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무는 마음은 ‘들여다보는 것’에서 비롯한다. 패션과 예술을 주제로 전 세계 3개 도시에서 개최하는 전시 3편을 눈여겨보라. 

Microclima di Eva Jospin allo store Max Mara di Milano. Foto © Masiar Pasquali

| MICROCLIMA in MILANO |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소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에 있는 막스마라 플래그십 스토어는 두오모 광장을 지나간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곳이다. 막스마라 플래그십 세계 최대 규모로, 거의 모든 라인의 아이템이 한자리에 포진해 있기 때문. 그런데 그곳을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지금 막스마라 플래그십 매장 내부와 테라스는 프랑스 예술가 에바 조스팽의 작품으로 가득해 마치 갤러리에 들어선 것 같은 모양새다. 막스마라는 이 프로젝트를 2년 전에 기획했다. 2019년 콘테스트를 열었고, 예술가에게 ‘영구적이라고 생각되지만 영원하지 않음’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주제로 알렸다. 이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작품이 바로 에바 조스팽의 ‘미크로클리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유리와 금속을 소재로 온실을 구현했다. 온실이 친밀한 세계를 뜻하며 외부 세상과 연결을 의미하기에. 19세기 겨울 정원에서 영감 받은 온실은 종이와 판지로 만든 수직 암석, 광물 기판층을 보여주며, 작품의 유기적인 형태는 작가가 조향사와 협업해 만든 특별한 후각 요소에 더해 열대 온실로 빠져드는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전시는 상설 전시로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 FOREVER VALENTINO in DOHA |

카타르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현대미술의 거장을 ‘카타르 크리에이츠’라는 이름 아래 한데 모아 화제다.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기회 삼아 세계 미술계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기간에 맞춰 오트쿠튀르 브랜드 메종 발렌티노가 <포에버 발렌티노>라는 전시를 개최해 힘을 보탠다. 이 전시는 중동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로, 메종 발렌티노 역사 이래 규모가 가장 큰 초대형 전시다. 전시는 1959년 창립부터 2022년 현재까지 방대한 역사를 파노라마 뷰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발렌티노 오트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를 입은 마네킹 200점을 비롯해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클린 케네디부터 최근 뜨겁게 주목받는 젠다이아에 이르기까지 셀러브리티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희귀한 피스도 볼 수 있다. 카타르 국왕모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의 개인 소장품까지 만날 수 있다니 도하를 방문한다면 놓치지 말 것. 전시는 오는 2023년 4월 1일까지 카타르 도하 M7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 VIRGIL ABLOH in NEWYORK |

버질 아블로는 생전에 “만약 당신이 당신의 열정을 따른다면, 그 열정은 천직이 되고 그렇게 당신은 일생 동안 일을 즐기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블로 스스로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고 열정을 다해 일해왔음을 나타낸다. 패션이 아닌 건축 전공자인 그는 스스로를 패션계에 침입한 제3자라 여겼고, 정통 패션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따르지 않은 대신, 끊임없이 창조하고 혁신하며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했다. 또 모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다고 믿었다. 자신이 직접 세운 레이블 오프화이트에 머물 때나 루이 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있을 때도 마찬가지.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뮤지션 예(카니예 웨스트), 건축가 렘 콜하스 등 그는 협력을 통해 대중적 개념을 재구성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결과물이 지금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 그레이트 홀에 전시되어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를 회고하는 첫 번째 전시로 그의 아카이브에서 볼 수 없던 미공개 작품도 다수 공개된다. 전시는 2023년 1월 2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