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모든 생명체의 상생을 위해 헌신하는 워치 브랜드들.

36mm 팜 모티프 다이얼에 칼리버 3235 무브먼트를 탑재한 오이스터 퍼페츄얼 데이트저스트 36 워치는 롤렉스(Rolex).

급격히 발달한 기술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요인이 되기도 했다. 명망 높은 워치 브랜드는 이 같은 일에 책임을 느끼고 위험에 처한 동물을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 롤렉스, 블랑팡, 쇼파드, 쇼메, 부쉐론이 바로 대표적 메종. “더 늦기 전에 멸종 위기 동물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세요!”라고 외치며 기업 단위의 동물 사랑 프로젝트를 펼치는 워치 브랜드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CSR’ 동물 수호 선두주자

뱀의 매력에 사로잡혀 서식지인 인도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로물루스 휘태커, 펭귄의 생존을 돕는 국제적 캠페인을 펼치는 파블로 가르시아 보르보로글루, 박쥐 보존을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로드리고 메데인. 이들의 공통점은 저명한 환경운동가인 동시에 롤렉스 어워드 수상자라는 점이다. 1976년 창업자의 뒤를 이어 롤렉스를 책임진 앙드레 J. 하이니거는 세계 곳곳에서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하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 오이스터 탄생 50주년을 맞아 롤렉스 어워드(Rolex Awards for Enterprise)를 창설했다. 이 어워드는 인류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후원하는 데 의의를 둔다. 당시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가치는 물론 기업 주관의 시상식도 생소했을 때라 이 같은 행사는 가히 파격적이었다. 시상은 성공적이었다. 롤렉스는 권위 있는 전문가로 독립 심사위원단을 구성했고, 전 세계 지원자를 제네바로 불러 모아 주목받았다.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기획했지만, 폭발적인 관심으로 2회(1981년), 3회(1983년), 4회(1987년) 계속 이어졌고, 40여 년 동안 롤렉스 어워드는 수상자 155명을 후원해왔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태계와 바다를 보호하며 지구의 새로운 경계를 탐험해 과학 및 건강의 발전을 이루는 등 인류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선 롤렉스의 지속가능한 활동에도 큰 관심을 표할 때다.

 

폴리싱 스틸 비즈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23mm 마더오브펄 다이얼의 쎄뻥 보헴 워치는 부쉐론(Boucheron). 인그레이빙 장식이 있는 27.3×20.2mm 다이얼과 블랙 새틴 브레이슬릿을 매치한 조세핀 아그레뜨 워치는 쇼메(Chaumet).

꿀벌에게 희망을

‘윙윙~’ 파리 방돔 광장의 부쉐론 부티크 옥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면 꿀벌의 보금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특별 고객의 전용 숙소인 ‘Le 26V’보다 높은 층이니 꿀벌들이 바로 VVIP인 셈이다. 부쉐론은 2016년부터 군집 붕괴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옥상에서 꿀을 자체 생산한다. 군집 붕괴 현상이란 꿀을 구하러 간 꿀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까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지난겨울에도 꿀벌 80억 마리가 집단 폐사했는데,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벌꿀의 수분 활동으로 생산되는 농작물이 감소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넘어와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할 것이다. 부쉐론뿐 아니라 방돔 광장의 또 다른 주얼러 쇼메 역시 앞장서서 꿀벌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1780년 설립된 쇼메는 241년 동안 유럽 왕실 역사와 함께해왔다. 특히 황실의 권력과 충성을 상징하는 꿀벌은 주얼리 디자인에 많은 영감을 안겼다. 쇼메는 이에 헌정하는 의미로 2010년 벌집을 양성하고 희귀 꿀벌 블랙 비 보호에 동참하는 ‘Save The Bee’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한 메종의 비 마이 러브 컬렉션 구매 시 일정 금액을 꿀벌 보호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플라이백 기능을 갖춘 COSC 인증 쇼파드 03.05-C 칼리버를 탑재한 44mm 알레쉬 블루 다이얼의 알파인 이글 XL 크로노 워치는 쇼파드(Chopard).

