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이주빈을 이야기한다. 알고 보면 언제나 거기 있었는데도. 

화이트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는 윤세(Yunse). 블랙 롱부츠는 프라다(Prada). 실버 이어링은 빈티지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웨이스트 코트와 와이드 팬츠는 에몽(Aimons),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이니셜 목걸이는 헤이(Hei).

버핏 재킷과 스커트는 가니(Ganni). 블랙 톱은 아르켓(Arket). 이어커프는 헤이.

이주빈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어떤 얘기를 할 것 같아요?
오! 아무래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 얘기를 많이 하실 것 같아요. 홍보도 많이 하고, 원작이 워낙 유명하니 더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할 얘기 없으면 그러는 거죠. “<종이의 집> 봤어?” 이제 OTT를 보는 건 취미 생활과도 같으니까요. 대답으로 어떤 말이 듣고 싶어요?
재미있었다는 말을 듣는 게 제일 좋아요.

“이주빈 어땠어?” 이런 건요? 사람들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편이에요?
그것도 좋아요. “내가 알던 이미지가 아니네?” 하는 거요. 방송하면 한 이틀 정도는 찾아보다가 좋으면 ‘좋네’ 하면서 좋아하고, 안 좋으면 안 봐요. 

<종이의 집>은 어때 보여요?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래도 보신 분들은 생각한 거보다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 좀 놀랐어요. 

제 생각과 다르지 않네요.
자기 객관화가 잘되는 편이에요.(웃음)

따지고 보면 이주빈은 어디에나 있었죠.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고, 누군가는 주빈 씨를 증명사진으로 기억하고요. 모두에게 다르게 기억되는 건 배우의 숙명 같아요.
증명사진을 넘어서는 필모그래피를 빨리 만들어야지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증명사진 덕분에 친근한 이미지도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장점 같아요.

아무리 해도 증명사진이 그렇게는 안 나오던데요?
하하. 드라마 소품용으로 찍은 거니까요. 헤어, 메이크업과 조명까지 다 갖춘 상태에서 잘 나오게 찍은 거예요. 저도 다시 찍어도 그렇게 안 나와요.(웃음) 그래도 한 가지 이미지로 기억되는 것보다는 배우니까 폭넓게 연기하고 싶고, 나이 들어서도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고 활동하고 싶어요. 그래서 최대한 안 가리고 해보고 있어요.

다양한 시도를 해온 게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요. 해보니 뭐가 남던가요?
경험치랑 숙련도요.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내게 부족한 거, 필요한 거, 이런 건 안 해야지, 이런 건 해야지 하는 게 조금씩 생겨요. 작가님이랑 감독님께 “이렇게도 해보면 안 될까요?” 하고요.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했다면 지금은 그런 욕심도, 여유도 생겼어요.

어떤 걸 더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가 없는, 로맨스가 주가 아닌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남녀가 한 가지 목표를 이루거나 대립 관계에 있는 작품. 장르물이나 드라마적인 드라마도요. 

<종이의 집>의 윤미선 같은 역할은 해보고 싶었던 역할인가요?
저한테는 도전이었어요. 베드신도 있었고, 그렇게까지 작품 안에서 극한의 상황을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워낙 원작도 좋고 함께 캐스팅된 배우분들도 좋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될 거라는 이상한 자신감은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거요.

강도와 인질의 서로 다른 세계가 접촉하는 역할이죠. 캐스팅 과정은 어땠어요?
오디션을 봤어요. 노출이 있다는 건 알고 준비했어요. 미선이를 마냥 화려하거나 불륜을 할 것 같은 이미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순수한 면, 나약한 면, 능동적인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이 있더라고요. 헤어, 메이크업을 싹 지우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이 “왜 내가 사진에서 본 사람이 아니지?” 하시더라고요. 처음에 저를 못 알아보신 거예요.(웃음) 다시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다음 날 숍에 들러 풀 메이크업을 하고 갔죠. 

하하, 이번엔 알아봤나요?
“화장하고 다녀! 그 사람 맞네!” 이렇게 장난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진과 너무 달랐대요.(웃음)

메이크업에 따라 느낌이 확확 바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도화지 같은 거죠.
화보를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이 되니까요. 

원작의 시즌2에서는 스스로 강도단의 일원인 ‘스톡홀름’이 된 모습으로 등장하죠.
시즌2는 아직 미정이고, 지금은 시즌1의 파트1만 공개된 상태라 아쉬워요. 잘되어서 시즌2가 나온다면 강도단으로 활약할 텐데 아직 인질이어서요.(웃음) 

<종이의 집>에서 강도단의 중요한 동기는 돈이잖아요. 한탕 해서 큰돈을 쥐게 된다면 뭘 하고 싶어요?
통장에 넣어놓고 아무도 모르게 지낼 거예요. 조용히 여행을 다녀오고,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먹고요. 크게 뭔가에 돈을 쓰고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그 정도는 지금도 하고 있지 않아요?
아니에요. 아직은 턱없이 부족해요.(웃음) 한 달에 한 번씩 여행 갈 거예요. 

