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모든 게 잘될지도 몰라! 엔데믹 무드와 함께 파티가 다시 시작되었다. 답답하거나 설레거나.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기쁨을 준 것 역시 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었다.

GIRLS ON TOP

정규 2집 <BORN PINK>로 컴백한 블랙핑크를 필두로 아이브, 에스파, 레드벨벳, 마마무, 스테이시 등 다수의 걸 그룹이 앞다퉈 컴백 대란을 펼쳤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소녀시대는 정규 7집 <FOREVER 1>으로 5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왔다. 화려하게 데뷔한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활약도 빛났다. 데뷔 5년 차 (여자)아이들은 올해도 힘이 셌다.

BTS CHAPTER 2

전성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BTS(방탄소년단)에게는 전성기만 있다. 올해 BTS는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에 쉼표를 찍었다. 뒤이어 들려온 입대 소식에 대한 아쉬움도 잠시, 7명의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을 펼쳤다. 가장 먼저 솔로로 출격한 제이홉의 바통을 진이 이어받았다. 12월 2일 솔로 컴백을 예고한 RM은 같은 달 방영되는 tvN <알쓸인잡>의 고정 MC로도 활약한다. 슈가는 싸이의 정규 9집 타이틀곡 ‘That That’에 함께해 얼굴을 비췄고, 뷔는 패션계의 러브콜을 받으며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10월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콘서트 <BTS ‘Yet To Come’ in BUSAN>으로 모든 멤버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쯤 되니 군백기도 두렵지 않다.

역주행 송

되살아난 페스티벌과 대학 축제의 영향은 뜻밖의 곳에서 드러났다. 각종 축제 무대에서 ‘사건의 지평선’을 열창한 윤하가 단숨에 2022년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것. 지난 3월 발매한 ‘사건의 지평선’은 10월 초 멜론차트 톱 100 차트에 재진입하더니 11월 7일 1위에 안착했다. 자우림의 2013년 발매곡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동명의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방영 기간 동안 멜론차트 톱 100에 진입해 꾸준히 중위권 순위를 지켰다.

나 혼자

2022년은 아이돌의 솔로 활동이 단연 돋보인 한 해다. 트와이스 나연은 미니 앨범 <POP!>으로 데뷔 7년 만에 그룹 내 첫 솔로 주자로 나섰다. 레드벨벳 슬기 역시 첫 번째 미니 앨범 <28 Reasons>에 다년간 갈고닦은 역량을 쏟아부었다. 수록곡 중 ‘Dead Man Runnin’’에는 작사로도 참여했다. (여자)아이들 미연부터 엑소 시우민, 세븐틴 준, 악뮤 찬혁까지. 팀의 옷은 잠시 벗고 자신의 색을 입은 뮤지션의 활약에 K-팝 팬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AGAIN Festival

<서울재즈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코로나19 이후 약 3년 만에 정상적으로 열린 각종 페스티벌과 대학 축제로 올해의 여름과 가을은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다. 한국을 찾은 해외 아티스트의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속 크리스토퍼와 이영지의 투샷과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선 페더 엘리아스를 볼 수 있었던 건 돌아온 야외 페스티벌의 공이 컸다. 오프라인 공연에 갈증을 느끼던 뮤지션들도 반가운 공연 소식을 전했다. 2019년 이후 첫 콘서트 무대에 오른 아이유와 월드 투어의 포문을 연 블랙핑크에 이어 연말까지 국내 뮤지션의 오프라인 콘서트 소식이 전해진다.

아이돌이 차린 ‘팝업스토어’

아이돌 최초로 데뷔 기념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뉴진스는 20일간 1만7천여 명을 끌어모았다. 오픈런은 물론, 오전에 방문해도 입장까지 4~5시간을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만큼 아이돌 팝업스토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았다. 블랙핑크 역시 컴백을 기념해 ‘핑크 베놈 팝업스토어’라는 색다른 프로모션 방법을 택했다. NCT×산리오 팝업스토어처럼 캐릭터와의 컬래버 사례도 눈에 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는 덤이다.

클래식의 무드

클래식 팬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과 협연 일정에 올해도 티케팅 전쟁을 치러야 했다. 성남, 부산에서의 리사이틀에 이어 대구, 대전, 서울에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조성진은 10월 한 달간 부지런히 관객을 만났다. 열여덟 살의 임윤찬은 북미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뒀다. 60년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다.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흠뻑 몰입한 그의 몸짓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결선에서 그가 택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 피아니스트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난도가 높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