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순수를 그리는 머드 더 스튜던트의 세계. 거기에 어른은 없다. 

헤드피스는 이상란(Sanglan Lee), 톱과 카디건, 스커트는 모두 엘에프엠(LFM), 슈즈는 로에베(Loewe),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은 플라이스(PLYS), 레이어링한 팬츠와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밤에도 또 스케줄이 있다던데. 한창 콘서트 준비중이죠?
요즘 콘서트 생각밖에 안 하고 살아요. 매일같이 연습하고 있고요. 내일도 장비 사러 가야 해요. 여러모로 공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바밍타이거가 크게 주목받았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는데, 소감이 어때요?
설레죠. 올해 발매한 싱글 ‘섹시 느낌’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 사실이 머드 더 스튜던트로서 콘서트를 준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바밍타이거는 늘 저를 응원해주는 가족이자 친구, 든든한 지원군이라서 어떤 걸 해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요. 바밍타이거에 합류하고 나서 2년간은 연습생이나 다름없었어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부담감 같은 건 그때 다 느낀 것 같아요. 지금은 바밍타이거 안에서 활동할 수 있어 그저 행복해요. 콘서트를 준비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번 콘서트 제목이 ‘현실주의자들 죽이는 피터팬’이에요. 무슨 뜻이에요?
미니 앨범 <Field Trip>이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 사회에서 겪는 트러블을 말하는 앨범이거든요. 지금까지의 작업물 중에서는 저를 가장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명의 수록곡 가사를 가져다 제목으로 썼어요. 지금까지 믹스테이프 석 장이랑 EP, 싱글 앨범을 하나씩 냈는데, 이 모든 결과물을 관통하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현실주의자들 죽이는 피터팬’, 좀 로맨틱한 것 같아요.(웃음)

완전한 어른의 기준은 뭐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믹스테이프나 <Field Trip>에서 표현한 어른은 순수함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었어요.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순수함을 잃고 현실과 타협하다 무뎌진 사람들이 떠올라요.

머드 더 스튜던트는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제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해요. 아이가 되고 싶은 어른요. 뭐, 진짜 아이일 수도 있고요.

<쇼미더머니10> 이후 지금까지 딱 1년이 흘렀어요. 그동안의 시간을 반추해보면 어때요?
작년 이맘때쯤에는 뿌듯함을 엄청 느꼈어요. 정말 열심히 살았고 배운 것도 많았으니까요. 바쁨의 정도로 보면 2022년도 절대 뒤지지 않는데, 이상하게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작업물의 양에 대한 아쉬움이었어요. 2022년에 꼭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그 아쉬움을 어떻게 달랠 생각이에요?
내년을 위한 동기로 가져다 쓰려고요. 최근 한두 달 사이 정규 앨범의 방향을 다시 잡았거든요. 올해가 그만큼 저한테 영향을 미치고 가르침을 주는 일이 많았다는 거겠죠. 바쁜 일정을 비집고 어떻게든 작업을 했더라면 앨범을 낼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무리해서 앨범을 냈다면 후회했겠다 싶어요. 지금은 크게 아쉽지 않아요.

정규 앨범의 방향을 바꾸는 건 꽤 큰일이잖아요. 계기가 있었어요?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2022년에 겪은 많은 일이 쌓여 자연스럽게 변화를 끌어낸 것 같아요. 인터뷰할 때마다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느냐는 질문에는 늘 스마트폰이라고 답하는데, 정규 앨범도 마찬가지겠죠. 인터넷상에서 흡수한 무수한 정보를 머드화해서 배설한 게 제가 하는 음악이니까요. 싱글 ‘사랑은 유사과학’도 많은 영향을 줬어요. 피처링을 도와준 장기하 형님과의 만남도요.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웃음)

