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고른 지금 가장 흥미로운 책 8권. 

<사랑의 이해>


2019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혁진의 연애소설 <사랑의 이해>가 다시 화제가 된 건 물론 동명의 드라마 때문이다. 소설과 드라마는 완전히 같지 않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의 중심이자 뼈대는 모두 이 소설로에서 가져갔다. 불완전한 젊음 속에서 계급은 더욱 명확하고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그때 그 사람은 왜 그랬던 걸까? 드라마로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는다면 소설로 향하길. 이혁진 지음, 민음사 

<걷는 존재>


달리기에 비해 걷기는 하찮고 평범하게 여겨진다. 허리 통증으로 걷는 활동에 집중하기로 한 저자는 조사를 병행하며 다양한 걷기 실험에 도전한다. 바람 부는 날 걷기, 걸으며 춤추기, 춤추며 걷기, 모두 모여 함께 걷기 등 52가지에 달한다. 읽다 보면 걷기만큼 쉽고 흥미로운 일이 또 있나 싶다. 하루에 단 12분만 걸어도 인슐린 저항성, 산화 스트레스, 혈관 반응도 등 주요 신체 기능을 통제하는 대사산물 순환에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12분이라도 걸어보자. 애나벨 스트리츠 지음, 위즈덤하우스 

<태풍의 계절>


멕시코에서도 위험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베라크루스주의 마을에서 마녀로 불리던 사람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사연이 하나씩 풀려나가는데, 대부분은 빈곤과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베라크루스가 고향인 작가 페르난다 멜초르가 묘사한 지역의 모습은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혹하다. 발표 후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이 작품은 맨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페르난다 멜초르 지음, 을유문화사

<아르헤리치의 말>


1941년생으로 1957년 열여섯 살의 나이에 부조니 콩쿠르와 제네바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떨친 그녀의 별명은 여제. 2004~2019년에 진행한 네 번의 인터뷰와 아르헤리치의 구술을 정리한 서른네 편의 단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어인 올리비에 벨라미는 프랑스의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아르헤리치의 첫 공식 평전을 쓴 작가다. 9년 전 마지막으로 내한한 아르헤리치의 생생한 육성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 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마음산책 

<에도로 가는 길>


엔데믹에 돌입하자 ‘한국인의 절반이 도쿄에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도쿄는 우리에게 친숙한 도시다. 그 도쿄가 에도이던 시절의 모습은 어땠을까?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여성 쓰네노가 고향을 떠나 더 크고 광대한 세계인 에도로 향하는 과정을 담은 이 논픽션에는 19세기 일본과 도쿄의 생활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 에이미 스탠리는 쓰네노와 가족들이 남긴 편지와 자료로 시대를 복원했다. <대지>를 쓴 펄 벅에 비할 수 있겠다. 에이미 스탠리 지음, 생각의힘

<프루스트 그래픽>


유명 작가는 많아도 ‘덕후’를 양산하는 작가는 소수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인포그래픽 100여 가지로 마르셀 프루스트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설명하는 사전이다. 인포그래픽은 팝아트 작가 니콜라 보주앙의 솜씨다.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마들렌’ 하나로 기억되기엔 너무 대단한 작가, 작품이라서. 니콜라 라고뉴 지음, 민음사

<배우와 배우가>


20여 년간 무대에 선 김신록은 매체 연기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고모 화영은 극에 재미와 생동감을 불어넣은 주역. 끊임없이 연기의 이론과 실재에 골몰하는 그가 써낸 책은 배우가 왜 배우인가에 대한 한 권의 에세이고 이론서다. 치열하게 새로운 작품을 써내리는 스물다섯 명의 배우와 김신록의 대담집. 김신록 지음, 안온북스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비비언 고닉을 설명할 때에는 뉴요커라는 단어도 빠트릴 수 없다. 1970대부터 전설적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그는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도시와 사람을 꿰뚫어본다. 전작 <사나운 애착>이 어머니와의 애증을 그렸다면,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생존을 위해 ‘굳어버린 심장’과 우정을 말한다. 뉴욕이라는 메트로폴리탄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필연적인 외로움을 만드는 동시에 그 외로움을 살 만하게 만드는 안식처가 되는 대도시의 나날. 비비언 고닉 지음, 글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