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초록빛 미래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한 문장. 많이 입고 적게 세탁하자!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 흰옷, 수건, 속옷까지 나눠 세탁하는 엄마의 빨래 습관을 따라 적은 양의 빨래를 넣고 세탁기의 시작 버튼을 누르길 20여 년째. 이렇게 별생각 없이 무심코 지나친 일상 속 행동이 해양오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됐다. 합성섬유의 발전으로 패스트 패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패션업계는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의류는 만들어지는 과정 못지않게 입는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해양오염의 주범인 미세플라스틱의 약 35%가 세탁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이 5mm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다. 크기가 너무 작아 하수 처리 시설에서도 걸러지지 않는다.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제조 과정에서 화학연료를 사용하는 합성섬유 옷은 세탁 과정에서 물리적, 화학적으로 마모되면서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들이 떨어져 나온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이 2016년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아크릴 소재의 옷 6kg를 세탁할 경우 무려 73만 개 이상의 합성섬유 입자가 방출된다. 문제는 미세섬유가 섞인 물이 해양에 흘러들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돌고 돌아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 바다를 위해서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신호다. 

낙타털로 만든 직물을 업사이클링한 막스마라의 카멜럭스,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을 활용한 프라다의 리나일론 등 패션 브랜드들이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료는 결국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과연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지난 10여 년간 미세플라스틱 해결책을 촉구해온 파타고니아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미세플라스틱 저감 세탁 코스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비스포크 AI’ 세탁기를 공개했다. 세제를 녹여 만든 풍부한 거품이 오염을 제거하는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에코 버블 기술을 활용한 이 세탁기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 원인인 옷감의 마찰을 줄인 덕분에 미세섬유 발생량을 최대 54% 저감했다. 아직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품이지만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미세플라스틱 절감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각국 정부도 미세섬유 줄이기에 분주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세플라스틱을 대량 배출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예고했고, 미국 뉴욕주는 2023년 말부터 의류에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퍼플루오로알킬 또는 폴리플루오로알킬이라 불리는 이 화합물은 의류부터 카페트, 세제, 조리 기구, 반도체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환경과 인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되어 심장 질환, 암, 기형아 출산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끔찍한 오명까지 얻었다. 의료 기기 등 대체 물질이 없는 용도를 제외하고는 환경과 인류를 위해 반드시 금지해야 하는 이유다.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하나둘 관련 법안을 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가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플라스틱의 사용량 줄이기. 합성섬유 옷의 소비를 줄이고, 새 옷을 구매하기보다 빈티지 의류를 찾는 것이다. 옛 시절 ‘아나바다’도, 당근마켓도 좋다. 오래 입어 질린 옷을 리폼하는 방법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세탁 빈도를 줄이는 일이다. 더러워진 옷을 빨지 말라는 말일까?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주 간단하다. 옷에 심한 오염이 생기지 않는 이상 한 번 더 입으면 된다. 단 세탁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물의 온도를 낮추고 분말 세제 대신 액체 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마찰이 적을수록 미세섬유가 적게 방출되는데, 분말 세제는 옷 사이 마찰을 더 많이 일으키기 때문이다. 횟수를 넘어 워시리스(Wash-less) 의류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브랜드도 있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판가이아는 항균 소재 페퍼민트(PPRMINT™)를 자체 개발해 세탁 횟수를 확연히 줄이도록 했다. 유기농 해초 섬유 원단에 천연 식물성 페퍼민트 오일을 코팅해 땀 냄새를 유발하는 박테리아 번식을 막아 최대 50번까지 쾌적한 컨디션으로 착용할 수 있다. 꾸준히 세탁 반대 운동을 펼쳐온 스텔라 매카트니 또한 세탁하지 않아도 위생적인 워시리스 의류 생산을 목표로 소재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 기술과 시장 상황에서 미세플라스틱을 100% 제거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다 보면 지금의 노력이 나비효과가 되어 좋은 결과를 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오늘 갓 입은 옷을 훌렁 벗어 세탁기에 넣기 전, 우리의 바다를 떠올리며 생각해보자. 한 번만 더 입고 세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