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하우스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 

디올 맨의 트레메인 에모리>

디올 맨의 게스트 디자이너 돌풍은 꾸준히 이어진다.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 ERL의 디자이너 엘리 러셀 리네츠가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한 데 이어 데님 티어스의 창립자 트레메인 에모리가 함께한 2023 가을 컬렉션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슈프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인물. 두 브랜드의 이름을 합쳐 탄생한 디올 티어스의 컬렉션은 195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하던 미국에서 핍박을 견디고 활약한 많은 흑인 예술가에 대한 경의를 담았으며, 그 시절 흑인 아이비리그 학생의 패션에서 영감 받은 클래식과 캐주얼을 동시대적으로 결합했다.

버버리의 다니엘 리

소문이 결국 현실이 됐다. 보테가 베네타와의 갑작스러운 고별 인사로 패션계를 충격에 빠뜨린 다니엘 리가 버버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돌아왔다. 그는 ‘뉴 보테가’ 시대를 열며 침체를 겪던 브랜드에 전성기를 선물했다. 현시대 가장 핫한 디자이너인 그의 차기 행보는 모든 패션계의 관심사일 수밖에. 다니엘 리의 첫 번째 버버리 컬렉션은 2023년 2월 런던 패션 위크에서 공개된다.

페라가모의 맥시밀리언 데이비스

혜성처럼 나타나 27세의 어린 나이로 페라가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된 맥시밀리언 데이비스. 202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맥시밀리언을 론칭한 후 감각적인 컬러 매칭과 관능적인 실루엣으로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까지 올랐던 그.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페라가모의 첫 번째 컬렉션은 ‘살바토레’를 지우고 심플해진 로고로 포문을 열었으며, 브랜드가 시작된 할리우드를 키워드로 아카이브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에트로의 마르코 드 빈센조

에트로의 여성, 남성, 그리고 홈 컬렉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마르코 드 빈센조. 펜디의 레더 액세서리 수석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았고, 2009년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복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에트로의 2023 봄/여름 여성 컬렉션을 공개하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첫 성적표를 받았다. 임명 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카이브에 대한 공부보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룩을 선보였다고. 특유의 페이즐리 패턴을 축소한 젊은 감각의 컬렉션으로 에트로가 겪을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앤 드뮐미스터의 루도빅 드 생 세르넹

2020년 7월, 앤 드뮐미스터의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바스티앙 뮤니에르가 떠난 후 약 2년간 공석이었던 자리가 드디어 채워졌다.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이 주인공. 파리 에콜 뒤페레 졸업 후 발망을 거쳐 2017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한 그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파괴하는 젠더 플루이드 룩을 선보여왔다. 실오라기 하나 겨우 걸친 듯 보이는 아찔한 실루엣의 관능적인 무드가 특징. 오는 3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데뷔 쇼가 열릴 예정이다.

피티 워모 103의 마틴 로즈

올해 103회를 맞은 세계 최대의 남성복 박람회 피티 워모. 영향력 있는 게스트 디자이너의 영광은 마틴 로즈에게 돌아갔다.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을 결합한 디자인으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고,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를 돕는 남성복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쌓았다. 2018년에는 영국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하기까지, 그의 행보를 돌아보면 피티 워모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