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RAIN / 나인우

폭우 예보가 보란 듯이 빗나간 축축한 일요일 밤, 나인우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사람들이 이른 아침의 에너지로 입을 모아 말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맑고 예쁠 수가 있지?” 

하트 바라클라바는 로에베(Loewe). 별 티셔츠는 ERL.

파워숄더 레더 코트는 돌체앤가바나 (Dolce&Gabbana).

니트 톱과 나일론 팬츠는 프라다(Prada). 빈티지 캡과 하이톱 스니커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박 2일>이 방영되는 일요일 저녁에 딱 만났네요.
시간이 되면 본방 사수를 하는 편인데 오늘은 어렵겠네요. 끝나고 가는 길에 다시 보기로 봐야겠어요.

<클리닝 업>도 좋아하는데, 그것도 못 볼 것 같은데 어쩌죠?
요즘 기술이 좋아서 텔레비전이 아니어도 다양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잖아요. 끝나고 보세요. 각자 편한 방식으로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1박 2일> 예고편을 보니까 혹서기 캠핑을 떠난 것 같더군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특유의 방식, 어때요?
아무래도 에너지 소모가 큰데 그래도 재미있어요. 새로운 곳에 가고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어요.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형들이랑 좋은 곳에서 즐겁게 지낸다고 생각하면 벌칙도, 굶는 것도 다 좋아요. 가끔은 고생하지만.

갑자기 묻고 싶네요. 인터뷰는 좀 익숙해졌어요?
아직도 익숙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처음보다 나아진 것 같아요. 맞아.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뭐 어땠길래 그래요?
갑자기 버퍼링에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어떤 인터뷰는 정신없이 바쁘게 진행하잖아요. 그럴 때 버퍼링에 걸려요. 에디터님 옆에 앉아 있는 성격 급한 소속사 팀장 누나가 그걸 답답해하죠. 못 견뎌요.(웃음) 저는 또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조바심이 나니까 더 버벅거리고요. 오늘 같은 이런 인터뷰는 편안하고 좋아요.

얼굴이 까무잡잡해졌네요. 딱 좋아 보여요.
여름에 잘 타는 편이에요. 저도 지금 피부 톤이 싫은 건 아닌데 회사에서는 관리 좀 하면 좋겠다고 해요. 화면은 좀 뽀얗게 나오는 게 보기 좋다고들 하잖아요.

요즘 텔레비전을 틀면 나인우가 나오는 <1박 2일>과 <클리닝 업> <징크스의 연인>이 동시에 방영 중이죠. 어때요?
뭐가요? 기분요? 별다를 건 없어요. 할 일을 하는 거고, 모든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 작품에 참여했다고 해서 특별히 기분이 좋거나 뿌듯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죠.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담담하군요. 기다리던 순간이지 않아요?
음,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네? 진짜 그래요?
일이 있으면 하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죠. 제가 좀 그래요. 물 흐르듯이 살아요.

보통은 ‘간절히 고대하던 순간이 와서 영광’이라고 말하죠. 인우 씨는 다르네요.
간절히 기다리면 진짜 그런 순간이 오나요?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왔고 그러다 보니 기회를 얻었고 기회가 오는 건 반갑고 좋은 일이니까 더 열심히 했어요.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요.

조바심이나 불안감 같은 건 없어요?
안 그래요. 그런 거 없어요. 그게 좋은 거 아닌가요?

펀칭 디테일 니트는 발렌티노 바이 육스(Valentino by Yoox). 첼시 부츠는 바트라초토신(Batrachotoxin). 와이드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스루 셔츠는 릭오웬스(Rick Owens). 롱 스커트는 요지 야마모토 (Yohji Yamamoto). 레이스업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네크리스는 페페주 (Pepezoo),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좋아 보여요. 요즘엔 뭘 찍어요?
영화 <동감>을 찍고 있어요. <클리닝 업>의 막바지 촬영이 좀 남았고요. <징크스의 연인>은 다 찍었어요.

<동감>은 2000년에 개봉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거죠. 그 시절에 엄청나게 사랑받은 작품인데, 원작을 봤어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촬영 다 끝나면 그때 보려고요. 의식하게 되니까요. 은연중에 남아 있는 게 저는 더 어렵고 별로예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인 것 같아요. 원작이 있는 작품에 참여할 때도 다 끝나고 나서 원작을 찾아봐요. 원래 그래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요?
‘쫄보’라서 그래요. 전 ‘쫄보’예요. 흔들릴까 봐 그게 싫은 거예요. 대본을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해석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답을 하기 전에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창밖을 한참 바라본 거 알아요? 금세 좀 심각한 얼굴이고요.
질문을 듣고 생각했어요. 저 되게 진지한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몰라요.

일기예보에는 오늘 밤 장맛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깜깜무소식이네요. 비 오는 골목길에 서 있는 인우 씨를 찍고 싶거든요.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게 비가 내리면 좋겠다. 근데 비가 안 와도 만들면 되죠. 재미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거. 오늘 촬영에선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도전하거나 낯선 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을 즐겨요? 조심스럽지는 않고?
왜요? 그건 엄청 재밌고 신나는 일이죠. 조심스럽거나 두려울 건 없어요.

