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도 괜찮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또 한 번의 새해 앞에서 저마다의 물음표가 부유한다. 밑미는 나를 둘러싼 모든 물음에 ‘리추얼’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밑미는 나다운 모습을 찾는 사람이 모인 커뮤니티 브랜드다. 2021년 6월 성수동에 오프라인 공간 밑미홈을 오픈해 더 많은 모임과 이벤트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밑미를 안전 기지로 삼으면 좋겠어요. 효용과 이익을 따지지 않고 지금의 감각에만 몰입할 수 있는 곳으로요.” 밑미를 만든 손하빈 대표의 말이다. 손 대표와 새해 더 잘 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밑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밑미를 만든 때는 6년간 일한 직장을 그만둘 무렵이었다. 그 당시 번아웃을 심하게 겪은 나를 바로잡으려는 사소한 행동이 시작이었다. 한 끼를 먹어도 나를 돌보는 기분으로 정성스레 상을 차렸고, 일상에서 감사할 이유를 찾아내 기록했다. 밑미에서 리추얼이라고 하는 이 일들이 무너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걸 경험하면서 리추얼을 함께하는 커뮤니티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밑미가 정의하는 ‘리추얼’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리추얼을 직역하면 ‘의식적 행위’쯤 되는데, 이 의미 그대로다. 자신의 삶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활동을 뜻한다.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습관’과는 다르다. 출근길에서 오늘의 기분 상태가 어떤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3분이라도 가진다면 이 또한 리추얼이 될 수 있다. 자신에게만 몰입하는 시간을 몇 번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 전반에 리추얼이 스며든다. 단 1분이라도 시간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1분이라도 시간을 내어 꼭 리추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지금은 중독의 시대다. 하루 중 나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도처에 널린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된 현대인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중독으로 인한 피로를 씻어낼 시간 말이다. 리추얼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내가 희미해지고 무수한 타인이 내세우는 기준을 좇는 중독 경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를 알아가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밑미의 리추얼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멘토, 코치의 역할을 해주는 리추얼 메이커 한 명과 최대 20명의 멤버가 모여 3주간 하나의 리추얼 프로그램에 함께한다. 3주가 지난 후에도 해당 리추얼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멤버가 많다면 언제든 다시 개설한다. 온라인 모임을 기반으로 하되, 멤버의 의지에 따라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도 한다. 

본질만 놓고 본다면 리추얼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커뮤니티 기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함께하는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을 때 리추얼을 오래, 또 깊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건 결국 사람의 손이다. 하지만 성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역시 무턱대고 모든 친구에게 밑미의 리추얼 프로그램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누가 됐든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충분하다면 굳이 외부 커뮤니티를 찾을 필요는 없다.

 

북토크나 심리상담사와 함께하는 콘텐츠도 운영하고 있다. 리추얼 프로그램 외 콘텐츠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일종의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삶에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켜줄 이벤트. 하지만 강연이나 멘토와의 만남이 아무리 내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한들 삶은 관성대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웃음) 그래서 리추얼 프로그램을 만든 거다. 매일 시간을 내서 의식적으로 자극점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리추얼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세. 구체적이고 면밀할수록 좋다.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는 오늘 내가 어디를 갔고, 뭘 먹었고, 하루 동안 감정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도만 들여다봐도 좋다. 관찰을 할 수 있어야 스스로를 돌보고 응원할 수 있다. 흔히 리추얼 하면 지속적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변화를 체감한다면 지속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리추얼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플레이리스트 리추얼은 밑미를 론칭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2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이어져온 프로그램이다. 매일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온전히 음악만 듣는 거다. 늘 음악을 배경에 깔아두는 데 익숙하지 않나. 음악은 감각과 직결되기 때문에 나를 만날 수 있는 정말 좋은 장치다. 

아픈 손가락 같은 리추얼 프로그램도 있을 것 같다.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비건,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된 리추얼이다. 늘 시도는 하는데 최소 인원을 충족하지 못해 번번이 실패한다. 그냥 실천하기도 힘든 일을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계속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스스로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리추얼은 무엇인가?
지금 내가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는 ‘인문학&감정일기’ 리추얼이다. 워낙 즉흥적인 성격이라 일이 휘몰아칠 때는 루틴을 쉽게 깨버리는데, 함께하는 메이트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바빠도 깰 수 없다. 덕분에 밤마다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마음에 쉼을 주는 시간을 짧게라도 꾸준히 가지고 있다. 날것의 감정을 쏟아내면 마음이 말랑해진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리추얼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작심삼일을 10번만 해보면 어떨까? 사실 안 하던 걸 3일만 지속하는 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잠깐 쉬었다 또 3일만 하면 된다. 가장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세우는 편이 효과적이다. 큰 기대와 목표를 버리고 ‘오늘 하루 딱 이만큼만 해볼까?’ 하는 마음. 실제로 나는 달리기를 할 때 1분 뛰려고 나갈 때도 있다.(웃음) 30분 러닝을 목표로 잡으면 몸이 절대 움직이질 않는데, ‘1분만 뛰자’ 생각하면 대충 옷 입고 일어나게 된다.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리추얼에 앞서 나다운 모습을 찾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어제 세수를 했다고 해서 오늘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변화를 주려고 하는 만큼 내면에도 작은 관심을 꺼버리지만 않으면 된다. 종일 집에만 있는 날에는 고양이 세수만 하기도 하지 않나. 이 정도의 마음가짐이면 충분할 것 같다. 아주 가볍게라도 틈틈이, 자주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2023년에 밑미를 통해 새롭게 계획하는 일들이 있나?
밑미는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잃게 되는 공간이 회사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열심히 구상 중이다. 회사 안에서 개인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