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유증으로 후각을 상실한 <얼루어 US> 에디터가 냄새를 되찾기 위한 탐험에 나섰다.

코로나19에 걸리자 20여 년 전에 읽었던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 내용이 되살아났다. 이 소설에서 6살짜리 소년이 정원에서 발견한 불을 뿜는 용은 침입자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이 병을 일으키고 세포를 파괴할 것이라고. 용의 경고대로 침입자들이 나타났고 소년의 삶은 완전히 뒤바뀐다. 나는 요즘 <시간의 주름> 속 소년이 된 기분이다. 코로나19를 앓는 동안 온몸의 세포들이 비명을 질렀고, 결국 후유증으로 후각을 상실했다. 지금도 의료기기에 둘러싸인 채 산소마스크를 쓰고, 하얀 가운을 걸친 의사들이 오가는 가운데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산악지대에 위치한 치료소이며, 코로나19 장기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일주일이 됐다.

2021년 8월, 코로나19 델타 변이에 걸려 후각과 미각이 사라졌다. 향수 애호가이자 요리를 즐기는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 그 후로 몇 달이 지난 1월, 무엇인가 썩는 듯한 이상한 냄새에 잠에서 깼다.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렇게 원인 모를 냄새에 시달린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마침내 범인을 찾았다. 바로 주방 구석에 놓여 있던 마늘 조각들이었다. 마늘의 매캐한 냄새가 마치 부패하는 냄새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후각 이상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음식에 들어 있는 온갖 양념 냄새가 나를 괴롭혀 식사가 힘들어졌고, 수돗물에서는 표백제와 휘발유 냄새가 느껴졌다. 후각 이상은 나아지는 듯하다 심해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시간의 주름>처럼 불을 뿜는 용이 내 몸에 들어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망가진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병원에서도 명확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 냄새를 제대로 맡기 위해 후각 훈련 키트를 주문했고, 각종 보조 식품을 복용했다.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 틱톡까지 뒤졌다. 냉장고의 모든 식료품과 화장대 위 향수들을 꺼내놓고 하나하나 냄새의 변화를 추적했다. 기억 속의 향을 떠올리며 어떤 식으로 왜곡되어 느껴지는지를 모두 기록했다. 수많은 코로나19 환자들처럼 몇 개월을 기다려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도 했다. 착후각(냄새 왜곡), 환후각(실제로 나지 않는 냄새를 맡음), 후각 소실(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전혀 맡지 못하게 된 상태)까지 세 가지 항목을 모두 검사 받았지만 코로나19 후유증이라는 진단 외에는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코로나19 후유증의 원인에 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론이 등장했는데, 그중 하나가 ‘자기보존 이론’이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후각 경로를 연구하는 뉴욕대 랭곤 의료센터의 이비인후과 부교수 에리히 보이트의 주장이다. “우리는 후각을 통해 아름다운 향기를 즐길 뿐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해요. 독한 냄새를 맡으면 가까이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죠. 연기와 불 냄새를 맡으면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처럼요. 코로나19에 걸리면 뇌는 훼손된 신체 능력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이때 냄새 해석에 오류가 생기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 증상은 완전히 치료될 수 있을까? 보이트 박사는 온전한 후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후각 훈련과 스테로이드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고 한다. 보이트 박사는 후각 트레이닝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향에 대한 기억과 시각적 단서의 연관성을 이용했어요. 신체와 심리는 긴밀한 관계여서 실제 치료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확실히 그렇다. 나는 메스껍고 머리가 아픈 지난 몇 달간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으니까. 맨해튼의 수많은 피자 가게를 지나거나 퇴근길 지하철에서 향수 뿌린 사람을 마주칠 때, 침대 위에서 연인과 함께 하는 시간마저 괴로웠다. 하루 종일 불쾌한 냄새를 맡았고 이로 인해 정신 건강까지 위협을 받는 상태에 이르렀다.

지인 중 한 사람이 한의사인 헬렌 로 박사를 만나고 착후각을 완치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로 박사의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로 박사는 염증을 다스리는 침술이 코로나19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후각과 미각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염증 신경을 표적으로 삼아요.” 두피와 얼굴, 팔, 다리에 침을 꽂은 후 바늘을 기기에 연결해 다양한 주파수의 전기 신호를 보낸다. 전기 침술이 아프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감정이 북받쳐 시술 중에 눈물이 나왔다. 치료를 넘어 그간 심했던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로 박사는 환자 대부분이 이런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이토록 깊게 연관되어 있다니! “엄밀히 말하자면 심리적이라기보다 신경학적인 것이죠.” 로 박사는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통제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신경 손상을 겪으면 뇌가 온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죠. 이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침술은 뇌 신경의 화학적 균형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다. 뇌 전체의 회복을 도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회복 기능을 되찾는 원리인 것이다.

이후 나는 오스트리아의 란제르호프 란스 헬스 리조트로 향했다. 셀러브리티들이 디톡스를 위해 앞다퉈 찾는다는 이곳은 유럽의 웰니스 스폿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유명 모델들이 저녁 먹는 모습을 목격했고, 주얼리 디자이너와 케타민 치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코로나19 치료 프로그램을 받고자 이곳을 방문했다. 란제르호프 란스의 전문의 카트리나 샌트너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한다. 깊은 자연 속에서 몸의 세포 기능을 되살리는 온전한 치유를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란스에서 나고 자란 샌트너는 이 지역이야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한 에너지를 지녔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즉시 일종의 버블 속에 들어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죠. 마치 마법과도 같아요.”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지난 몇 달간 시달렸던 발작 증상과 착후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 계속되었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차차 풀리는 느낌이랄까? 리조트의 수도꼭지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빙하의 물이 흘러나오고 금속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의사가 만든 식단은 소화와 염증 완화에 최적화되어 있고, 아주 행복하게도 마늘과 파의 거북한 맛이 전혀 없다. 개인 피트니스 세션을 받은 후에는 건식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했다. 전신이 따뜻해지며 고요한 평화를 느꼈다. 물론 스케줄은 엄격했다. 시간에 맞춰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받았고, 간을 활성화하고 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림프 순환 마사지, 지압이 이어졌다. 장내 유익균을 위한 프로바이오틱스와 비타민 혼합제도 처방받았다. 편안한 조명 아래 가죽 의자에서 휴식을 취한 후에는 셀짐(등산객들이 경험하는 산소 결핍을 시뮬레이션하며 면역 반응을 증진시키는 요법)을 하거나, 이끼 낀 오스트리아의 산으로 하이킹을 나갔다. 모든 면에서 치유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냄새로 인한 불쾌함이나 메스꺼움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몸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나아졌다. 하지만 향수나 와인의 미묘한 향기 차이를 구별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 같다. 앞서 전문의들이 언급했듯, 착후각의 빠른 해결책은 없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한 수백만 명에 비하면 나의 시련은 사소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도 바이러스가 앗아간 것에 대한 슬픔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내가 사랑한 것들에 대한 기억은 모두 ‘향기’로 남아 있기 때문에. 만약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면 소중한 기억들이 그림자처럼 사라져버릴 것이다. 먼지를 뒤집어쓴 창턱에 놓여 있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끼던 향수, 어린 시절 살았던 집, 친구들과 포옹할 때 느꼈던 향기 등 나를 지탱해주는 감각이 없다면 얼마나 공허한 삶을 살게 될까?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해 한동안 나는 방향을 잃었다. 그러나 이를 치유해가는 과정은 내 몸과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나아가 소중한 것을 깨닫고 되찾아가는 여정에 오르게 되었으니. 비록 그 속도는 더딜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