나인우는 어떤 배우예요? 질문이 뻔한가요?
저도 몰라요. 어떤 배우처럼 보여요? 그건 제가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다르겠죠. 배우라는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예술가가 온전한 개인의 내면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거랑은 좀 달라요.

캐릭터가 있고 대본이 있고 연출과 카메라,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신경 써야 하니까 개인의 감정이 주가 되기는 어렵죠?
맞아요. 연기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니까요. 어떤 배우인지 물어보셨는데, 그때그때 작품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배우인지 내 마음대로 정의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럼 이건 어때요? 이른바 리얼 예능이라 불리는 <1박 2일> 속 나인우는 진짜 나인우와 얼마만큼 같거나 또 다른가요?
얼마만큼 같고 다르다기보다는 어떤 모습이 부각되는지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요.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즐기는 예능이잖아요.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게 중요한 목표예요. 아무래도 제 밝은 면이 좀 더 부각돼 보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꾸며내는 건 아니고 프로그램의 성격상 마주하는 상황이 대체로 즐겁고 유쾌하니까 자연스레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밝은 것도 저고, 지금처럼 좀 차분하게 진지한 것도 저예요.

오늘 아침에 <1박 2일> 재방송을 봤는데,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면서 잘 자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말 그대로 리얼 그 자체잖아요.
훗. 그렇게 심한지는 저도 몰랐어요. 보니까 좀 웃기던데요. 이미지 관리? 그게 뭔지 몰라요. 그런 거 안 해요. 없어요. 멋있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면 애초에 출연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데님 셔츠와 팬츠는 와이프로젝트(Y Project). 부츠는 바트라초토신. 카우보이 햇은 구찌(Gucci).

쇼트 레더 재킷과 코듀로이 부츠컷 팬츠는 릭 오웬스.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럼 어떤 마음을 먹고 선택했어요?
회사에서 하라고 하던데요. 흐흐. 형들의 조합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요즘 예능도 드라마도 음식도 매운맛이 유행이잖아요. 매운 예능이 아니라 좋았어요. 좋은 형들이랑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했어요. 전부 진짜 착해요.

매운 건 싫어요?
싫은 건 아니고 그냥 성향이 안 맞는 거예요.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걸 좋아하는 거죠.

화면 속에서도 그렇고 지금 말하는 태도도 그렇고,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끔 하는 힘이 있네요. 믿어도 돼요?
잘 모르겠어요. (다시 또 바깥을 바라보다가) 저는 그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착하거나 혹은 나쁘다고 판단하는 그 기준요. 예를 들면 저는 기분이 엄청 좋은 날에는 길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페트병이나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거든요. 그럼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너무 힘들고 기분이 별로인 날엔 안 그래요. 그럼 전 나쁜 사람이 되나요? 상대적이고 표면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기는 한데, 내가 좋은 사람인가? 잘 모르겠어요.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화를 내요?
화나죠. 막상 화를 낸 건 살면서 몇 번 안 되는 것 같아요. 웬만하면 참아요.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화가 나는 상황을 피하는 게 더 나아요. 화나게 하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면 되고요. 굳이 안 좋은 감정을 표출하고 싶지는 않아요.

마디와 마디 사이 간격이 유난히 긴 사람이 있죠. 오늘 내내 그런데 그게 참 좋네요.
생각을 해야 해요. 생각이 필요해요. 생각하고 말을 해야 정리할 때 덜 고생하잖아요. 솔직한 제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도 싶고요. 그래서 자꾸 느려져요.

자기 얼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해요?
네? 제 얼굴요? 그냥 그래요.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요. 그나마 머리숱이 많은 건 좀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큰 키는요? 공식적으로 188.6cm라고 밝혔던데 더 커 보여요.
흠, 되게 힘들어요. 다 작아요. 생활 속 모든 게 다 낮게 있다는 말이에요. 이런 천장 조명이나 문이나 다 그래요. 은근히 힘들어요.

속내를 잘 감추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드러내지 않고 잘 감출 줄 안다고 생각해요. 근데 티가 다 나나 봐요.

하하. 감췄다고 생각했는데 티가 나는 건 작전 실패 아닌가? 괜히 장난을 걸고 싶은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캐릭터인 거 알아요?
저도 아까부터 계속 에디터님을 놀리고 싶었어요.(웃음) 리액션이 재미있어서.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여기 앞에 강남면옥 본점 가봤어요? 거기 진짜 맛있는데.

회냉면이 유명하죠. 갈비탕도 좋고.
저는 갈비찜 좋아해요. 한 번 먹고 완전 반해버렸어요.

오늘 저녁 케이터링은 갈비찜으로 하죠. 형식적인 질문 몇 개만 더하고요.
갑자기 왜요? 원래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가세요. 뻔한 거 싫어하잖아요. 갈비찜 이야기에서 딱 끊으면 되게 재밌겠다. 그렇죠?

    에디터
    최지웅
    포토그래퍼
    MOKE NA JUNG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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