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 속 내 모습은 마치 착시 거울에 비친 듯 왜곡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마저 뒤바뀌곤 한다. 우리는 SNS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 걸까? 휴대폰 속 소셜 미디어 앱을 종료해도, 우리의 뇌는 SNS로부터 쉽게 로그아웃되지 않는다. 은밀하고 거대한 SNS의 그림자. 

소셜 미디어 앱을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손바닥 위 미술관에 입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이미지가 끝도 없이 쏟아지는 그곳, SNS. 이에 홀린 듯 피드를 스크롤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어느새 소셜 미디어에 깊이 잠식당하게 된다. 업로드한 게시물의 좋아요와 공유 횟수가 늘어날수록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며, 사진 속 인물들을 기준으로 미적 기준이 자리 잡힌다. 그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오는 자괴감과 열등감에 상처받기도 부지기수. 그럼에도 우리가 SNS에 머무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로그아웃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SNS 앱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바로 청소년이에요.” 피부과 전문의이자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에이미 웩슬러(Amy Wechsler) 박사는 말한다. “청소년기는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예요. 따라서 청소년은 신체적·정서적으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상태죠. 어두컴컴한 방에서 홀로 스크롤을 내리는 그들에게 소셜 미디어 앱은 블랙홀과도 같아요. 부정적 감정에 쉽게 빨려 들어가고 말죠.” 이러한 앱의 어두운 이면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를 생산하는 회사들조차 인지하고 있는 것. 몇 달 전 <월스트리트 저널>은 충격적인 내용의 문건을 입수해 기사를 발표했다. 소셜 미디어계의 거물인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세상에 공개된 이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SNS 앱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영국 10대 여학생들의 13.5%는 인스타그램 가입 후 자살 충동을 더 자주 느낀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도 있다. SNS 사용 후 극심한 식이 장애가 생겼다는 이들도 17%에 달했다. 성인이 되면 좀 나아질까? 결코 그렇지 않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틱톡과 스냅챗을 이용하는 35세 이상의 성인 상당수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밝혀졌다. 이와 같은 어두운 이면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 앱 업계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나이를 불문하고 휴대폰 서랍에 소셜 미디어 앱 하나쯤은 자리 잡고 있으니까. SNS와의 절연이 불가하다면, 휘둘리지 않고 똑똑하게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소셜 미디어 앱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많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을 왜곡하는 SNS 기술 또한 시간이 흐르며 보다 스마트하게 진화했다. 아주 조용하고, 은밀하게. 소셜 미디어 앱에서 제공하는 필터 효과를 이용하면 온몸에 전신 타투를 새기거나 파격적인 핑크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후광이 비치는 천사 날개를 달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가장 핫한 스타일의 미인으로도 금세 변신시켜준다. 반사판을 비춘 듯 광이 나는 피부와 반듯한 눈썹, 도톰한 입술과 갸름한 V라인까지. 손끝으로 화면을 한 번만 터치하면 완벽한 외모로 변신한 내가 탄생한다. 결코 실존할 수 없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상적인 모습을 찾기에 바쁘다. “필터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없애버려요”라고 웩슬러 박사는 설명한다.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 간혹 SNS 속 모습처럼 비현실적인 얼굴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있어요. 심지어 모공을 아예 없애달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불가능하죠.” 피부과·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에반 레이더(Evan Rieder) 박사는 인스타그램 필터가 왜곡의 원천지라 여긴다. 단단한 자아와 자존감을 가진 사람도 비현실적인 필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그 모습에 익숙해지며 인식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SNS 앱은 ‘단순 노출 효과’를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해요. 특정 대상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호감도가 상승하는 현상이죠. 과하게 부푼 입술이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이내 이상하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서서히 매력을 느끼게 되거든요.” SNS 앱이 무조건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마음의 평정심을 찾는 이들도 있다.
“청소년 중 85~95%는 여드름이 나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피부가 최악이라고 여기곤 해요. 온라인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룹을 찾거나, 유명인이 여드름이 난 채로 꾸밈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본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안도감이 찾아오죠.” 웩슬러 박사는 말한다. 마음을 기대고, 연대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는 것은 SNS 앱의 순기능이다. 특히 틱톡에서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BODYPOSITIVITY(나의 몸 긍정하기)와 #ACNEPOSITIVITY(여드름 긍정하기) 해시태그는 각각 약 173억과 2억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유해한 피드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 섞여 있는 긍정적인 게시물을 통해 그보다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 앱으로부터 영원히 로그아웃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스크롤하려는 충동과 맞서고자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피드 속 모습들이 모두 현실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또한 SNS 속 필터와 다른 자기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아껴주자. 온라인 세상의 기준에 걸맞지 않더라도,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그 무엇보다 진실하고 소중하니까. 

SNS SCORE

<얼루어 US>는 레이더 박사에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소셜 미디어 앱을 이용해보고 각 플랫폼이 개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점수로 매기는 것을 의뢰했다. 평가 항목은 자기 인식, 타인과의 비교, 플랫폼 사용으로 유발되는 불안감의 정도 세 가지다. 점수는 가장 낮은 1점(미미함)부터 5점(심각)까지 있다.

틱톡
“짧고 중독성 있는 동영상을 빠르게 넘겨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현실과 허구의 구분이 힘들고, 시간 가는 걸 잊기 십상이죠. 인스타그램처럼 수많은 뷰티 콘텐츠로 사용자를 현혹시켜 비현실적인 미적 기준을 세뇌하는 측면이 있어요.”
자기 인식 – 4
타인과 비교 – 5
불안 유도 – 5

인스타그램
“수많은 필터 기능을 지원하는 이미지 중심의 앱이라서 이용자들의 자발적 인지 능력을 요하지 않아요. 아름다운 얼굴과 멋진 장소들로 도배된 이미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나도 모르는 새 비현실적 미적 기준이 강화되고, 현실 속 자신의 모습과 그 기준을 비교하게 되죠.”
자기 인식 – 5
타인과 비교 – 5
불안 유도 – 4

트위터
“다른 앱들과 비교해 트위터가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이미지보다 텍스트 위주의 정보를 전달하니까요. 비록 사실과 잘못된 정보가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글을 기반으로 하기에 시각적 호소력은 낮은 편이에요. 따라서 중독성이 덜하죠.”
자기 인식 – 2
타인과 비교 – 2
불안 유도 – 3

유튜브
“호흡이 긴 동영상 위주의 플랫폼이라서 창작자들이 좀 더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요.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거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전달하기 용이하죠. 몇 초 만에 넘겨보는 콘텐츠가 즐비한 다른 앱보다 중독성이 낮습니다.”
자기 인식 – 2
타인과 비교 – 2
불안 유도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