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전기차를 타고 달렸다. 면허가 없는 에디터는 조수석에, 운전대는 사진가가 잡았다.

HYUNDAI IONIQ 5

초여름날 푸른 새벽, 사진가 장한빛과 아이오닉5를 타고 출근길 정체가 시작되기 전 휑한 거리를 시원하게 달려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시청 앞과 덕수궁 돌담길을 매끄럽게 돌아 텅 빈 광화문 광장에서 숨을 고른 뒤 서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가뿐하게 올라 서울을 내려다볼 무렵엔 부지런한 이들이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편안한 거주 공간’을 콘셉트로 내세우는 아이오닉5는 생활과 이동의 경계를 허무는 걸 목표로 삼았다. 넓은 실내 공간이 이렇게 안락한 건 처음이라 아침 댓바람부터 조수석에 앉아 과격한 헤드뱅잉을 하며 졸고 또 졸았다.

VOLVO C40

낯설다. 95년 역사상 선보인 적 없는 쿠페형 SUV라는 점도 그렇지만, 투박한 디자인의 내연기관차를 모는 사진가 박배는 전기차의 부드러운 적막이 영 낯설다. 이미 시동이 걸려 있는데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며 그는 여러 번 의문을 표했다. 금방 지는 벚꽃을 찾아 헤매는 내내 박력 넘치는 엔진 소리가 들리질 않아 운전할 맛이 안 난다는 말도 여러 번. C40가 408마력을 내뿜는 괴물이라는 사실을 그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땅에 붙어서 달린다기보다 붕 떠서 날고 있는 것 같다는 시승 소감은 엉뚱하지만, 전기차의 매력과 낯섦을 동시에 대변한다.

BMW I4 M50

가장 BMW다운 전기차라는 말은 어떨까? 사진가 김상우에게 돌아간 새파란 색의 i4 M50는 혁신적 디자인을 주입하는 대신 기존 내연기관 4시리즈 그란쿠페를 순수 전기차로 바꾼 모양이다. 겉모습은 클래식이지만 전기차로서의 경쟁력과 존재감은 완성형에 가깝다. 시속 100km까지 3.9초 만에 도달하는 압도적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데, 햇볕이 쨍쨍한 대낮 경기도 화성의 허허벌판을 질주한 김상우의 체험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놀이공원의 범퍼카를 타는 것 같았어요. 엑셀을 밟으면 미친 듯이 올라가는 가속력이 대단해요. 정숙한데 진짜 강하고 빨라요.” 전기차는 심심하다는 오해를 한 방에 뒤집는 반전.

AUDI ETRON SPORTBACK

아우디의 전기차 사랑은 진심인 데다 공격적이다. 2026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만 선보이고, 2033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기차 미학의 선도자답게 디자인의 완성도와 디테일은 자동차에 관심 없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8각 싱글 프레임 프런트 그릴과 후방에서 완만하게 경사진 루프 라인은 날렵하면서 우아하고, 사이드미러 대신 소형 카메라를 통해 차량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버추얼 익스테리어 미러의 기술과 완성도는 아름다워 보일 지경. 깊은 밤 용산 어디쯤을 달리던 사진가 최은미의 말마따나 신호 대기 중 주변 차량 운전자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같다. 느껴진다. 저 부러움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