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 게 잘될지도 몰라! 엔데믹 무드와 함께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다. 답답하거나 설레거나.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기쁨을 준 것 역시 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었다.

01 잘되는 편의점

지난해 출간된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점점 입소문을 타며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출간 후 7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드라마화를 준비 중이다. 청파동의 편의점이 서울역에서 만난 노숙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제각기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을 만나게 된다. 따스한 시선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올해 <불편한 편의점2>가 출간되며, 두 권 모두 줄곧 판매 지수 상위를 달리고 있다.

02 <파친코>의 이야기

애플TV+에서 드라마 <파친코>를 공개한 이후 모두가 원작 소설을 구해 읽고자 했지만, 출간 계약 만료로 이미 귀해진 몸이었다. 그 <파친코>가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과 표지를 입고 다시 독자를 만나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재미교포 1.5세인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7년 출간 직후 북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3개국에서 출간되었다. 드라마는 시즌2 제작이 확정되었고, 시즌4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재출간을 준비하며 독자를 다시 만날 예정이다. 현재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데, 주제는 한국의 ‘학원’이라고.

03 노벨문학상의 향방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에게 돌아갔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 작가는, 불륜, 임신 중단, 어린 시절 등을 다룬 자기 고백적 글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작가의 수상이 발표되며 <단순한 열정> <세월> 등 작가의 대표작도 새로운 독자를 만났다.

04 대본집

올해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유독 ‘대본집’이 눈에 띈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굿즈 형태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 드라마를 책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대본집 트렌드를 견인하는 중이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원작 소설이 있음에도 드라마 대본집이 새로 출간되었다. <그 해 우리는> <나의 아저씨> <시맨틱 에러> <우리들의 블루스>가 책의 형태로 독자를 만났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집도 사랑받았다.

05 작품이 된 책

팝업 형태의 책은 있어왔지만, 아코디언 형태의 책, 그것도 100페이지 넘는 책이 아코디언 형태로 출간되는 일은 없었다. 앤 카슨의 <녹스>는 책의 형태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녹스>는 작가가 마약중독자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며 수첩 형태로 만들어 종이 상자에 담은 책이다. 작가는 번역본에도 동일한 형식을 요구했고, 때문에 번역본이 없는 작품으로 유명했다. 한국 출판계의 장인 두 명이 직접 풀칠하며 종이를 이어 붙여 192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완성, 국내에서도 마침내 <녹스>를 만나게 됐다.

06 상 받은 작품들

<저주 토끼>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가 2022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여러 문학상 중에서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은 최종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명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저주 토끼>에 대해 “마법적 사실주의, 호러, SF의 경계를 초월했다”며 극찬했다. 정보라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에서, 명실상부한 유명 작가가 됐다.

<한 글자 사전>
‘일본번역대상’은 일본어로 번역된 뛰어난 외국 문학 작품에 주는 상이다. 올해에는 김소연 시인의 <한 글자 사전>이 수상했다. ‘감’에서 출발해 ‘항’까지 한 글자에 담은 작가의 사유를 만날 수 있다.

<풀>
김금숙의 <풀>이 체코만화협회가 주관하는 2022 체코 뮤리엘 만화상 최우수 번역 부문을 한국 최초로 수상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후 5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이옥선 할머니의 삶을 만화로 담았기에 의미가 더 크다.

<여름이 온다>
전작 <토끼들의 복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으로 많은 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 올해에는 <여름이 온다>로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까지 받았다. 2016년 처음 후보에 올랐던 작가는 2022년에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