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뷰티에 과학적 혁신을 더했다. 자연 성분에 엄격한 임상 기준을 적용해 탄생한 클린니컬 뷰티에 관하여. 

최근 몇 년 동안 클린 뷰티는 뷰티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웰니스 뷰티 구루로 알려진 헤일리 비버, 로지 헌팅턴 휘틀리 같은 스타들이 직접 나서 ‘클린한’ 제품을 선호한다고 밝혔고, 업계에서도 친환경 제품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클린 뷰티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고, 브랜드는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며 앞다퉈 ‘클린한’ 제품을 출시 중이다. 이제 클린 제품만 고집하는 소비자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한다. 클린 뷰티 제품과 임상적으로 입증된 결과가 있지만, 파라벤과 프탈레이트, 황산염처럼 잠재적으로 자극적이라고 판단된 고기능성 제품 사이에서. 이런 고민은 클린 뷰티 제품의 효능이 아쉽다는 전제하에 출발한다. 클라뷰의 브랜드 매니저 이지현은 “깨끗한 원료는 피부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성분이 피부에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죠. 소비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고요. 피부에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력이 클린 화장품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중심에 선 클린뷰티가 나아갈 방향 

팬데믹 장기화로 손 세정제와 각종 표백제 및 항균 제품은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치자 소비자도 기존의 뷰티 루틴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자연주의와 윤리적인 소비는 고수하되 기본 위생과 안전을 희생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진 것. 이 같은 의식의 변화에 맞춰 뷰티 업계의 ‘클린한’ 움직임도 바뀌기 시작했다. 먼저 화학물을 다루는 방식과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부제나 살균제를 전혀 쓰지 않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의문도 대두되었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변질되지 않도록 제품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 보존에 필요한 안전한 합성물을 넣게 된다. 이런 합성물 첨가를 무작정 비판하기보다는 피부에 유해한 성분을 완전히 배제했는지부터 평가해야 한다. 천연 성분이 합성 성분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알레르기 반응이 심한 천연 성분이 있는 반면, 합성 대체 성분이지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천연 성분을 피부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진보한 과학기술의 개입도 필요하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천연 성분은 피부 흡수에 최적의 형태로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다. 

 

클린니컬 뷰티의 시대가 열리다 

화장품 연구원이자 뷰티스탯의 설립자 론 로빈슨은 “소비자는 안전한 원료를 넣은 화장품을 원하는 동시에 제품을 사용하며 실제 변화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라고 말한다. 벤스킨케어의 글로벌 대표 브라이언 오 역시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궁극적 목표는 피부 고민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빠른 결과를 확인하려고 합니다”라며, 최근 부상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클린 뷰티는 이전 트렌드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클린 뷰티가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안전한 성분이 모든 화장품의 전제 조건이기는 하다. 하지만 임상으로 검증한 과학적 효능까지 갖춰야 한다. 즉, ‘클린(Clean)’과 ‘클리니컬(Clinical)’ 두 단어를 합친 ‘클린니컬’ 뷰티 브랜드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 ‘클린니컬’은 컬트 뷰티의 공동 창립자 알렉시아 잉게가 매거진 <글래머 UK>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했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클린’은 ‘클린니컬’로 진화했습니다. 클린 뷰티와 기능성 스킨케어의 결합이죠. 자연 성분을 사용하되 실험실에서 제품의 성능을 증진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화학물질로 제품 오염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합니다.” 실험실에서 자연 성분을 그대로 재연하거나 엄격한 인증 과정을 거쳐 천연 성분의 안전성을 확보한 거다. 생명과학, 생체 모방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혁신을 거듭하는 뷰티 업계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업체 NPD 그룹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클린니컬 브랜드의 수익이 무려 55% 증가했다고 한다. 클린니컬 뷰티 브랜드는 자연 성분에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피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이오이펙트는 아이슬란드 과학자 세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로,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해 보리에서 배양한 세계 최초의 식물 기반 EGF를 활용한다.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을 촉진해 건강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유지하도록 돕는 성분이다. 천연 활성 성분 최적화를 연구하는 벤스킨케어는 유효 성분을 피부 속 깊숙이 전달하는 ‘다층 구조 운반체 전달 테크놀로지’를 통해 성분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피부에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했다. 렌의 글로벌 홍보대사 데이비드 델포트는 “모든 포뮬러는 전문적인 화장품 안정성 평가 보고서를 취득한 후 출시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클린한 원료와 다양한 임상 실험 및 연구가 결합되면 제품 전체 제조 과정의 전반적인 관리가 수월해진다. 세포의 배양 조건, 품질을 실험실에서 균일하게 유지해 변수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또 자연에서 대규모의 성분 추출이 필요하지 않아 지속가능한 뷰티를 실천할 수 있다. 제품의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은 피부과 의사의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브랜드는 환자들의 경험과 피드백을 기반으로 재빠르게 새로운 화장품을 출시해낸다. 알렉시아 잉게는 “코로나19 이후 대중은 전보다 전문가의 과학적인 조언을 따르는 데 익숙해졌어요. 피부과 전문의의 전문성을 앞세운 ‘닥터 브랜드’가 재각광을 받고 있죠. 이 또한 ‘클린니컬’ 트렌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요. 또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뷰티 업계에도 서서히 등장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생물의학 과학자이자 의사인 아우구스티누스 바더는 심한 화상을 입은 피부를 치료하려고 처음 개발한 복합체 TFC8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손상된 조직은 자극적인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바이더는 자신이 론칭한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을 배제함으로써 태어났다”고 말한다. 국내에도 이와 결을 같이하는 클린니컬 뷰티 브랜드가 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이 닥터지에 이어 론칭한 브랜드 비비드로우는 자극 없이 순한 성분에 안티에이징이란 의학적 근거를 더한 클린니컬 뷰티를 선보인다. 김홍석 원장이 소개하는 더센트는 불필요한 원료를 최소화한 클린 더마 브랜드로 논문과 연구를 통해 입증한, 여드름과 피부 색소침착에 뛰어난 성분을 배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물론 임상 실험을 통해 효과와 안정성도 검증받았다.

 

클린니컬이 곧 클린이 될 세상

클린 뷰티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마음과 지갑을 움직인다. 또 클린 뷰티의 가장 이상적인 의미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 의해 정의된다. 코스맥스 홍보팀 이성웅 대리는 “요즘 소비자는 똑똑해요. 본인에게 맞는 제품을 미리 확인하고 구입하죠. 특히 스킨케어는 효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기에 앞으로도 클린 기준은 충족하되, 효능에 대한 임상까지 마친 제품은 더 많이 출시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클린니컬’ 뷰티가 새로운 개념으로 소개되었지만, 앞으로는 클린 뷰티가 곧 클린니컬 뷰티로 통용되지 않을까? ‘클린니컬’이 펼칠 그다음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