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은 망설이지 않는다. 마침내 당도한 제 세상에서 신나게 뛰놀 뿐.

재킷은 비스킷샵, 스커트와 팬츠는 바이조한솔(Byjohansol), 네크리스는 서울메탈(Seoul Metal), 슈즈와 크롭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는 르메르(Lemaire), 데님 팬츠는 비스킷샵(Biscuitshop), 플리츠스커트는 할로미늄(Halominium),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는 비스킷샵.

휴대폰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리네요. 지금 소속된 회사 없이 모든 스케줄을 혼자 관리하고 있죠?
맞아요. 내일 아침에 또 촬영이 있는데, 입을 옷을 미리 받아둬야 하거든요. 여기저기 연락 올 곳이 많아요. 촬영장 오갈 때 운전도 직접 해요.

체력적으로 지치지는 않아요?
요즘처럼 스케줄이 많을 때는 좀 버겁지만 재미있어요. 저를 또 언제 이렇게 찾아줄까 싶거든요.(웃음) 오늘 화보 찍은 것도 그렇고, 요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다 해내게 되네요.

약 두 달에 걸쳐 방영한 <SNL 코리아 시즌 3>(이하 <SNL>)가 지난달 막을 내렸죠. 이번 시즌 최대 수혜자로 김아영을 꼽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때요?
‘진짜 그런가?’ 싶어요. 얼떨떨한데 그만큼 <SNL>에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재밌게 봐준 분이 많다는 거니까 감사하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눈 마주치면 알아보는 분도 있으시더라고요. “어, ‘눈까리’!” 하면서.(웃음)

자신을 향한 관심에는 어떻게 반응하려 하나요?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 이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할 일을 착실히 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아요. 물론 마냥 재밌을 수만은 없겠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여야죠. 저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SNL> 첫 생방송 날 기억나요?
그럼요! 첫 대본 리딩 때도 생생히 기억나요. 하루 종일 붕 떠 있었다고 해야 하나. 일단 눈앞에 선배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감격스러웠어요. 처음 리허설할 때, 라이브 방송에서 첫 대사를 내뱉을 때는 떨려 죽는 줄 알았고요. 리허설 때는 연기를 하면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으니 무섭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압도당한 것 같아요.

1화와 마지막 10화 때 마음가짐을 비교해보면 어때요? 압박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글쎄요. 끝까지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즐겁게 해낼 수 있었던 건 선배들의 응원 덕이에요. 준비하다 보면 역할이 바뀌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하는데, 그런 상황을 처음 겪다 보니 저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거예요. 대사 하나가 빠지기라도 하면 ‘내가 못해서인가?’ 싶고요. 그때 (주)현영이가 그런 말을 해줬어요. 전반적인 방향을 위한 거지, 누가 잘하고 못해서의 문제가 아니니까 위축될 필요 없다고. 어떤 피드백을 받아도 ‘아 그렇구나!’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좋다고요. 그 말에 힘을 내기도 했어요.

아영 씨가 연기한 ‘MZ오피스’ 속 ‘맑은 눈의 광인’ 캐릭터가 큰 화제였죠. 이 인물은 어떻게 준비했어요?
제 첫 대사에 이어서 (김)원훈 오빠가 “뭐야, 저 맑은 눈의 광인은?”이라는 대사를 던져요. 그게 캐릭터의 첫 이미지로 각인된 것 같아요. 그때부터 맑은 눈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이 친구가 일을 진짜 열심히 하거든요. 눈치 있고 살가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가 맡은 일은 책임감을 갖고 해내려는 사람이에요. 그런 아영이의 진가를 보여주고도 싶었어요.

현실의 김아영에게도 같은 모습이 있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뭐 하나에 빠지면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하거든요. 가끔 혼자만의 영역을 지키고 싶을 때도 있고요.

<SNL>을 시작하며 다짐했던, 또는 기대하거나 걱정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한 시즌을 마무리한 지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어때요?
일단 함께한 <SNL> 크루 선배들에게 배운 게 너무 많아서 그저 감사해요. 이 일에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임하는 스태프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 생각해요. 어느 날엔 PD님이 “이 장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기대돼!” 하면서 촬영 전부터 들떠 계신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해 보여서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런 순간을 자주 맞닥뜨릴 수 있는 현장이라 행복했죠.

