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의 감각을 상쾌하게 전환하는 반짝이는 전시들. 

Heejoon Lee, ‘The Temperature of Barcelona’, 2022.

Heejoon Lee, ‘Salt, Palm, and Green’, 2022.

삶은 그림

이희준은 삶의 풍경에서 추출한 다채로운 이미지를 추상회화로 옮겨 담는 작업을 이어왔다. 가까운 주변부터 다른 나라의 여행지까지 일상에서 축적한 경험과 이미지를 수집하고 편집한 뒤 이를 기하학적 추상으로 다시 구성한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 <Heejoon Lee>에서는 기존의 색면추상 작업과 포토콜라주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신작 회화 20점과 회화에서 출발한 조각 작품 4점을 선보인다. 소소한 일상과 도시의 풍경을 자유로운 구성과 색감, 고유한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이희준에게 회화라는 매체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이 세계를 구성하는 작가 자신의 삶 자체인지도 모른다. 8월 14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 

 

Tom Sachs, ‘Cambell’s Body with Birdie Sticker’, 2022.
Tom Sachs, ‘7-Eleven Nose Cone’, 2022.
Tom Sachs, ‘Chanel Tail Assembly’, 2022.

이 세상 너머

조각가 톰 삭스의 기념비적인 NFT 프로젝트 로켓 팩토리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첫 번째 전시다. 그의 NFT 컬렉션은 일련의 조건과 규칙만 제시할 뿐 이를 구매하는 커뮤니티 이용자가 결과물을 생산하는 주체가 된다. <로켓 팩토리 페인팅>에서 선보이는 회화 14점은 로켓 팩토리에서 구성된 디지털 아트에서 기인하는데, 작가의 아이패드 드로잉에서 출발해 다층적 NFT 작품으로 나아간 것들이다. 톰 삭스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반추하며 디지털 픽셀을 회화로 만들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대표되는 시대 문화적 아이콘을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작업함으로써, 지난 30년간 이어온 예술적 고찰을 멈추지 않고 지속한다. 8월 20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

 

Leandro Erlich, ‘Swimming Pool_1’, 2022.

파사드와 거울

아르헨티나 출신의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수영장, 탈의실, 정원 등 주로 일상의 공간을 주제로 거울이나 프로젝터 등 장치를 활용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지각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대표작 <바티망(Btiment)>이 서울에 온다. 바티망은 프랑스어로 건물이란 뜻이다. 작품은 실제 건물 모양의 거대한 파사드와 거울로 이뤄져 있다. 관람객은 작품 안으로 들어가 마치 중력에서 벗어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초현실적 시각 경험을 할 수 있다.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상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을 관람객이 직접 연출하게 하는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이다. 그저 바라만 보지 않고 오감을 동원해 즐기면 된다. 7월 29일부터 12월 28일까지.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BIG KING TRAVEL

성실한 설치미술가 류성실은 제19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수상자로, 역대 수상자 가운데 최연소 작가다. 경력은 짧지만 독자적인 캐릭터와 작품 세계를 앞세워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동시대의 문화 현상을 첨예하게 다룬다. 그의 개인전 <불타는 사랑의 노래>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기성의 장례식과 화장장의 절차를 차용한 전시 공간에서 관객은 어느 반려견의 죽음과 애도의 예식에 동참하는데, 약 15분간 압축적으로 거행하는 일련의 장례 절차를 통해 죽음마저 사업 아이템으로 철저하게 활용하는 문제적 인물의 영웅적 서사의 기원을 목도하게 된다. 예술의 어떤 엄숙함을 가볍게 뛰어넘는 이런 태도. 7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