩의 중성적인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