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나 큐티클을 자꾸 뜯어서 손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라면? 네일 케어로 손톱 물어 뜯는 강박증을 치유한 에디터의 경험기에 귀기울여 보자.

손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신체 도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각종 네일 아트로 내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기도 하지만 심미적인 가치 외에도 손의 역할은 큽니다. 손가락은 의사소통 수단이니까요. 손을 흔드는 간단한 인사든 수화든 우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저 또한 얘기할 때 손짓을 많이 쓰는 편인데 가끔은 손을 쓰기가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피부를 뜯는 습관으로 붓고 상처 난 엄지가 드러나면 불안한 내면을 들킨 것 같아 발가벗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CHANNING SMITH

저는 청소년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강박적 피부 뜯기로 고생했습니다. 강박적 피부 뜯기란 반복적으로 피부를 뜯어내는 일종의 강박증으로 충동 조절 장애입니다. 손톱과 큐티클에 보이는 흠과 잡티를 없애기 위해 뜯기 시작한 피부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악화하였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피부 뜯기를 지속했던 탓에 지금은 양손 엄지에 색소 침착이 진행되었습니다. 피부를 뜯어야겠다는 충동은 거의 하루 종일 지속되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별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때도 뜯고, 잠시 밖에 나가 햇볕을 쬐며 산책할 때도 뜯죠. 극도의 불안감으로 공황 발작이 오는 것보다는 낫지만 손가락을 물어뜯는 습관도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피부를 뜯을까요?

뉴욕 피부과 전문의이자 정신과의 에반 라이더 박사에 따르면 표피 박리 장애 환자만 피부를 뜯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재미로 가끔 피부를 뜯는 것과 질환으로 분류되는 강박적 피부 뜯기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가끔 피부를 뜯는데 이유는 다양하죠. 하지만 피부 뜯기에 할애하는 시간과 정도가 정상적인 업무와 사회적 기능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경우에는 강박적 피부 뜯기 장애를 진단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라이더 박사는 설명합니다. 피부를 뜯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다듬기 위한 경우(일시적으로 여기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죠)도 있죠. 혹은 어느 순간부터 시작된 가려움-긁음 주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해 뜯는 사람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유 중 중복으로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피부 뜯기는 반복되는 굴레였습니다. 그리고 해로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었죠. “대부분의 사람이 피부를 뜯고 난 후 자기 행동을 수치스러워합니다. 특히 염증 증상이 발생했을 때 부끄러워하죠.”라며 라이더 박사는 건선 같은 피부 질환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염증 같은 증상이 있을 시 즉시 치료해 표피 아래까지 염증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치료받은 후에도 피부 뜯기 습관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면 정신과 전문의에게 행동 치료를 받거나 약물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행동 치료, 약물 치료 둘 다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 치료의 경우 습관을 고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약물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권장합니다.”라고 라이더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아물고 있는 상처 옆에 새로 생긴 상처를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이 수치스러웠죠. 그런 이유로 라이더 박사의 조언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특히 양손 엄지손가락에 대한 집착이 이른 나이에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때는 손가락을 빠는 아이였죠. 손가락은 공갈 젖꼭지의 대체재였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하자 공갈 젖꼭지와는 이별했습니다. 쪽쪽이를 물 시기가 한참 지났다고 판단하신 아버지의 단호한 결정이었죠. 그 후로 손가락 빨기는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대체재가 되었고 유아기 내내 엄지손가락 빠는 습관은 지속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어릴 때의 습관이 무슨 이유에서 비롯된 건지 비로소 알게 되었죠. 이 습관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빨기 반사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아기들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손가락을 빤다고 합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던 행동이 습관으로 고착되는 것입니다. 손가락 빨기를 유발한 어린 시절 스트레스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유치원 입학, 무서운 광대와 고전 동요 등도 있었고 바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 요소는 무조건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무서운 공포 영화는 절대 시청하지 않죠. 아무것도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도 탐구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있을 일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그것이 제 불안의 근원이었죠.

유아기 때의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며 극복했지만 불안감은 갓 성인이 된 시기에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이혼, 동네에서 일어난 폭력 등 주위에서 일어난 비극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낙후된 교육 시스템 속에서 엄격하게 성적을 관리해야 했던 스트레스도 있었죠. 그래서 이 시기에는 취미 활동을 탈출구로 삼았습니다. 춤추기와 글쓰기는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때 처음으로 뷰티의 힘을 알게 되었죠. 메이크업과 패션은 머릿속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최고의 도구였고 매니큐어와 네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엉망이 된 손을 예쁘게 해줄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쁜 매니큐어가 어떻게 피부 뜯기에 도움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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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아크릴 팁을 붙이는 네일 연장 시술을 받았습니다. 손톱이 더 강해져 깨지지 않지만, 손톱 끝이 날카롭지도 않아 피부를 뜯으려고 해도 심하게 피부를 파고들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네일 케어는 가치 있는 투자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초반에 샵을 갈 때는 네일 아티스트가 큐티클 부분이 왜 상했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다 뜯어버려서 상처가 난 것이라고 설명하기가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네일을 받는 일이 제 치유 과정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네일 아티스트인 시고니 누네즈(Sigourney Nunez)는 피부 뜯기로 고생하고 있는 고객을 상대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피부를 뜯는 충동을 느끼는 고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라고 얘기한 누네즈는 이럴 경우 큐티클 오일을 추천했습니다. “시간을 들여 큐티클 오일을 바르고 문지르는 데 집중하다 보면 피부를 뜯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요. 또한 셀프케어를 하는 셈이니 손 건강에도 좋죠.”

뉴욕 매니큐어리스트 지나 에드워즈(Gina Edwards)는 손톱을 물어뜯는 고객들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했습니다. “저는 주로 매주 매니큐어 바르기를 추천합니다. 예쁜 손톱을 보면 자연스럽게 손톱을 물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수 있죠.”라고 에드워즈는 설명했습니다. 또한 국소적인 부위에는 쓴 맛이 나는 특수 탑 코트를 바르는 것도 추천했습니다. “엘라+밀라 ‘노 모어 바이팅 제품이 특히 효과가 좋습니다. 이 제품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가 수일간 지속된다는 장점이 있죠.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을 방법입니다.” 하지만 맛이 불쾌한 탑 코트, 예쁜 네일 아트도 습관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건 에드워즈 역시 동의합니다.

좋은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손을 물어뜯는 습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유독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는 아직도 손톱을 물어뜯죠. 하지만 습관을 없애는 것은 긴 과정이니 너무 자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네일 아티스트를 고르는데 신중을 기합니다. 나에게 맞는 심리 상담가나 의사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죠. 제 손을 보고 경악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은 찾아가지 않아요. 만약 평소보다 손을 더 많이 뜯었다면 그 주에는 네일샵에서 전문적인 시술을 받기보다는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붙이는 네일을 합니다. 손이 약해진 경우 젤 시술을 받으면 손이 따끔거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앞이 보이지 않는 이 대장정에서 찾은 한 줄기의 희망은? 치료와 멋진 네일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일석이조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