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 게 잘될지도 몰라! 엔데믹 무드와 함께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다. 답답하거나 설레거나.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기쁨을 준 것 역시 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었다.

Art in Seoul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첫 아시아 진출지로 한국 서울을 택했다. 9월 2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에는 21개국에서 갤러리 110여 곳이 참여했다. 개막 첫날 LGDR, 블럼앤포 등 갤러리는 전시한 모든 작품을 팔았고, 폐막 2시간 전까지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도 같은 기간에 개최됐다. 두 아트페어에는 누적 방문을 제외한 7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확한 전체 작품 거래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의 판매액은 각각 6천5백억원, 7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프리즈>는 뉴욕, LA에서보다 증가했고, <키아프>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기록을 웃돈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부터 5년간 <키아프 서울>과 공동 개최를 약속한 만큼, 앞으로의 <키아프리즈(KIAF+FRIEZE)>가 더욱 기대된다.

NFT가 뭐길래

지난 10월 영국 화가 데이미언 허스트가 NFT로 팔린 자신의 작품 원본 수천 점을 태우는 모습이 SNS로 생중계되었다. 한 점에 2천 달러에 판매된 작품은 순식간에 재로 남았다. 이 황당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월에는 블록체인 기술 업체 ‘프리다.NFT’의 창업자 마르틴 모바라크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NFT 형태로 판매하고자 불태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실물 원본을 없애면 작품의 가치가 고스란히 NFT로 옮겨가 대체 불가능한 진품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원본은 공개되어 온라인에서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소유권은 낙찰받은 사람이 갖는다. 소유권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 예술의 새로운 형태라는 주장과 암호화폐 열풍에 따른 일시적 유행이라는 시선이 엇갈리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YOUNG COLLECTOR

올해 아트테크 시장에는 2030세대의 유입이 가장 흥미로운 변화로 꼽힌다. 어느새 명품 가방을 활용한 재테크는 멋없는 것이 되었다. SNS에 자신이 구매한 미술 작품을 보여주는 어느 연예인처럼 주목받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발 빠르게 디깅해 취향과 안목을 드러내는 것이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국내 주요 작가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에 작품 가격도 치솟았다. 누가누가 산 작가라는 설명은 덤이다.

이건희컬렉션

회장님의 컬렉션에 대한 관심은 올해도 뜨거웠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건희컬렉션>은 애초 지난 3월까지 운영하기로 예정되었지만 관객들의 요청으로 두 차례나 연장했다. 8월에 시작한 <이중섭 특별전> 역시 그림이 한 달 넘게 거꾸로 걸려 있었던 해프닝도 있었지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대구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도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관객에게 공개했으며, 국립광주박물관에서도 내년 1월 29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주제로 <이건희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백자 청화 대나무 무늬 각병 등 170건, 271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독하는 미술

미술도 구독하는 시대다. 고가의 예술품을 두루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구매에 앞서 ‘오픈갤러리’ ‘컬렉티브 아트’ 등 미술 작품을 대여해주는 플랫폼을 찾는다. 이제 매달 작품가의 1~3%만 지불하면 유명 작가의 작품을 내 방안에서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AI가 그린 그림

AI가 활약하더라도 창작의 분야는 인간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달리2나 미드저니 같은 AI 이미지 생성 플랫폼이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인물, 연말, 파티’ 같은 키워드를 넣는 것으로 기사 이미지도 뚝딱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메타는 올해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 ‘메이크 어 비디오(Make-A-Video)’를 공개했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모든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이런 콘텐츠는 이미 인간이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하기에, 저작권에 대한 논란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