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로운 전시가 우리를 부른다. 가을은 전시 보기 딱 좋은 계절. 

이중섭, ‘가족과 첫눈’, 1950년대 전반, 종이에 유채, 32×49.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회장님의 컬렉션 

시간이 지나도 ‘이건희컬렉션’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한국미술의 거장 이중섭에 초점을 맞춘다. 기증된 컬렉션에서 이중섭의 작품은 국내외 작가를 통틀어 유영국,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가장 많은 80여 점으로, 회화 및 드로잉에서 비중이 제일 높은 작가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이중섭 작품 중 10점을 더한 90점으로 이중섭 세계를 펼쳐 보인다. 1950년대 전반 작품인 ‘닭과 병아리’ ‘물놀이하는 아이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되며, 1980년대 전시된 이후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춤추는 가족’ ‘손과 새들’도 관심을 모은다. 이중섭 역사의 일부인 은지화 27점도 만나볼 수 있다.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이 오디오 가이드 재능 기부에 참여했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8월 12일부터 2023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Rise Above Flower, Version 2’ 2022 COURTESY OF SHEPARD FAIREY OBEY GIANT ART INC.

EYES WIDE OPEN 

일찍이 조지 오웰은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라고 말했다. 예술이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쓰인 암흑기도 역사엔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는 결국 예술이 의도와 메시지를 함의하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셰퍼드 페어리는 그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아티스트다. 다양한 사회 이슈에 의문을 가지고, 직접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것을 격려하며, 1920년대 러시아 구성주의 포스터부터 1960년대 사회주의 선전 포스터, 펑크 록 포스터까지 다양한 도상을 활용한다. 2008년 미국 대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의 초상화 포스터 ‘희망(HOPE)’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 요하네스버그, 도쿄, 홍콩 등지의 고층 건물과 광고판에 메시지를 남겼고, 20여 회나 경찰에 체포된 그의 행보는 사회운동가를 닮았다. 롯데뮤지엄 <셰퍼드 페어리, 행동하라! (EYES OPEN, MINDS OPEN!)>에서 그의 그래픽 포스터 작품 1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2022년 7월 29일부터 11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Barry McGee, ‘Three Heads Korea’,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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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맥기는 그라피티와 거리 예술계에서 등장한 2세대 예술가 중 가장 중요한 인물로, 키스 해링과 장-미셸 바스키아의 뒤를 잇는다. 모호하고 유동적인 정체성과 반체제적 기풍으로 거리와 미술관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특히 배리 맥기의 맥시멀리스트적 기법과 아티스트 고유의 서명이나 상징적 이미지를 그리는 그라피티 행위인 태깅은 오늘의 예술가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다양한 가명을 비롯해 태그명인 ‘트위스트(Twist)’로도 잘 알려진 맥기의 개인전 <Everyday Sunrise>가 9월 8일까지 페로탕 삼청동에서 열린다.

 

뮌_오디토리움 (템플릿 A-Z)_2014_책장형태 캐비닛, 오브제, 모터, LED조명, 300×120×40 cm (5)_수원시립미술관 소장_우리가 마주한 찰나 전시 설치전경

생활의발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 총 10곳의 현대미술 소장품이 한곳에 모인다면? 수원시립미술관의 <우리가 마주한 찰나>는 국내 내로라하는 국공립미술관의 소장품 교류 기획전이다. 이동기, 김아타, 전현선, 이명호 등 일상의 순간과 경험에서 뻗어 나간 작품을 선보이는 24명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이름이기도 하다. ‘자연’ ‘인간’ ‘그 너머’ 등 세 가지 주제로 나뉜 79점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