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찬란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미지의 세계 카타르 도하에서 두 개의 경기를 보며 직접 목도한, 잊을 수 없는 열기로 가득한 순간. 

카타라 문화 마을에서 보이는 전통 양식의 건물.

가나, 포르투갈전이 열린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1 한국과 가나와의 경기 준비에 한창인 경기장 모습.  2,3 세계인의 축제 현장인 수크 와키프 시장 풍경.

카타르는 미지의 국가다. 도하 땅을 밟기 전까지 월드컵 개최지라는 사실 외에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만 경험했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도착했을 때도 생소함은 여전했다. 망토 같은 아바야를 입고 히잡을 쓴 여성과 원피스를 닮은 칸두라를 입은 남성, 경쾌한 리듬으로 쏟아지는 아랍어는 여행의 설렘을 증폭시켰다. 시선이 머무는 모든 곳에는 월드컵과 관련한 사진과 응원으로 가득했다. 이번 월드컵의 슬로건 ‘Expect Amazing’만큼 놀라운 일은 경기장 안팎의 도하 도심 곳곳에서 펼쳐졌다. 낯선 곳에서의 탐험이 특별한 이유는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로 만난 이들과 취향이 깃든 여행을 완성할 수 있는 에피소드 트립이 함께한 덕분이다. 축구 선수 이동국이 호스트로 나서며 ‘카타르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꾸려진 이 프로그램은 한국전 관람과 함께 알찬 콘텐츠로 가득했다. 1%의 돌발 상황이 발생해 여행의 설렘이 흐트러지지 않게 만전을 기한 점 역시 강점. 월드컵 성수기를 맞은 숙소 대란 속에서 카타르에 정박한 5성급 크루즈 호텔에 머물 수 있고, 식사와 음료 등이 제공되는 경기장의 1등석 호스피탈리티 패키지를 확보하는 등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PASSION OF THE WORLDCUP 

월드컵의 열기는 도하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터번 장식을 한 이번 월드컵의 마스코트 라이브(La’eeb)가 활기찬 표정으로 천장을 둥둥 떠다니고 마스크를 벗은 관광객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빨간색 국가 대표 유니폼을 입고 거리에 나서자 만나는 사람마다 ‘Go Korea’라는 응원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에피소드 트립의 월드컵 원정대로 떠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국의 조별 예선전 관람이다. 월드컵 경기를 ‘직관’한다는 부푼 마음으로 가나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Education City Stadium)에 입성했다. 알라이얀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 한복판에 터를 잡은 이 경기장은 건축가 펜윅 아리바렌이 톱니 모양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디자인했다. 경기장은 무더운 날씨와는 다른 세계인 듯 쾌적했다. 태극 전사의 입장으로 가슴이 웅장해졌고 어느 때보다 애국가를 열창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잔뜩 부푼 마음과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가나와의 경기는 후반전에 터진 조규성 선수의 폭발적 2골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잔디 위를 질주한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포르투갈전은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었다. 황희찬, 김영권 선수의 득점으로 붉은 악마의 기세는 카타르 하늘을 찌를 듯했다. 포르투갈을 꺾은 뒤에도 선수들은 마음껏 포효하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서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 결과를 초조히 기다렸다. 경기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마침내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 곳곳에서 눈물과 함성이 터졌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2월 6일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대회를 마감했지만,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쾌거, 세계적인 구단의 눈을 반짝이게 한 선수들의 활약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형용할 수 없는 뭉클한 승리의 현장이 눈앞에 선연하다. 

카타르 월드컵은 선수들이 땀 흘리는 경기장에서만 펼쳐지지 않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전 세계 사람들은 울고 웃고 응원했다. 도하 알비다 파크에 마련된 팬 페스티벌은 월드컵이 세계인의 축제임을 몸소 깨닫게 했다. 호시탐탐 손흥민 선수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탐내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구애도 쏟아졌다. 에피소드 트립과 함께한 여행에서 월드컵에 과몰입할 수 있었던 건 동행한 멤버 덕이었다. 월드컵 경기 관람을 위해 준비된 여정에는 공통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과 특별한 호스트가 있었다. 여정에 함께한 전 국가 대표 축구 선수 이동국은 경기 전후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전직 선수 입장에서 바라본 국가 대표 선수의 컨디션과 전략 등 그의 입에서 쏟아진 비하인드는 경기 관람의 집중도를 높였다. ‘축덕’과 관람한 여행은 응원의 밀도를 높이고 경기의 이해를 도왔다. 역시 모든 경험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추억의 가치가 달라진다. 

 

1 편안하고 쾌적한 시설을 갖춘 MSC 월드 유로파 크루즈 호텔 로비. 
2 수크 와키프 전통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카타르의 공예품.

A WHOLE NEW WORLD 

카타르의 하루는 대부분 오후 2시 이후 느지막이 시작된다. 국토 전체가 건조한 사막기후에 속하는 뜨거운 날씨 탓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되는 여름은 최고 기온 50℃를 웃돈다. 계절이 가을로 넘어왔음에도 한낮의 태양은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다. 호텔에서 여유롭게 조식을 즐긴 뒤 셔틀버스를 타고 우리가 향한 곳은 카타르 국립 박물관이다. 경기와 경기 사이 승부욕으로 한껏 달아오른 마음을 식히기 위해 찾은 첫 번째 여행지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카타르 사막에서 발견되는 사막장미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건축물이다. 카타르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은 11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카타르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알차게 담겼다. 전시장 구석구석 설치된 아티스트의 작품은 갤러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유려하다. 건물 입구에는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이 자리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 선선해진 바람의 품으로 걷다 보면 코니시 해변을 마주한다. 도하의 주요 건물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코니시 거리로 이어진다. 빌딩 숲을 마주 보고 형성된 해변 산책로에서는 도하의 마천루를 한눈에 담았다. 

저물녘의 카타르는 낮보다 화려하다. 카타르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가이드의 추천으로 발걸음을 재촉해 수크 와키프(Souq Waqif) 시장으로 향했다. 경기가 열리는 밤이면 서울의 거리 응원 열기 뺨치는 응원전이 이 시장에서 펼쳐진다. 도하 시내에 위치한 전통 시장은 양탄자와 공예품, 장신구와 각종 향신료를 판매한다. 낯선 풍경과 향기, 음악의 향연으로 이국적인 분위기에 압도됐다. 카타르를 좀 더 깊이 느끼고 싶으면 카타라 문화 마을을 꼼꼼히 들여다볼 것. 카타라 문화 마을은 석유와 천연가스로 부의 도시가 되기 이전에 어업으로 생계를 이끌던 카타르 모습을 재현해놓은 곳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무채색의 단조로운 건물과 상인의 모습이 월드컵의 열기를 잊은 채 천천히 흘러간다. 나라의 규모가 경기도 정도인 카타르에서는 원하는 여행지에 언제든 손쉽게 닿을 수 있다. 월드컵을 위해 방문한 사람들에게 발급되는 하야(Haaya) 카드가 있으면 버스와 지하철이 모두 무료니까. 수조원을 통해 건설한 메트로는 여행 내내 훌륭한 이동 수단이 되었다. 메트로의 안내원들이 각자의 흥으로 월드컵 밈을 창조한 ‘Metro This Way’는 더위로 축 처진 텐션에 수시로 흥을 불어넣는다. 호텔로 안전하게 돌아와 온종일 흘린 땀을 식히기 위해 테라스에 앉았다. 끝없이 펼쳐진 페르시아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늘 꿈꿔온 모험의 짜릿한 낭만을 카타르에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