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咒,incantation>

공포는 인간의 본성에 깃든 두려움을 건드릴 때 발생한다. 인간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해결책을 알 수 없을 때 철저하게 무력해지고 강한 공포를 느낀다. 지난 3월 대만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의 대만 영화 중 가장 무섭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개봉후 1억 7천만 대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올해 최고 흥행작을 등극한 동시에 타이베이 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6년 전 종교적 금기를 깬 여성은 벗어나지 못하는 저주를 받는다. 이제 그 저주가 그의 딸을 향한다. 한밤중 우두커니 정신을 잃은 채 서있는가 하면 온갖 기괴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들을 흔들리는 카메라가 그대로 담는다. 넷플릭스에서 7월 8일 전세계 공개된다.   

 


 

  

<불신지옥>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될 때, 현실은 곧 지옥이 된다. 2009년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국내 공포영화 중 꾸준히 웰메이드로 꼽히는 작품이다.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던 만큼 탄탄한 서사를 가졌다. 홀로 서울살이를 하던 언니는 동생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어쩐지 엄마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하고, 이웃주민과 경비원까지 기묘한 말을 한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자 일상적인 배경이었던 아파트는 한순간에 ‘불신지옥’으로 변모한다. 남상미가 언니 역을, 심은경이 실종된 동생 역을 연기한다. 

 


 

 

<오디션>

기이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묘사로 유명한 일본의 영화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대표작이다. 영화제 상영당시 충격을 받아 쓰러진 관객이 있다고 전해질 정도로 높은 수위로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비디오 제작사를 운영하는 주인공은 7년 전 아내를 잃고 재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오디션을 빙자해 4천여 명의 여성을 만나고, 그 중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야마사키 아사미’와 사랑에 빠진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오디션에 참가했던 그녀는 이후 알게 된 진실에 충격을 받지만 곧이어 숨겨왔던 자신의 모습도 여실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최고인기상 수상작이기도 하며, 시간이 흘러도 연출과 캐릭터의 강렬함이 오래 회자된다. 

 


 

  

<바바둑>

여성의 절망과 분노, 비애는 개인적인 것에서 확장되어 사회의 일면과 맞닿아 있다. 호주의 영화감독 제니퍼 켄트는 이러한 구조를 섬세히 관찰하고 공포라는 장르로 탁월하게 풀어낸다. 주인공 아멜리아는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아들을 혼자 키우는 워킹맘이다.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아들은 어느 날부터 그림책 속 괴물인 ‘바바둑’이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로 문이 저절로 열리고 닫히고, 지하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등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집은 평화와 안정의 공간이 아닌, 불안과 공포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바바둑은 실재할까? 이 영화가 모성신화에 균열을 내는 방식을 주시한다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컨트랙티드>

웬만한 ‘좀비물’을 다 봤다면 좀비를 다른 관점에서 다룬 영화가 필요하다. 컨트랙티드는 좀비에게 쫓기는 공포가 아닌, 좀비가 되어가는 공포를 현실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린다. 피부 발진이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고 손톱까지 덜렁거리게 된다.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육체와 정신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3일의 기록이 영화의 전부다. 쫓고 쫓기는 ‘좀비 액션’은 찾아볼 수 없지만 좀비 장르의 탄생인 단순한 크리처물이 아닌 현대인의 불안에 기원을 두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보다 피부에 와닿는 공포는 없다. 거울 너머의 자신이 언제부터 변했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왜 변했는지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