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 헤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다양한 민족이 등장하겠지만 목욕의 민족이기도 하다.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목욕탕을 드나드는 즐거움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 플라스틱 바구니를 옆에 끼거나 혹은 월정액을 끊어 자리에 턱 두고 목욕을 다니는 재미를 아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없으니까. 세수만 겨우 하고 나와 목욕탕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뜨거운 물에 불린 뒤 세신 베드에 누워 묵은 때를 쓱쓱 벗기고 나면 개운한 건 몸만이 아니다. 즉, 한국인에게 목욕탕은 몸과 정신을 모두 돌보는 테라피인 것이다. 그런 즐거움을 코로나19가 앗아가다니, 몸에 각질만 쌓여버렸다. 그런 중 눈에 들어온 숍이 있다. 바로 1인 세신숍이다.

탈의실과 분리된 욕실에서 진행된다
찾아보니 1인 세신숍 스파 헤움은 회사 근처에 있었다. 필요한 건 다 준비되어 있으니 플라스틱바구니 없이 훌쩍 몸만 갔다. 스파 헤움은 일찍이 가족의 사우나 사업을 지켜본 2세 곽혜린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밝고 하얀 스파 헤움에는 달걀을 닮은 욕조와 1인용 사우나, 세신용 베드를 갖춘 룸이 모두 4개 있고, 각각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된다. 손님이 드나드는 문과 세신 선생님들이 드나드는 문을 구분한 것도 재미있다. 

스파 헤움에서 사용하는 제품
유스트의 오일과 호호바 오일 등 입욕제를 푼 욕조 안에서 10여 분간 몸을 불린 뒤 세신 베드에 오르면, 20여 년 경력의 세신 선생님들이 구석구석 묵은 각질과 때를 벗겨낸다. ‘아, 이 기분이었나?’ 약한 피부라 살살 밀어달라고 했다. 몇 년 만에 미는 때여서인지, “때 잘 나옵니다!”라는 말에 신바람이 났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세신의 자세는 마치 애크러배틱 같다. 일반 스파는 반듯하게, 또는 엎드리면 되지만 우리나라의 세신은 옆으로도 눕고, 모로도 눕고, 스트레칭을 하듯 무릎도 든다. 약간 부끄러운 이 자세를 취하다가 생각했다. ‘뭐 어때! 여긴 나만 있잖아!’ 아닌 게 아니라 모두가 벗고 당당히 활보하는 대중목욕탕이 나는 여전히 부끄럽다. 1인 세신숍이라서 좋은 점은 바로 나 혼자만 있다는 것이다.     

딱 혼자 앉을 수 있는 사우나
코스에 따라 우유 세신과 아로마 오일을 사용한 마사지가 이어진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간의 코스를 즐기고 나면 발리니스 마사지도, 스웨디시 마사지도 코리안 마사지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까지 야무지게 감겨주면 새로워진 내가 된다. 세신 선생님이 말했다. “때는 살살 민다고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박박 민다고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살살 달래면서 노하우로 미는 것이다.” 요구르트 대신 특별히 준비된 뜨거운 차를 마시는데 절로 소감이 나왔다. 마음까지 시원하다! 

 

1인을 위한 목욕탕 & 찜질방 

후암별채 이누스
욕실 전문 브랜드 이누스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욕실(Bath)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배스케이션(Bathcation)’을 선보인다. 작은 집을 통째로 빌려주고, 목욕과 이어지는 휴식을 충분히 누리도록 한 것. 욕실 공간은 석재와 편백나무 욕조로 구성되었다. 미니 주방과 차를 마시는 도구, 메종 드 실크의 차도 갖춰져 있다. 100% 사전 예약제에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하루 1명만 최대 6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1길 89 1층

면역공방 블랙점
코로나19를 타고 곳곳에 운영되고 있는 프라이빗 찜질방 중 가장 고급스럽게 운영하는 곳이다. 천연 파동석 위에서 찜질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러 존을 갖춰 1명은 물론 소수 정예 인원끼리만 이용 가능하다. 예능 프로그램 <해방타운>에 등장하기도. 건강식은 물론 찜질방의 필수품인 달걀도 판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35길 15 지하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