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Gen Z)는 럭셔리 뷰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럭셔리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자세.

럭셔리 소비층이 점차 어려지고 있다. 베인앤코컴퍼니(Bain & Co) 보고서에 따르면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는 젠지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실제로 밀레니얼과 젠지 세대가 지난해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경제 침체기인 올해에도 명품 시장만큼은 예외적으로 불황을 피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경제 뉴스 전문 방송 CNBC는 럭셔리 시장에 새롭게 유입된 젊은 소비층은 향후 10년에 걸쳐 기성세대보다 3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심지어 Z세대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평균 3~5년 어린 나이인 15세에 명품 핸드백, 신발 등 패션 아이템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소비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시대가 변한다 해도 럭셔리의 정의는 바뀌지 않지만 어린 세대, 즉 지금의 젠지 세대가 럭셔리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에 따라 브랜드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자 다양한 캠페인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럭셔리 시장은 젠지 세대를 흡수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적 감성, 경험을 중시하는 그들의 특성에 주목하며 다양한 팝업 스토어를 전개하고, 카메라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만큼 힙한 분위기를 조성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브랜드의 특색이 돋보이는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백화점 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브랜드의 노력이 통할까? 젠지 세대가 열망하는 럭셔리는 무엇이며, 어떤 럭셔리 뷰티에 반응할까? 

브랜드 팝업 스토어 방문

럭셔리 뷰티 경험이 있는 젠지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31%가 최근 경험한 럭셔리 뷰티로 ‘브랜드 팝업 매장 방문’ 항목을 선택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젠지 세대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장 많이 언급된 팝업 매장은 바로 입생로랑 뷰티가 틴트 신제품을 출시하며 운영한 행사장.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고, 구매 시 각인 서비스를 제공해 지출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인생네컷과 같은 포토 부스도 마련해놓아 놀 거리가 풍부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디올 아뜰리에 팝업에 대한 평가는 분명하게 나뉘었다.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추천받을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와 함께, 한 응답자는 “다소 협소한 공간과 넘쳐나는 사람들 때문에 놀랐어요. 프라이빗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거든요”라며 럭셔리가 아닌 여느 브랜드와 차별화되지 않은 이벤트 환경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탬버린즈 향수 전시회에 다녀왔다고 밝힌 응답자는 “완성도 높은 전시에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어요. 탬버린즈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럭셔리를 볼 수 있었죠. 인스타그램 피드에 사진을 게시할 만큼 자랑하고 싶은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관리를 위한 나만의 뷰티 데이

‘뷰티 데이’는 젠지 사이에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뷰티 데이라는 브이로그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보통 스스로를 위한 뷰티 데이를 설정하고 페이스 & 보디 관리를 진행하는 식이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뷰티 관리 중에서도 스파를 받고 싶다고 답했다. 레페리 소속의 크리에이터 희지 또한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럭셔리 뷰티로 스파를 꼽으며 “스파 후에 느껴지는 향기와 노곤노곤함은 최고의 잠자리를 만들어줘요. 어떤 일상을 보냈든 하루를 마무리하는 스파는 선물 그 자체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바비브라운의 아이브로우 서비스, 시술 등이 언급되었다. 

매장 방문 및 제품 구매

재미있는 건 젠지 또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에 대한 생각이 기성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럭셔리 뷰티를 생각하면 보통 백화점 1층의 브랜드를 떠올리게 된다고. “패션 DNA를 지닌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뷰티 제품이 곧 럭셔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크리에이터 윤이든의 말처럼 젠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는 샤넬, 디올, 입생로랑 순. 마찬가지로 럭셔리 뷰티에 대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들 브랜드를 언급하며 매장에 직접 방문해 향수를 시향하고, 색조 화장품을 테스트해보고 구매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운동하기

#오운완 인증이 일상인 젠지 세대는 럭셔리 뷰티를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중 12%는 ‘운동하기’를 선택했다. 필라테스, SNPE 같은 체형 교정 운동, 퍼스널 트레이닝 등 일대일 맞춤 수업은 비용이 상당한 편이지만 섬세한 관리가 가능하기에 만족도가 높다. “일대일 필라테스 수업을 다니면서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어요. 몸의 근육을 길게 사용하는 법, 전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통해 숨은 키도 찾고 틀어진 자세도 어느 정도 회복했죠.”, “SNPE 운동은 몸의 정렬과 재배치를 도와요. 근본적인 보디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설문에 응답한 젠지의 의견처럼 럭셔리의 기본은 건강한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것 아닐까? 

뷰티 클래스 참가

응답자의 8%가 선택한 ‘뷰티 클래스 참가’. 그중에서도 체험형 뷰티에 열광하는 젠지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샤넬 조향 마스터클래스’다. 인스타그램 내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무려 1천 개 이상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샤넬 제품을 선물하거나 선물받은 경우에만 클래스 초대장을 받을 수 있다고. 고즈넉한 북촌 휘겸재에 방문하면 다과를 즐기면서 샤넬 향수를 체험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대면 뷰티 클래스가 주를 이루었지만, 엔데믹을 시작으로 다양한 뷰티 클래스가 열리고 있으니 주목해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