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잘알’ 셀럽들이 론칭한 가치 있는 패션 브랜드들
지지 하디드부터 퍼렐 윌리엄스, 조세호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다는 점. 그들 각자의 분야가 다른 만큼 취향과 관심사를 한껏 녹여낸 브랜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지지 하디드의 ‘게스트 인 레지던스(Guest in Residence)’지속 가능한 100% 캐시미어 웨어
팔로어 76만 명을 거느린 톱 모델이기 전, 한 아이의 엄마이자 스스로를 사랑하는 여자로서 ‘게스트 인 레지던스(Guest in Residence, 이하 GIR)’를 론칭한 지지 하디드. 수많은 하이패션을 소화한 그녀가 여성들에게 선물하고자 한 옷은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캐시미어 웨어다.
10년 전 캘리포니아에 살던 지지 하디드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뉴욕으로 떠나는 날, 부모님이 챙겨준 스웨터는 고된 스케줄과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당시 건네받은 스웨터는 지금까지도 그녀가 간직하고 있는 어머니의 회색 터틀넥 톱, 아버지의 케이블 카디건이다. 지지 하디드는 이 소중한 경험을 추억하며 브랜드를 소개한다. 계절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스타일링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니트의 따스함을 나누고 싶었다고.
디자인 과정에서 바닥에 무수히 깔린 컬러 스와치들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을 때 제일 신이 났다는 그녀. GIR에는 그만큼 알록달록 선명한 색상의 니트 아이템들이 한가득이다. 색깔 별로 몽땅 옷장에 옮겨 넣고 싶지만 그건 지지 하디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단 하나만이라도 소중히 입히길 바란다. 그래서 소재 선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제품은 내몽골의 혹독한 기후를 견딘 산양의 길고 부드러운 털로 제작된다. 보풀이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생분해성 원사라 내구성도 뛰어나다.
지지 하디드는 GIR 니트웨어가 오랜 시간 곁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두 가지 비법도 전한다. 첫 번째, 캐시미어를 헤어 관리하듯 섬세하게 다뤄라. 샴푸를 사용해 손세탁 하고 머리카락 말리듯 수건에 니트를 말아 넣고 가볍게 짜서 여분의 물기를 제거하길. 두 번째, 스웨터를 입을 때마다 세탁하는 대신 잠들기 전 창밖에 걸어두라. 캐시미어는 천연 섬유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먼지를 배출한다.
영유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100명의 인물들과 함께한 이어 북(YEAR BOOK) 캠페인 영상을 살펴보면 금세 니트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 몸을 따라 흐르는 여유 있는 핏, 간결하지만 색채로운 디자인은 한국인 디자이너 김시저가 맡았다. 띠어리, 더 로우, 핼무트 랭에서 실력을 쌓은 이다. 심플함에서 출발하지만 각자의 개성을 입힌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참고해 니트웨어에 새 생명을 심어보길 바란다.
퍼렐 윌리엄스의 ‘주피터(JOOPITER)’스타의 경매 플랫폼이 창조한 새로운 브랜드
이미 퍼렐 윌리엄스는 쌀가루 클렌저로 입소문을 탄 젠더리스 스킨케어 브랜드 ‘휴먼레이스(Humanrace)’와 패션 디렉터 니고와 함께 만든 캐주얼 브랜드 BBC 아이스크림의 CEO로 유명하다. 그 밖에도 샤넬, 몽클레어, 아디다스 등 럭셔리와 스트리트의 경계를 넘어 수많은 협업 에디션도 선보인 바. 그런 그가 디지털 경매 플랫폼 ‘주피터(JOOPITER)’를 설립했다.
주피터는 11개의 창고에 나누어 보관되고 있던 퍼렐 윌리엄스의 럭셔리 제품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다. 스탁엑스나 리얼리얼 같은 기존의 리셀 사이트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볼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그가 직접 컬렉터블 시장에 뛰어든 것.
