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리고 그 일이 삶을 좌우한다. 에세이로 엿본 직업의 섬세한 세계. 

1 물리학자
빛이 매혹이 될 때 | 서민아
문과생에게 수학보다 더 어려운 게 물리학. 고려대 융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색채학, 분광학 등 광학 이론을 강의하는 서민아 교수는 물리학과 미술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존재라고 한다. 전통 회화 기법에서 벗어나 미술계 흐름을 바꾼 인상주의자의 등장과 기존 이론에 반박과 증명을 거듭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룬 현대물리학의 기폭제가 모두 ‘빛’이었다는 거다. 알쏭달쏭한 얘기인데, 그녀의 글을 보면 물리학을 알 것도 같다. 인플루엔셜

2 의사
미음의 마음: 병원의 밥 |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의사 정의석이 병원에서 오가는 ‘밥’을 주제로 쓴 에세이다. 환자와 의료진 외에 다양한 사람이 음식을 매개로 엮이는 병원. 어떤 환자는 먹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음식이 병이 되는 세계.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상징이고, 누군가에게는 생애 마지막 음식이 될 수도 있는 병원 밥.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두어 번은 티슈를 찾게 된다. 세미콜론

 

배우
기적일지도 몰라 | 최희서
부제는 ‘배우 최희서의 진화하는 마음’이다. “삶과 떼놓을 수 없는 직업을 가진 나는, 직업과 떼놓을 수 없는 나의 삶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말처럼, 영화와 문학을 좋아하는 이 배우는 지금도 끝없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거듭하며 오늘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 안온북스

공간 디자이너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 최고요
공간디렉터 최고요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의 개정 증보판으로 새로운 이야기와 사진이 더해졌다. 지금 나의 집이 내심 취향이 아니라면 이 책에서 내 맘대로 해도 좋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전세, 월세, 내 집이 아니라고 행복을 미루지 말고, 좋아하는 컬러로 침대 커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테리어’는 시작된다는 것. 휴머니스트

5 변호사
제가 변호사가 되어보니 말입니다 | 오광균
<검사내전>이 생활형 검사의 에세이였다면, 이 책은 생활형 변호사의 일상을 적는다. 민사와 가사소송을 주로 맡는 그는 사무장도 없이 모든 걸 직접 한다. 멋진 브리프케이스는커녕, 서류 수만 페이지를 운반하느라 에코백과 배낭을 메고 법정으로 향한다. 변호사의 일은 죄다 싸우는 일이며, 비가 오는 날이면 아파트 누수 사건을 떠올리는 건 일종의 직업병이다. 문학수첩

6 아나운서
피땀눈물 아나운서 | 이선영
직업 에세이를 표방한 <피땀눈물>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는 KBS 공채 아나운서이자 〈2TV 생생정보〉의 메인 아나운서 이선영이 쓴 아나운서 편이다. 생방송의 묘미는 ‘순간의 진심’이라는 걸 깨달을 만큼 베테랑이지만, ‘아나테이너’의 흐름 속에서 ‘나다움’을 찾는 고민,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염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마음은 여느 직업인과 다르지 않다. 상도북스

7 만화가
나의 먹이 | 들개이빨
만화 <먹는 존재> 작가 들개이빨의 첫 에세이는 역시 먹는 얘기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더라도, 죽지 않고 버티려면 좋은 먹이를 싸게 확보하는 게 관건이란 거다. 한 끼 식사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은 9900원, 한 음식을 열흘 이상 먹을 수 있고, 맛없는 음식도 남김없이 먹는 건 강호의 도다. 신선한 채소를 간단하고도 오래 먹는 법을 궁리하고 훌륭한 단백질원인 콩과 친해진다. 생존을 위한 미식이 여기 있다. 콜라주

8 포토그래퍼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 정멜멜
지금은 ‘사진가 정멜멜’이 너무 익숙해졌지만, 그도 처음부터 사진가는 아니었다.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사진을 찍고, 빈티지 숍을 운영하며 지금에 이른 것. 일과 삶에 대한 고민과 결심,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가는 과정을 1부에, 세계 여러 도시의 사진과 단상을 1.5부에, 사진이라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2부에 담았다. 책읽는수요일

9 PD
타인을 듣는 시간 | 김현우
EBS 프로듀서이자 번역가로도 활동 중인 김현우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틈틈이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담은 논픽션을 읽는다. 다큐멘터리와 논픽션은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삶을’ 공유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닮았다.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앤드루 솔로몬 <부모와 다른 아이들>,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그라운드> 등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 13권을 소개한다. 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