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 게 잘될지도 몰라! 엔데믹 무드와 함께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다. 답답하거나 설레거나.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기쁨을 준 것 역시 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었다.

박은빈의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소위 말하는 ‘화제작’은 아니었다. 성실한 배우 박은빈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연기하는 휴먼 드라마라는 게 알려진 것의 전부였다. 그러나 공개된 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향한 사랑과 지지는 뜨거웠다. 전국 시청률 0.9%로 시작해 17.5%를 달성하며,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를 제외한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드라마가 됐다. 박은빈 역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드라마 방영 전 <얼루어>를 찾은 박은빈은 이렇게 말했다. “‘이상함’이 아니라 ‘특성’으로 보면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우영우는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변호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캐릭터의 힘

성공한 드라마 뒤에는 또렷한 캐릭터가 있었다. 올해 사랑받은 드라마 속 캐릭터를 일러스트로 그려보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박은빈 분), <빅마우스>의 ‘빅마우스’ 박창호(이종석 분), <나의 해방일지>의 ‘구 씨’ 구자경(손석구 분), <수리남>의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분), <작은 아씨들>의 오인주(김고은 분)가 그들! 캐릭터와 함께 배우들도 화제의 중심이 됐다.

여왕의 귀환

다시는 볼 수 없던 이야기가 돌아왔다. <왕좌의 게임>의 허무한 결말 이후 시름에 잠겨 있던 팬들은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의 외전 소설 <불과 피>를 원작으로 하는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뜨겁게 반겼다. 타르가르옌 가문의 라에니라 공주를 지지하는 흑색파와 아에곤 2세를 지지하는 녹색파 사이에서 발생한 왕위 쟁탈전을 다룬다. 드래곤의 시대가 되살아났고 세계 반응은 그야말로 열광적이다. 국내에서는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했다. 뉴욕 언니들도 돌아왔다. <앤드 저스트 라이크 댓>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했던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리부트 드라마다. 어느새 50대가 되며 인생의 다른 경험을 하게 된 캐리, 미란다, 샬럿. 사만다는 배우 킴 캐트럴이 출연을 고사하며 멀어진 친구가 됐고, 빅은 극 중 사망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고 시즌2가 확정됐다. 한편, 넷플릭스 <더 크라운> 시즌5도  공개된다. 시즌5에서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시즌5부터 주요 배우를 교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역은 이멜다 스탠턴, 찰스 왕세자는 도미닉 웨스트,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맡았다.

OTT 중독

봐도 봐도 볼 게 쏟아진다. “<몸값> 봤어?”라는 말에 방송사를 떠올리려고 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OTT 플랫폼마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앞다퉈 공개하며 경쟁하기 때문. 예를 든 <몸값>은 티빙에서만 볼 수 있다. 이런 오리지널 시리즈로 드라마 선택권은 더욱 늘었다. 넷플릭스는 올해 <수리남>을 비롯해 <소년심판> <종이의 집>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웨이브는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약한영웅 Class1> 등을, 디즈니+는 <그리드> <사운드트랙#1> 등을, 애플TV+는 <파친코>를, 쿠팡플레이는 <안나> 등을 선보였다. 이 모든 걸 섭렵했다면 당신은 진정한 OTT 마니아.

작가주의

작가는 여전히 드라마를 이끄는 힘이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그야말로 노희경이 아니면 완성될 수 없는 드라마였다. <라이브> 이후 근 4년 만에 돌아온 작가의 작품에 이병헌, 신민아,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엄정화, 고두심 등이 참여하며 힘을 보탰고, 작가의 작품 중 흥행에도 가장 성공한 작품이 됐다. 박찬욱 사단으로 알려진 정서경의 <작은 아씨들> 역시 동명의 원작 소설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완전히 다른 작품을 선보이며 마니아를 양산했고. 박해영도 <나의 아저씨>에 이어 <나의 해방일지>로 다시 한번 이름을 알렸다. 하명희, 피비(임성한)도 화제성과 시청률을 거머쥐었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올해 모든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피비는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즌3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작품을 예고했다.

 

어쩌면 이 드라마

1 WAVVE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한국에서 정치 풍자 코미디가 가능한가? 정치에 관심 없어도 웃기고,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더 웃긴 진짜 코미디. 역시 윤성호다.

2 KBS <붉은 단심>
사랑하면서도 ‘정적’이 될 수 있을까? ‘성군’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붉은 단심>은 조선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과 정의를 그린다.

3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동명의 논픽션 에세이가 원작. 자극적인 장면을 덜어내고 피해자에게 공감하며 프로파일링 기법이 도입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4 JTBC <그린마더스 클럽>
‘녹색어머니회’라는 이름처럼 해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추자현을 비롯한 여성 배우들이 모여 다시 한번 연기력을 증명했다.

올해의 명대사

1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 분)가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라는 자기소개 뒤에 덧붙이는 말.

2 “나를 추앙해요.”
한 번도 채워진 적 없다는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김지원 분)이 구 씨(손석구 분)에게.

3 “강프로, 식사는 잡솼어?”
<수리남>의 최창호(박해수 분)가 마약 카르텔 조직에 잠입한 강인구(하정우 분)와 위장 업무를 할 때.

4 “내일 봬요, 누나.”
tvN 예능 <환승연애2>의 ‘직진연하남’ 현규가 해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며.

5 “형은 다 알 수가 있어.”
마블보다 마블리다! 올해 관객 1269만 명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마동석 분)가 강해강(손석구 분)과 맞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