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질병이 생긴 건 아닌데, 왠지 물먹은 솜처럼 몸이 축 늘어질 때가 있다. 수액을 맞으러 갈지 보약을 지어 먹을지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모발 미네랄 검사’를 고려해볼 것. 

머리카락은 알고 있다

좀 상쾌하게 살 수는 없을까?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을 종종, 아니 매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찌뿌드드하지 않고, 머리가 묵직한 느낌이 없다면 일상을 좀 더 활기차고 즐겁게 누릴 수 있을 텐데. 이런 고민을 에디터만 하는 건 아닐 터. 직장인 4명 중 1명이 만성피로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하니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영양제, 특히 종합 비타민이다. 에디터 역시 피로감이 심할 때마다 고함량 비타민을 열심히 챙겨 먹는다. 그런데 문득 ‘이 영양제, 과연 내 몸에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요즘엔 비타민도 세분화되어 출시되고, 비타민 말고도 오메가-3, 프로폴리스, 마그네슘, 아연 등 건강 증진을 위한 영양제 종류가 수없이 많아 늘 어떤 걸 골라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취재를 위해 들른 피부과에서 ‘모발 미네랄 검사’라는 치료 항목을 발견했다. 주로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사람에게 권하는데, 이 검사로 부족한 미네랄을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영양제를 처방해준다고 했다. 다이어트 전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한지 확인하는 거다. ‘내게 맞는 영양제라고?’ 체중 감량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즉시 이 검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매번 영양제를 구매할 때 직관(N)으로 접근하는 내가 앞으로는 감각(S)을 이용하기 위해서!(나는 ENFP였던 ENFJ다) 나의 계획은 현실적으로 내 몸에 필요한 영양제를 챙겨 먹고 건강해지는 것. 검사는 지름 0.5cm 정도의 모발 양을 잡고 모근에 최대한 가까운 부위에서 싹둑 잘라내는 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2주 후 결과가 나온다. 

범죄 현장에 남겨진 머리카락 한 올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되고, 병원에 남긴 모발 한 꼬집은 컨디션 난조 극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모발 미네랄 검사는 머리카락이라는 인체 조직에 쌓인 미네랄을 분석하는 검사다. 머리카락은 만들어지는 시간이 꽤 길기에 혈액검사처럼 매일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 약 3개월의 세포 상황이 담기고, 이는 체내 영양 불균형 상태와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건강한 편에 속하네요?”라는 의외의 멘트와 함께 보스피부과 김홍석 원장이 검사 결과를 설명해줬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독성 미네랄인데, 정상 범위에 속해요. 그런데 비소, 수은, 알루미늄이 조금 높네요. 이상 수치는 아닙니다. 없는 게 좋기는 하지만요. 이런 독성 성분을 관리할 때는 글루타치온을 추천합니다. 글루타치온을 먹거나 수액으로 맞으면 좋죠. 이런 것들이 독성을 빠지게 하지는 않지만, 독성 물질로 인한 산화 반응을 억제하기는 합니다. 또 영양 미네랄 중에는 구리 수치가 좀 높네요. 

이 수치가 높으면 사람이 좀 예민해집니다. 생리 전 증후군, 빈혈, 두통, 쉽게 멍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죠. 구리는 아연과 반대 성향을 띠어요. 그래서 구리 수치가 높으면 아연을 처방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 저항도가 낮네요. 그중 급성 스트레스가 높습니다. 최근 한 번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거죠. 이런 상태에서는 피로감이 크죠. 대사 효율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정상 범위입니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편은 아니지만, 효율도가 떨어진다는 거죠. 효율도는 대사를 하는 과정에서 삐걱거리고 에너지를 잘 못 만들어낸다는 이야기예요. 그러니까 쉽게 피곤해지고 지치는 경향이 있어요. 히스타민이 과다 분비돼 피부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결과를 들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이 검사 꽤 용하다고. 실제 에디터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김홍석 원장 입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이 결과를 토대로 영양제 몇 가지를 추천받았는데, 원하면 처방전을 받을 수도 있다. 1 비타민 C와 B, 2 마그네슘, 3 아연, 4 크롬, 5 글루타치온. 이것이 내 컨디션을 올리는 비밀의 열쇠였다. 처방받은 개인별 맞춤 영양 보충제는 일주일만 먹어도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거나 일상 중에 조금 덜 지치는 정도라고. 이제 신나게 영양제 쇼핑을 시작할 시간이다. ‘꾸준히 먹다 보면 효과가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과학적 결과를 토대로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는 일! 꽤 근사하지 않은가? 좀 더 건강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면 이제 머리카락을 분석할 때다. 머리카락은 당신의 지난 3개월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