 

화이트 탱크톱은 H&M. 블루 데님은 로에베(Loewe). 블랙 로퍼는 토즈(Tod’s).

스퀘어넥 디테일의 블랙 드레스와 목걸이는 프라다.

화이트 톱과 주얼 장식의 메시 드레스, 롱부츠는 모두 프라다.

데뷔 후 지금까지 인터뷰가 많지는 않더군요. 인터뷰는 좋아해요?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저는 집에 가면 ‘아까 왜 그렇게 대답했지?’ 생각해요. 하지만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하는 건 너무 좋아요. 파트2가 안 나와 다 말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한 장면도 안 나왔을 때 하는 인터뷰도 있는 걸요.
그럼 서로 무슨 말을 해요? 

배우는 ‘작품 보면 아시겠지만’ 이런 말을 많이 하게 되고, 기자도 ‘아직 못 봤지만’ 이런 말을 많이 하죠.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였어요? 어릴 때부터 ‘배우 해라’는 말 많이 들었죠.
어릴 때는 ‘미스코리아 해라’ 이런 말을 자주 들었는데, 부모님은 반대하셨어요. 막연한 꿈은 어릴 때부터 있었어요. 그러다 연습생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쇼핑몰이나 유학도 준비했고요. 뷰티 모델 일을 한참 했어요. 그 무렵 바이럴 광고라는 게 유행하면서 모델 일을 할 때도 카메라 연기를 했어요. 연기가 재미있는 거구나, 제대로 연기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 이제 보니 뷰티 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했군요?
모든 걸 다 했어요. 피팅 모델, 뷰티 모델, 광고 모델. 저한테는 그게 아르바이트였으니까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때부터 연기 공부를 시작했어요. 

쇼핑몰을 했으면 잘됐을까요?
안 됐을 거예요. 장사라는 건 일단 거짓말을 좀 보태야 하는데 말이죠. 제가 동대문의 ‘니트 집’에서 몇 달 일했는데, 솔직한 말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는 아이돌 준비생이었고, 서른까지는 배우 지망생이었군요. 공백 기간이 길면 고민도 깊죠.
인생을 연기에 올인했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는 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건 다 한 것 같아요. 연애도 하고, 학교도 다녔어요. 배우로 작품을 시작한 건 4~5년 전인데, 10년 전 회사에 들어갔을 때부터 오디션을 봤어요. 스물여덟 살부터 갑자기 오디션에 붙더라고요. 오히려 서른에 가까울수록 배우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른 가까이 될수록 시집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웃음) 그런데 결혼 생각도 없고, 그게 진짜 제가 원하는 삶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하하, 후회는 없나요?
주변에서 네가 정신 차리고 20대부터 일을 제대로 했으면 고생도 안 하고 지금 얼마나 잘됐겠느냐고들 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했다고 과연 잘됐을까 싶어요. 운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되겠지, 모르겠다!’였어요. 

‘모르겠다!’ 정신 좋네요. 연기가 즐겁다고 느낀 작품이 있었나요?
<멜로가 체질>이었어요. 처음으로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대사도, 캐릭터도, 현장도 다 좋았죠. 

배우 이주빈의 행보는 마음에 들어요?
지금까지는요. 아직 제가 가릴 처지는 아니에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얻을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차기작으로 넷플릭스의 <연애대전>이 있죠? 한두 작품 출연하면 사람들이 그러던데요. ‘넷플릭스의 딸’이라고.
그럼 너무 좋죠. 엄마, 아빠가 넷플릭스라는 게 얼마나 좋아요?(웃음) 하지만 그럼 아들딸이 너무 많아요. 

그럼 이제 뭘 하고 싶어요?
뭘 해야 할까요? 여행을 가볼까 해요. <연애대전>은 5월에 촬영을 다 끝냈고, <닥터로이어>도 끝났거든요. 

여행을 좋아해요? 매달 가고 싶을 만큼?
저는 세계 일주가 꿈이에요. 1~2년에 한 달씩 한 나라에서 돌아가면서 사는 거요. 

여행 스타일은요?
완전 즉흥적인 편? 혼자 가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미리 알아볼 건 다 알아보고 선택은 그때 기분에 맡기고요. MBTI 해보면 T, P가 나와요. 로케이션이 있으면 일단 거기 맛집이랑 카페를 다 찾아봐요. 

요즘 제일 자주 쓰는 단어는 뭐예요?
여유. 여유로워지고 싶다. 여유 좀 갖자! 

일찍 독립했다면서요? 혼자 사는 삶은 이제 익숙하겠어요.
스물하나에 반강제로 독립당했어요. 이사를 몇 번 하니까 물건을 잘 안 사요. 생각해보면 필요한 게 많이 없더라고요. 그마저도 한두 달에 한 번씩 버려요. 역할을 하다 보니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게 됐고요. 

아침형인 당신에게는 꽤 늦은 시간이 됐네요. 집에 돌아가면 뭘 할 건가요?
맥주 한 잔 마실래요. 평소에 제가 들 수 있을 만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거든요. 원래 에일을 되게 좋아했는데, 지금 마시기엔 라거가 좋을 것 같아요. 꿀꺽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