‘사랑은 유사과학’은 <쇼미더머니10> 이후로 처음 내놓는 곡이었죠. 부담이 있었나요?
<쇼미더머니10>에 출연한 데는 대중적인 감각을 익히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어요. 그 무렵쯤 팝에 빠져 있었거든요. 실제로 비오의 랩 메이킹, 그레이의 시퀀싱을 직접 보면서 진짜 많이 배웠어요. 흡수한 걸 빨리 표현해보고 싶었고요. 그래서 조급했고 부담도 됐죠. 저한테는 도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어떤 점에서요?
그동안 실험적인 노선을 주로 택해온 제가 대중적 요소를 가미한 음악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까지도 곡을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코트는 아더에러(Ader Error), 헤드피스는 이상란,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과 스커트는 세메터리 파크(Cemetery Park), 팬츠는 혜인서 (Hyein Seo), 가방은 코치(Coach), 슈즈는 로에베, 반지와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도전 뒤에는 어떤 것이 남았나요?
일단. 살짝 즐겼다?(웃음) 그 이후 광고 작업도 하면서 대중성에 대한 고찰을 했어요. 요즘엔 다시 내가 하던 음악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방송에서 보인 단편적인 모습뿐 아니라 제 음악 세계에도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머드 더 스튜던트를 향해 독보적이고 새로운 걸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 이런 반응도 되게 재밌어요.

장기하의 피처링도 화제였죠. 어떻게 성사된 건가요?
제가 <쇼미더머니10> 나온 걸 보고 먼저 샤라웃(Shout Out)해주셨어요. 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다가 피처링을 부탁드렸죠. 평소에도 정말 좋아하던 아티스트였는데, 이번 작업을 계기로 그 이유를 새삼 되돌아보게 됐어요. 그렇게 얻어낸 결론이 저라는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고요. 만날 때마다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용기가 났어요.

머드 더 스튜던트는 왜 장기하여야만 했나요?
하나의 키워드를 도출했는데, 막상 들으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근데 그게 다음 앨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비밀이 많네요?(웃음)
하하. 의도한 건 아닌데.(웃음) 새로운 앨범에서도 그간 제게 영향을 미친 모든 정보와 경험을 조합해 배설할 거예요. 특히 사운드적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비와 악기를 더 많이 다룰 줄 알게 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어요. 예전엔 시퀀서 안에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가상 악기밖에 쓸 줄 몰랐다면, 이제는 상황에 맞게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죠. 더 재밌어졌어요.

작업의 과정을 말할 때 ‘배설’이라는 단어를 자주 써요. 이유가 있어요?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음악을 할 때는 어떤 목표를 세우지 않았어요. 제 안의 창작 욕구를 해소한다는 생각으로 했으니까요. 너무 재미있으니까, 하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하는 작업에 가까웠죠. 이제는 마냥 학창 시절처럼 하고 싶은 음악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적어도 <Field Trip> 때까지의 작업물은 순수한 배설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음악요.

머드 더 스튜던트를 ‘천재’라 칭하는 이들도 많죠.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글쎄요. 천재라는 단어는 저와 어울리지 않아요. 제가 관심을 갖고 보여준 결과물이 주로 서브컬처에 맞닿아 있어요. <Field Trip>에 담긴 1980~90년대 인디 얼터 록과 IDM의 소스는 주류가 아니잖아요. 그만큼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 아닐까요? 사실 이렇게 장르를 나열하며 얘기하는 것도 민망해요. 단순히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에서 영향을 받아 표현하는 것뿐이라서.

음악 작업을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게 있어요?
앨범마다 달라져요. 딱히 얽매여 있는 게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다만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음악을 하는 만큼 지키려는 방식은 있어요. 꼭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큰 줄기로 잡아두고 배설을 해나가는 거예요. 먼저 배설을 하고 줄기를 맞춰도 되고요. 첫 믹스테이프를 내기도 전, 그러니까 중고등학생 때 만든 비트 모음집이 있거든요? 최근에 다시 들어봤는데 진짜 틀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걸 들어보면 그때의 제가 가장 순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진짜 순수해요.

지난, 또는 과거의 작업물도 들여다보나 봐요?
가끔요. <쇼미더머니10> 무대 준비하면서 잘 안 풀릴 때 <Field Trip> 데모곡을 들은 적이 있어요. 완전 구린 사운드에 날것의 음악이더라고요. 근데 너무 좋았어요. 마음속 깊숙이 있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느낌. 딱 그랬어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가장 순수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을 습관처럼 되뇌어요. 슬픔이나 아픔, 고통 같은 힘든 감정도 종종 곱씹고 기억해두려는 편이고요. 그때의, 혹은 지금의 윤승민이 아니라면 겪지 못할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