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품 이슈, 대체 왜 그럴까?
패션 시장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품 이슈로 떠들썩하다. 마치 통과의례인 것처럼 어디 한 군데 예외 없이 진통을 겪었다. 그리고 현재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은 공식 홈페이지보다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에 따라붙는 말은 ‘100% 정품’ ‘가품 판정 시 200% 보상’ 등 극단적인 메시지다. 마음에 드는 명품 제품이나 한정판 아이템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달콤하다. 그러나 막상 오프라인 매장보다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면 이게 과연 정품이 맞을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다. 그것이 리셀이나 중고 거래 사이트라면 의심은 더해진다. 그렇게 고민하다 사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정식 명품 부티크와도 계약하지만 상당 부분 병행 수입사나 파트너사, 개인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이런 업체는 제품 수급 경로를 공개하지 않기에 그 과정에서 가품이 섞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각 사에서 꼼꼼하게 정품 여부를 검수한다고 해도, 제한된 인력이 방대한 브랜드와 제품을 전문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이 가품 이슈로 계속 시끄럽다. 그간의 의혹을 수면 위로 올린 것은 올 초에 있었던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이 맞붙은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무신사에서 ‘피어 오브 갓’의 에센셜 티셔츠를 구매한 소비자가 크림에 되팔기 위해 검수를 의뢰했는데, 크림에서 이 제품을 가품으로 판정한 것이다. 당연히 판매도 거절당했다. 무신사 측에서는 즉각 가품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판매처에서 받은 정품 인증서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두어 달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크림이 제조사인 피어 오브 갓 본사에서 가품으로 판정받았다는 문서를 공개하며 사건은 허무하게 끝났다. 무신사 측은 공개 사과와 더불어 티셔츠를 구매한 모든 소비자에게 약속한 금액으로 보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뢰가 생명인 이커머스 업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MZ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1위 플랫폼에서 순식간에 ‘짝퉁을 판 무신사’라는 오명을 듣게 된 것이다. 더불어 무신사에서 운영하는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까지 신뢰를 잃으며 경쟁 관계인 크림이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크림은 가품 여부에서 자유로울까? 그렇지 않다. 크림 역시 나이키와 오프화이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에 가품 논란이 생겨 구매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같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재검수를 진행한 전력이 있다(크림의 원조 격인 스탁엑스도 마찬가지!).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계 거대 공룡이라 불리는 3대 플랫폼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들도 유통 구조가 복잡하다. 공식적으로 체결한 명품 부티크를 통해 제품을 수급하지만,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한다. 원활한 제품 수급을 위해 병행 수입에 의존하고 그 과정에서 가품이 섞일 가능성이 크다.
발란은 턱없이 높은 예상 반품 배송료가 문제 되기도 했다. 판매 제품의 80%나 되는 금액이 예상 반품 배송료로 안내되어, 사실상 소비자로 하여금 반품을 포기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개입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행 수입 없는 100% 공식 명품’을 모토로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도 생겼다. 마이테레사, 매치스패션 등 전 세계 유명 파트너사와 정식 제휴로 명품 브랜드를 소개하는 캐치패션이 그렇다. 캐치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 비교를 해준다는 점이다. 제품을 검색하면, 각 파트너사가 제공하는 가격이 비교, 나열되어 있고, 원하는 금액을 클릭하면 파트너사 사이트로 이동해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현금으로 돌려받는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단점이 있다. 공식 사이트에서의 구매라 가격 경쟁에서 한없이 밀린다는 점이다. 100% 정품이지만, 가격은 최대한 저렴하기를 바라는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붙들 수 있을지.
팬데믹 기간에 이커머스 플랫폼은 큰 수혜를 누렸다. 해외여행에 발 묶인 사람들이 여행비와 맘먹는 명품 쇼핑에 돈을 아끼지 않은 까닭이다. 사회적으로 보복소비, 오픈런이라는 말이 화두가 될 정도로 명품 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특히 바이러스 대면할 걱정 없이 클릭 하나로 집 앞까지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이커머스 마켓은 전례 없는 특수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일고 있는 가품 논란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은 높아지기만 한다. 이것을 확실히 잠재우지 않고 외적 성장에 치중하는 것은 곧 큰 파도가 들이닥칠 해변에 쌓는 모래성에 불과할 것이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결국 방법은 첫째도, 둘째도, 검수뿐이다. 정확히 판별하고 가려내는 데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크림에게 패(?)하며 감당하기 어려운 수모를 겪었던 무신사는 해외 루트로 들어오는 명품에 대한 검수 절차를 전면 개선,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확대해 출신(?)이 확실한 제품의 공급을 늘린다는 전략도 함께다. 네이버 크림의 정품, 가품 감정센터는 현재 운영되는 곳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정품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물을 검증하며, 신발과 관련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검수를 진행한다. 여러 가지로 홍역을 치른 발란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보증서를 도입해 가품 유통 방지에 나섰다. 아직 실효성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더욱 보완해 향후에는 가품을 완벽하게 거른다는 목표다. 또 C2C(고객 간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가품이 발생하면 개인이 오롯이 피해를 떠안아야 하기에, 의심되는 제품을 번개장터로 보내면 전문 검수팀이 가품 여부를 인증해 구매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를 통해 안전장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품 논란이 종식되지 않으면 많은 소비자가 전통 패션 기업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다소 비싸더라도 마음 편하게 구입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실행하고 있다. 소비자의 다채로운 쇼핑 경험이 지속되기를 바란다면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스스로 끊임없이 쇄신해야 한다. 지금은 진정성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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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