중고 마켓에서 값어치를 얻는 척도는 착용 빈도가 적은 희귀한 것에서 온다. 하지만 주피터는 다르다. 데뷔 후 30년 넘는 기간 동안 그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때론 가슴 벅찬 영광의 순간에 기록됐던 물건들. 퍼렐 윌리엄스의 스토리가 장식된 패션 아이템이 모였기에 주피터 자체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경매에 오른 제품들 중 일부의 경우, 실제로 그가 과거에 착용한 모습을 주피터의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월 중순 ‘파라오의 아들’이란 테마로 퍼렐 윌리엄스 소장품 52개를 띄운 첫 디지털 옥션이 열렸다. 동시에 뉴욕 소호에선 경매 이전 미리 물건을 볼 수 있도록 예약제 전시도 진행됐다.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커스텀 워치, 손수 메시지와 일러스트를 페인팅한 스니커즈, 14K 골드 케이스의 블랙베리, BBC 로고를 새긴 루이비통 멀티컬러 모노그램 트렁크 등. 그간 퍼렐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범상치 않은 아이템들이다. 그중 최고가로 낙찰된 제품은 무려 157.58캐럿의 젬스톤들을 세팅한 Jacob & Co. NERD 펜던트 체인 네크리스. $2,184,000(한화 28억 7,632만 원대)에 달한다.
경매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흑인과 라틴계 사업가를 지원하는 단체 블랙 앰비션에 기부됐다. 더불어 기념비적인 경매 물품들을 그래픽화해 프린트 티셔츠도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컬렉션이 경매에 오를지 궁금하다면 주피터 뉴스레터를 구독해 계속 체크해 보길.
조세호의 ‘아모프레(AMOUPRE)’보통이 주인공이 되는 그날을 위해
모델이 입은 광고를 보고 덜컥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고 환불한 경험이 있다. 마네킹에 걸려 있는 옷을 사서 몸에 맞춰 수선하다 보면 본래의 디자인이 망가지는 일도 허다하다. 조세호의 ‘아모프레(amoupre)’는 ‘현실 기장’이라는 키워드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옷을 소개한다.일이 들쑥날쑥한 방송인의 숙명은 신인 시절 그에게 박탈감을 안기기도 했다. 일이 없어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멋진 옷을 입어 보며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 되뇌고 다시 힘을 얻곤 했다. 패션은 그에게 곧 자기 개발인 셈이었다. 덕분에 지금도 조세호 하면 몇몇의 브랜드 네임들이 먼저 떠오르지 않는가. 여행을 가도 그의 행선지는 지역 유명 부티크였다. 하지만 옷을 구입하곤 곧장 ‘수선 맛집’을 검색하기 바빴다. 마네킹과 완전히 다른 그의 몸에 옷을 다시 맞춰야 했으니까.
조세호가 가장 주력하는 아이템은 바지다. 허리에 맞추면 기장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길이를 잘라내면 본래의 디자인을 온전히 즐길 수 없다. 그는 브랜드를 기획하고 코오롱 Fnc와 함께 대한민국 평균 남성들의 체형과 신장(173.3cm)을 분석하는 작업을 가장 먼저 했다. 패턴 단계부터 무릎과 밑단의 기준 높이를 조절했고 최적의 핏을 완성한 것. 소재 또한 원사부터 엄선해 국내에서 제작하고 고품질의 스트레치 데님을 활용해 편안함을 업그레이드했다.
아모프레는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옷이기 때문에 시즌 컬렉션 전개가 아닌 아이템 중심으로 드롭 방식으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대중들의 반응을 살피고 피드백을 얻기 위함이다.
GD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한 스마일 티셔츠도 바로 아모프레의 제품. 조세호의 사인을 캐릭터로 만든 조셉 스마일이다. 맨투맨이나 볼 캡 등 데일리 아이템에 프린트 혹은 수 놓여 그가 주는 웃음처럼 스타일에 위트를 가미한다.
- 에디터
- 최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