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전부터 큰 기대와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뉴진스의 뒤에는 크레이티브 디렉터 민희진이 있었다? 뉴진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이 ‘SM 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옮긴 뒤 신규 레이블인 ‘어도어’의 대표가 되어 직접 데뷔시킨 걸그룹이에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어도어의 대표인 민희진은 20년 간 아이돌 그룹의 크리레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정말 다수의 레전드 아이돌을 탄생시켰는데요. 남다른 콘셉트 기획력과 비주얼 디렉팅으로 업계에서는 신화로 불릴 정도.

뮤직비디오부터 앨범 커버와 로고, 포스터, 앨범 사진, 무대 콘셉트 및 의상 그리고 사전 프로모션 전시까지. 아이돌의 처음부터 끝을 책임지고 있는 그녀. 한때, 작품에 ‘로리타적 요소’가 숨어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이슈가 된 적이 있죠. 나른하고 묘한 포즈와 교복, 하네스 착장, 관음 하는 듯한 카메라 무빙 등으로 미성숙한 소녀들에게 로리타적인 표현을 했다는 건데요. 이에 그녀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어요.

 

민희진 대표의 디렉팅 법칙, 정반합

구설수에 오를 만큼 특별한 작업을 하기로 유명한 그녀가 크레이티브 디렉터로서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콘셉트’. 작년,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내년에 큰일 낼 사람들 편에 출현해 아이돌 콘셉트에 대한 ‘정반합 법칙’을 언급했었는데요. “콘셉트를 고민하다 보면 사람들이 싫증을 금방 느끼는데, 그 싫증은 보통 ‘정반합 삼 단계’로 전개가 된다”는 것.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너무 심도 있는 이야기라 더 깊이 설명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정반합 법칙’은 아이돌 비주얼 디렉터로서 그녀의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돌의 모습, 즉 ‘정(正)’이 있다면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형태의 아이돌인 ‘반(反)’이 나타나 두 개가 더해진 ‘합(合)’이 된다는 논리예요. ‘합’은 다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정’이 되는 식으로 반복 전개가 되는 것. 이렇게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간단해요. 그녀는 항상 그 시대의 ‘평범함을 거부하고 늘 새로운 것을 제시하며 자신의 아이돌들에게 신선한 콘셉트를 부여’했던 것. 실제로 민희진 대표가 어떤 아이돌의 디렉팅을 했는지 살펴볼까요?!

 

친근함, 발랄함, 사랑스러움

소녀시대 <Gee>

소녀시대가 데뷔하기 전에는 걸그룹의 이미지가 ‘닿을 수 없는 소녀’, ‘비현실적인 느낌’의 이미지로 정형화되어 있었는데요. 민희진 대표는 이런 ‘정(正)’을 깨고 친근함과 담백함이라는 ‘반(反)’을 소녀시대에게 부여했다고 해요. 전체적인 비주얼을 화장기를 빼고, 심플한 의상을 구상했는데요. 이때 탄생한 것이 흰 티셔츠에 청바지, 컬러 스키니진 룩! ‘심플하면서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이너들에게도 가장 힘든 미션이기에 빼긴 뺐지만, 그래서 디테일에 힘을 더했다고 합니다.

 

독특함과 엉뚱한 소녀의 이미지

에프엑스 <Pink Tape>

f(x)의 ‘Pink Tape’는 사실 소녀시대의 반(反)이었다고 해요. 아이돌의 전형적인 모습을 탈피하는 것이 그녀의 비결인 만큼 소녀시대가 정(正)이 되면서 다시 새로움에 대한 욕망이 생긴 것 같네요.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자란 그녀는 그것에 대한 향수가 깊었고 ‘상상하지 못한 스토리가 담겨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며 ‘테이프 콘셉트’를 제시했어요. 거기에 f(x)의 핑크색 의견을 더해 ‘Pink Tape’가 탄생했다고 해요.  f(x) 멤버들과 그녀가 직접 작업한 결과물로 한 편의 영화 같았던 이 독보적인 아트 필름은 이후 ‘민희진 감성의 정수’라 불리게 됩니다.

 

터프함과 풋풋함의 조합

엑소 <으르렁>

으르렁의 의상으로 교복을 선택한 데에도 반(反)의 법칙이 숨어 있어요. 그녀는 ‘으르렁’이라는 곡을 들었을 때, 이렇게 ‘으르렁’될 수 있는 건 청춘들의 미성숙한 딱 그 시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교복. 교복 또한 딱 그 시절에만 입을 수 있는 것이기에 이런 느낌을 표현하기엔 제격이었던 것. 또한, 터프한 옷을 입고 터프한 춤을 추는 것보다는 교복을 입고 터프한 춤을 추는 것이 훨씬 임팩트가 있고 신선한 건 당연하겠죠. 정형적인 콘셉트를 비껴가는 그녀의 이런 신선한 생각은 또다시 대중의 취향을 관통해 버렸습니다.

 

걸크러쉬에서 순수함으로!

뉴진스의 <New Jeans>

그녀가 최근 새롭게 소개한 걸그룹 ‘뉴진스’에도 ‘반(反)’의 법칙은 무궁무진하게 숨어있어요. 늘 찾게 되지만 ‘새로운 청바지(New Jeans)’와 같은 발음의 ‘새로운 유전자(New Genes)’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그룹명에서부터 ‘새로운’이 의미가 들어가 있죠. 또한, 최근 파워풀하고 걸크러쉬한 콘셉트로 나오는 걸그룹들과 달리 ‘순수함’, ‘자연스러움’을 주요 포인트로 잡고 ‘요즘 애들’의 힙함을 더한 것.

평범함을 거부하는 민희진 대표는 데뷔 전 마케팅 방법 또한 남달랐어요. 티저나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먼저 공개하지 않고, 뮤직비디오부터 시원하게 오픈했죠. 게다가 옴니버스식의 ‘오피셜 버전’ 하나에 멤버별로 각기 다른 ‘개인별 뮤비’를 제작해 멤버 한 명씩 포커싱 합니다. 넘치는 걸그룹 시장에서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각인시키기 위한 이색적인 시도였는데요. 이렇게 신선한 등장으로 시작부터 남다른 ‘뉴진스’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