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계절인지라 잔뜩 짊어지고 서해로 향했다. 형형한 색을 앗아가니 서늘한 그늘이 남았다. 

탈무드는 “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마음에 숨겼다”고 적었다. 접시 위 음식을 다 먹은 다음 뒷면을 봐야지만 출신을 알 수 있다. 그저 그런 음식을 시큰둥하게 해치운 다음 접시를 뒤집었더니 에르메스가 적혀 있다면 시원찮던 음식의 맛이 달리 느껴질까? 불사조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이파리가 와일드하게 그려진 둥근 접시는 에르메스(Hermes).

 

여행은 한 권의 책이다. 더는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군가 “아니야. 곧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줬으면 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먼지 쌓인 캐리어를 정리하며 다시 여행을 준비하자. 베를린 테겔 공항 리모와 매장에서 새로 산 캐리어를 다짜고짜 바닥에 내동댕이치던 사내의 모습을 생각한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캐리어는 리모와(Rimowa).

 

여름의 샴페인은 계절을 누리는 단순한 즐거움이자 사는 재미다. 샤르도네만 모아 빚은 페리에 주에 블랑 드 블랑은 아카시아와 엘더베리의 향긋한 내음과 톡 쏘는 시트러스 향이 뒤섞여 다정한 주장을 펼친다. 짭짤한 바다 수영을 마치고 팡 터뜨려 나눠 마시면 나른하고 끈적한 여름 낮에 갑자기 우아한 생기가 더한다. 샴페인은 페리에 주에(Perrier Jouet). 은색 커틀러리는 에르메스.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매튜 윌리엄스의 메탈 사랑은 유구한 역사를 품고 있다. 그의 전매특허인 볼드한 메탈 소재가 옷과 가방, 신발을 비롯한 다양한 액세서리에 포진한 지방시 컬렉션을 볼 때마다 매튜라는 그의 이름이 메탈과 어떤 관련이 있을 것만 같다. 물속에서도 번쩍거리는 메탈 물병은 지방시(Givenchy).

 

이것은 그냥 부채가 아니다. 대나무 살 40개에 차곡차곡 새겨진 박쥐와 매화 문양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전주에서 4대째 합죽선을 만드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 장인의 세련된 합죽선은 솔루나리빙(Soluna Living). 마리오 프라다가 디자인한 트렁크에 맨 처음 선보인 트라이앵글 로고는 유난 떨지 않아도 브랜드의 막강한 존재감을 뽐낸다. 빈티지 레더 브레이슬릿은 프라다(Prada). 

 

손으로 대충 빚은 듯 삐뚤빼뚤하다. 타는 듯한 사막에 단단히 뿌리 내린 선인장을 닮은 유광 스톤 웨어 소재의 촛대는 H&M Home. 글라스 블로잉으로 유명한 독일 라우샤 지역에서 1920년대에 만든 뱀 모양의 빈티지 화병은 39Etc. 뱀 주둥이에는 꽃 한 송이만 딱 꽂아야 보기 좋다. 

 

물놀이 중에도 힐을 포기할 수 없다면? 스멀스멀 기어가는 뱀의 곡선을 닮은 샌들은 7.6cm에 이르는 넓고 높은 굽을 보장한다. 가벼운 데다가 재활용이 가능한 EVA 소재로 물속을 가르며 해변을 전력 질주해도 민망하게 삐끗할 확률은 현저히 낮다. 독특한 미학의 컬러 샌들은 캠퍼(Camper).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해변에 휙 던져둔 비치 타월은 뜨끈뜨끈. 여름은 예외의 계절, 크기도 색깔도 문양도 평소라면 쳐다보지 않을 화끈한 쪽으로 고르는 편이 유리하다. 레오퍼드 프린트 비치 타월은 자라홈(Zara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