<SNL> 출연 전에는 ‘짧은 대본’ ‘너덜트’ 같은 유튜브 콘텐츠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어요. 연기 경험을 쌓는 발판으로 먼저 웹 콘텐츠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일부러 웹 콘텐츠 쪽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우연히 웹 드라마에서 첫 기회를 잡았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짧은 대본’은 4년 가까이 해온 만큼 애착이 많이 가요. 배우로서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콘텐츠예요. <SNL>에서도 ‘짧은 대본’이랑 ‘너덜트’ 보고 연락하셨다고 들었어요.

오디션 보러 오라고요?
네. 연락 받고 소름이 쫙 돋았어요. 내가 지금까지 해온 연기를 누군가는 봐주고 있었다니까 감격스럽더라고요. 연기를 업으로 삼고는 있지만 왠지 기약 없는 일처럼 느낄 때가 많았거든요.

‘짧은 대본’과 ‘너덜트’, 그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었던 건가요?
그렇죠. 저는 ‘하다 보면 길이 있을 거야’ 같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든요.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냉정해지려는 면이 있어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계속 의심하는 거죠. 결국엔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새로운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조급해질 때는 어떻게 해요?
조급함은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따라올 것 같은데.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지금보다 발전해보겠다 마음먹으면 좀 나아지는 것 같아요. 그 작은 격차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는 거죠.

개인 유튜브 채널 ‘아영세상’에서는 희극 연기를 하는 김아영과는 사뭇 다른 얼굴도 볼 수 있던데요. 아영 씨에게 유튜브는 어떤 공간이에요?
마냥 행복하고 아름다운 거 말고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도 대수롭지 않게 꺼내 보일 수 있는 곳요. 사람이 늘 밝고 긍정적일 수는 없잖아요. ‘아영세상’은 어느 누가 부정적인 말을 하거나 지치고 힘든 모습을 비춰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요. 브이로그 콘텐츠 특성상 정돈된 일상, 특히 그 안에서도 행복한 부분을 많이 보여주게 되는데, 그 반대 지점도 있는 그대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여러분이 이상한 게 아니에요!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답니다?”라고 얘기해주는 채널이 되었으면 해요.

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 하죠?
네. 중고등학생 때부터 영상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친구 생일이나 졸업식 같은 이벤트가 있는 날에 영상 찍어서 선물하고는 했거든요. 지금 브이로그로 통용되는 콘텐츠를 어릴 때부터 만들어온 거죠. 요즘은 바빠서 자주 업로드하지는 못하지만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유튜브는 앞으로도 계속할 거예요.

학창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줄곧 연기를 꿈꿨나요?
제가 삼수를 해서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진짜 연기를 하고 싶어 입시 준비를 한 게 아니라 대학 가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막상 대학에 가보니 회의감이 들었어요. ‘연기가 하고 싶었던 거라면 현장을 경험해보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대학에 왔지?’ 싶었던 거죠. 근데 또 제가 눈앞에 닥친 일은 성실히 하는 성격이라 학교에서 하는 공연은 엄청 열심히 했어요.(웃음) 마음 한편엔 ‘내가 무슨 배우야. 연기 안 해!’라는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요.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어요?
교환학생으로 중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큰 역할을 했죠. 낯선 환경에 혼자 있다 보니 그제야 연기에 갈증을 느끼는 저 자신이 보였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학 입시를 제외하고는 인생에서 도전이랄 게 없었더라고요. 연기를 하고 싶지만 시작이 두려웠던 거예요.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그때 이후로는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어요. 여전히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최소한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대신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지, 어떤 걸 보완해야 할지를 계속 고민하죠.

지금 연기를 제외하고는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아영세상’! 이 채널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지금 ‘아영세상’에 업로드된 영상은 일이 없을 때 구상한 것이 많은데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면서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을 씻어낼 수 있었어요. 요즘도 여유가 생길 때마다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그려봐요.

예정된 차기 작품도 있어요? 앞으로 연기하는 김아영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어요. 잊힐 때쯤 어딘가에서 불쑥 나올 수도 있어요. 당분간 기쁜 마음으로 들어온 일을 해내려고요. 또 모르죠. 그러다 보면 지금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게 될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