알프스를 지킬 새끼 독수리

새로운 타임피스로 대자연을 보존하다! 2019년 첫 출시한 쇼파드 대표 워치 컬렉션 알파인 이글은 ‘스틸을 골드처럼 작업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스포츠 시계가 탄생할까?’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메종은 4년간의 끊임없는 연구를 거쳐 기존 스틸에 비해 50% 더 견고하고 강력한 빛을 반사하는 루센트 스틸 A223을 개발했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쇼파드 공동대표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는 이 획기적인 스틸 소재로 만든 신제품을 진정성 있게 알리고 싶었다. 브랜드 CEO이기 이전 유명한 박애주의자였기에, 유럽 대륙에서 가장 큰 생태계이자 수많은 광물을 매장하고 있는 알프스산맥 그리고 그곳을 고고한 자태로 순찰하는 독수리에 대한 애정을 새 시계에 담기 시작했다. 다이얼은 독수리 눈의 홍채처럼 인그레이빙한 햇살 무늬를, 초침엔 맹금류 깃털 모양 평형추를 달았다. 쇼파드의 알프스, 독수리 사랑은 단지 디자인적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슈펠레는 자연보호를 위해 힘쓰는 여러 전문가를 모아 알파인 이글 재단을 설립했다. 워치 판매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며 꾸준한 활동을 펼치는 중. 가장 대표적인 행보는 스위스 제네바 호수에 흰꼬리수리를 다시 들여오는 일이다. 그들은 인간에 의해 보금자리를 위협받고 무려 130년 동안 사라졌었다. 재단은 야생동물 공원을 만들었고 한 어미에게서 태어난 네 마리의 새끼 독수리를 방생했다. 전문가들은 위치, 심박동수 같은 정밀 데이터를 추적하고자 새끼 독수리에게 GPS 신호 장치도 달았다. 덕분에 이들 독수리가 야생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고 있다. 알파인 이글 재단은 성공적인 이 시도를 발판 삼아 앞으로 8년간 80마리가 넘는 흰꼬리수리를 제네바 호수 기슭에 방출할 예정이다.

 

리퀴드메탈Ⓡ 아워 마커를 장식한 43mm 다이얼에 단방향 새틴 브러시드 스틸 베젤 매치, 300m 방수 가능한 피프티 패덤즈 바티스카프 워치는 블랑팡(Blancpain).

20년간 보살펴온 고래상어

올해 탄생 70주년을 맞은 피프티 패덤즈 워치를 열렬히 축하해야 할 이유는 바다 환경을 위해 오랜 기간 노고를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탐험가, 사진작가, 과학자, 환경운동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해양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과학 연구에 기여하며, 효율적인 해양 보호 대책을 실행해왔다. 블랑팡 오션 커미트먼트라 일컫는 이 활동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와치 그룹의 전 회장 니콜라스 파이에크의 손자 마크 A. 하이에크가 블랑팡의 수장 자리에 올랐을 때다. 열정적인 다이버였던 그는 메종의 자료실에서 프랑스 해군 산하의 엘리트 전투 잠수부들이 사용한 1953년 빈티지 피프티 패덤즈를 발견했고 순식간에 매료됐다. 덕분에 2003년 오리지널 디자인에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피프티 패덤즈가 다시 부활했고, 이를 기념하며 사회 기여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했다. 그중 하나가 상어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한 고래상어 프로젝트다. 물고기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고래상어는 포악한 성질의 상어와는 달리 온순하다. 바닷속 다이버들의 친구가 돼 같이 헤엄치며 기념사진도 찍곤 한다. 하지만 인간이 오염시킨 바다 환경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블랑팡은 이러한 사실을 일찌감치 염려하고 고래상어의 보존 전략을 안내하기 위한 정보를 구축해온 것이다. 오늘날엔 해양 연구 탐사를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픽셀을 도와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횡단하는 고래상어의 여정을 관찰하고 있다. 실제 블랑팡과 피프티 패덤즈란 애칭을 가진 두 마리의 고래상어는 위성 태그를 달고 해저를 유영 중인데 블랑팡 사이트를 통하면 그들의 최근 위치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기후변화가 동물의 이동 분포에 미치는 영향, 해양 보호 구역의 영역이 올바르게 배치되었는지에 대해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