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입학, 첫 배역… 오예주 앞에는 가슴 뛰는 단어가 가득하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YCH.

오예주. 이름이 참 예뻐요. 본인 이름을 좋아하나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만족도로 따지면 최상이죠. 제 이름에는 받침이 없어요. 쓰기 편하고 동글동글해서 좋아해요. 예도 예(禮)에, 구슬 주(珠)를 써요. 정말 구슬 같지 않나요?

누가 지어줬어요?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어요. 흔한 이름이 아니라는 점도 만족스러워요. 제가 세 자매 중 막내인데, 언니들 이름에도 모두 ‘예’ 자가 들어가요.

TV에 나오는 동생을 본 언니들 반응은 어때요?
“네가 저 작품에 왜 나오냐.” “저게 너냐?” 하면서 장난치는데, 속으로는 걱정도 좀 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또래보다 빨리 시작했으니까요. 큰언니와는 다섯 살, 작은언니와는 두 살 터울이에요.

드라마 <슈룹> 오디션 합격 소식은 누구에게 가장 먼저 알렸어요?
부모님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열렬히 응원해주고 계세요. 네가 하는 걸 믿고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주셨죠. 청하 역할에 경쟁률이 세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1차, 2차 그리고 최종 합격 소식을 듣는 순간까지 얼떨떨했어요.

치열한 여정이었겠어요. 3차까지 이어진 오디션 과정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나요?
마지막 오디션요. 1차, 2차 오디션과 다르게 머리를 바짝 쪽 지고 한복을 입었어요. 카메라도 있어서 진짜 촬영하는 것 같았죠. 감독님이 지금 나온 따끈따끈한 글이라며 즉석에서 대본을 주시고 10~15분 정도 연습하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바로 연기를 했죠. 성남대군과 만월도에서 처음 만나는 신이었어요. 감독님이 이날 제 모습을 보고 합격시키기로 마음먹으셨대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즉석 연기를 할 때 제 모습이 청하와 가장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과 작가님 모두 꾸미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셨어요.

정작 본인은 감독님께서 어떤 역이 잘 어울릴 것 같으냐는 질문에 ‘초월’을 꼽았다면서요.
초월과 제가 어울린다기보다는 청하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제 실제 성격과 다르거든요.

오히려 너무 달라서 연기를 하면서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오예주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도 있지 않았어요?
맞아요. 평소에 저는 청하만큼 텐션이 높지 않아요. 유쾌하고 발랄한 청하를 연기하면서 텐션을 끌어올렸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반대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당당하고 도전적인 청하의 말과 행동이 자칫 예의 없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어요. 당돌한 것과 예의가 없는 건 한 끗 차이잖아요. 그 지점을 오래 고민했어요.

그렇게 찾은 답은 뭐예요?
웃음요. 천성이 밝고 유쾌한 청하를 표현하기 위해 늘 웃음기 담은 표정을 지으려고 했어요. 밝은 웃음이 포인트였죠.

주변에 청하와 비슷한 사람을 본 적 있어요?
본 적 없는 유형이에요. 청하를 만나고 저 스스로도 많이 배웠어요. 청하는 모든 일에 물음표를 띄우는 아이예요. 호기심 많고 당돌하고 똑똑하죠. 중전마마 앞에서도 궁금한 지점이 있으면 참지 않아요. 그리고 그 궁금증이 결국 무언가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요. 저와는 다른 모습을 보면서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나를 위해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 싶었죠.

배우 김해숙, 김혜수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도 함께한 현장이었죠. 동료 배우들을 보면서 얻은 교훈이 있나요?
같은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서 늘 긴장했어요. 긴장한 티를 내면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최대한 숨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드러나더라고요. 선배님들이 많이 조언해주셔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어요.

 

셔츠와 코트는 토즈(Tod’s).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어요?
김혜수 선배님이 기억에 남아요. “잘했든 못했든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앞으로 할 것에 집중해라. 그럼 훗날 네가 더 성장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야. 네가 너를 믿고 자신감 있게 연기해라.”라고 하셨어요.  배우로서 똘똘함을 가지고 있다는 칭찬도 큰 힘이 됐죠.

SNS에서 <슈룹> 배우들의 우정도 화제였어요. 성남대군을 맡은 배우 문상민과의 케미는 어땠어요?
제가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어요. ‘제일 응원하는 커플이다’ ‘성남대군은 청하한테 잘해줘라’ 같은 피드백을 보면 뿌듯하더라고요. 학교에 가면 문상민 배우의 인기를 실감해요. “성남대군 어때? 잘생겼어? 친해?” 하고 친구들이 엄청나게 물어봐요. 사인 요청을 받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이성에 관심이 많을 때라서 더 그런가 봐요.(웃음)

예고가 아닌 일반고에 진학했어요.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연기를 한다는 사실이 쑥스러웠는데, 학생의 본분을 지키며 남보다 먼저 일을 시작한 것뿐이지 크게 다를 건 없더라고요.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제가 배우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쪽 일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이 됐고 아역 배우들이 있는 소속사에 들어갔어요. 연기보다는 광고, CF 모델로 주로 활동했고요. 계약 기간이 끝날 때쯤 한 광고 촬영장에서 만난 스타일리스트가 현 소속사를 소개해줬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웠죠.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나요?
처음에는 연기라는 걸 아예 모르니까 두려움이 컸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게 연기를 배울 기회가 주어진 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재미있지만 이번 작품을 경험하면서 마냥 편하게만은 접근할 수 없다는 부담이 좀 느껴졌어요.

벌써 그런 생각을 해요?
<갯마을 차차차> <지금부터, 쇼타임!>에서는 아역으로만 출연했어요. <슈룹>의 청하가 제 이름으로 하는 오롯한 배역이에요.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고,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새로운 연기 세계를 알게 된 것 같아요.

화보 촬영, 라운딩 인터뷰 등 모든 것이 처음이에요. 새해를 앞두고 설렘과 부담, 어떤 감정이 앞서요?
아주아주 설레요. ‘내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 ‘나는 그 일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등등 다 기대돼요. 걱정보다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잘 하겠지’ 싶어요. 한 달 뒤면 성인이 된다는 점이 제일 기다려져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학창 시절이 아쉽지는 않아요?
코로나 때문에 아쉬운 건 많아요. 3년 동안 짝꿍이 없었어요. 수학여행도 못 가봤고요. 그런데 대학 가면 이제 다 할 수 있잖아요!

필모그래피에 꼭 올리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강한 인물요. 단단한 캐릭터가 욕심나요. 모든 고난을 겪었지만 그걸 잘 극복한 단단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 같은 인물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 자체에서 깊은 오라가 풍겨 나오는 사람요. 또 책임감 있고 단단한 사람.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인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고, 이로운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잘하는 건 배우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임무고요.

오늘 예주 씨의 답변에 ‘단단함’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요. 어떤 사람을 단단하다고 생각해요?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는 사람요. 거를 건 거르고 새길 건 마음속에 새기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게 단단한 사람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