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룩 VS 화이트룩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부터 여러 디테일을 더한 절대적 아름다움까지, 다양하게 엿보는 순백의 미학. 절제냐 해방이냐,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FANCY WHITE
화이트는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컬러일까, 아니면 맥시멀리스트를 위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부류 모두를 위한 컬러다. 그러나 올 화이트 룩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첫째, 컬러가 가진 고유의 화사함이 얼굴만 밝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부하게 보이도록 한다는 것. 둘째, 옷에 뭐라도 묻을세라 전전긍긍하게 된다는 것. 셋째, 자칫 단조롭고 지루해 보일 수 있다는 것.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부러 부풀리고, 소재를 겹겹이 레이어드해 극적으로 만든, 맥시멀한 디테일과 실루엣의 의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양한 소재와 디테일을 입은 올 화이트 룩은 따분할 새가 없다. 위아래 소재를 달리하면 시선을 분산하는 데도 탁월하다. 깨끗함을 유지하려는 마음은 옷과 함께 담대함을 입는 것으로 멘탈 관리를 하도록 한다.
이번 시즌, 다양한 소재, 분방한 커팅, 자유로운 테크닉의 믹스&매치가 더해진 팬시한 화이트 룩이 대거 등장했다. 캐롤리나 헤레라가 선보인 봉긋한 어깨의 상의에 매치한 미니스커트는 위아래가 대조되는 아름다움으로 각선미를 보다 아름답게 부각한다. 에르뎀의 런웨이에 오른 레이스 소재 드레스는 얌전하면서도 경쾌한 보헤미안처럼 느껴지고, 시몬 로샤의 레이스 드레스는 니트 아우터를 레이어드해 드레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발렌티노는 시스루와 자수 디테일을 함께 장식한 셔츠로 팬시한 올 화이트 룩을 완성했고, MM6 메종 마르지엘라는 화이트 슈트를 아방가르드하게 재해석함으로써 평범한 소재를 비범하게 연출했다. 끌로에와 알투자라처럼 여름이라는 계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크로셰 디테일에도 눈길이 가는 바.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루이 비통은 각각 깃털과 러플을 풍성하게 단 이브닝드레스로 팬시 화이트 룩의 정수를 선사했다.
CLEAN BEAUTY
이번에는 화이트 특유의 간결하고 시원한 멋에 집중해 이야기해보자. 미니멀리스트를 위한 화이트 컬러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일 아이콘인 캐럴린 버셋 케네디가 떠오른다. 그녀가 즐겨 입던 화이트 블라우스 덕분이다. 화이트 블라우스와 셔츠는 우리가 타임리스한 클래식 아이템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아이템 중 하나다. 그녀는 일상에서나 공식 석상에서나 화이트 블라우스를 즐겨 입었다. 평소에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데님 진이나 누디한 컬러의 미디스커트와 매치하고, 중요한 날에는 블랙 펜슬 스커트나 블랙 팬츠에 더해 블랙&화이트 룩으로 힘을 주고는 했다. 그녀에게 화이트 블라우스는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하얀 도화지 같았다. 언제 어디서나 지지 않는 필승의 아이템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화이트 블라우스나 셔츠로 클린한 화이트 룩을 완성할 수 있다. 포인트는 화이트 상의와 비슷한 톤의 화이트 하의로 올 화이트 룩을 연출하는 것. 올 화이트 룩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아니다. 민소매 크롭트 톱에 루스한 팬츠를 연출한 베브차에서는 MZ세대가 열광하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플리츠스커트나 퀼팅 재킷을 소개한 디올의 룩에서는 고급스러운 스포티함이, 긴 테일러드 재킷과 팬츠 슈트를 선보인 펜디의 룩에서는 고혹적인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경쾌한 토즈의 미니드레스와 멋도 기능도 다 잡은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의 버뮤다 팬츠 슈트도 간결한 라인이 눈에 띄는 스타일이다. 그뿐 아니라 생 로랑의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클리비지 룩의 점프슈트는 의상 자체는 심플하나 볼드한 귀고리와 목걸이, 뱅글을 매치해 드레시한 스타일링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이는 퓨어하고 클린한 화이트 룩이 액세서리라는 악센트를 만나 다채롭게 변주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었다. 이번 시즌, 순백의 아름다움이 선사하는 다양한 매력의 면면을 직접 경험해보기를. 무얼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 그저 올 화이트를 선택하는 담대함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