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는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향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첫사랑의 향기는 어땠나요? 남자 향수와 관련된 <얼루어> 독자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취향을 공개한다. 

Q 향수 뿌리는 남자 VS 안 뿌리는 남자

 

Q 내가 기억하는 첫사랑의 향기는? 

ESFP 나의 첫사랑은 중학생 시절 만화방을 들락날락하며 마주치던 두 살 많은 오빠다. 당시 인기 모델을 닮은 데다 산뜻한 향까지 겹쳐 눈이라도 마주치면 아찔할 지경이었다. 잠시라도 스치고 싶어 매일 만화방에 출퇴근 도장을 찍으며 곁눈질로 오빠를 훔쳐봤다. 알고 보니 오빠가 뿌리던 향수는 캘빈 클라인의 ‘CK ONE EDT’. 쿨한 향과 함께 잊고 있던 첫사랑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NFP 첫사랑의 향기는 섹시함 그 자체였다. 그가 쓰던 향수는 디올의 ‘소바쥬 EDT’였는데, 기대고 싶고, 만지고 싶은 향이었다. 장담하건대, 사랑에 빠진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향기 때문이었을 거다. 자꾸만 셔츠 깃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고 싶었다. 어찌나 그 향이 강렬했던지 그가 근처에만 와도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ENTP 비누 냄새. 첫사랑은 대학생 때 만난 친구였고, 그는 곧 군인이 됐다. 면회 가고 휴가 나오는 게 연애의 전부였다. 면회 때마다 그 친구는 깨끗하게 빨래한 옷을 각 잡아 다림질해서 입고 나왔다. 그래서 항상 비누 냄새와 다림질 냄새가 났었는데, 묘하게 그게 기분 좋았다. 결국 일말상초를 이기지 못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이다.

ENFP 아베크롬비 앤 피치 매장에서 맡을 수 있는 ‘피어스 EDC’라는 추억의 향이다. 청바지에 흰 티, 거기에 플립플랍까지! 어린 시절 나는 LA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향으로 남는 기억이 어찌나 강렬한지, 아직도 어디선가 피어스 향을 맡으면 뒤를 돌아 찾아보게 된다. 섹시한 교포 오빠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

INTP 사무실에 단기로 근무하던 남사친에게서 엄청 보송한 파우더 향이 났다. 클린의 ‘웜코튼 EDP’ 혹은 ‘퓨어 솝 EDP’ 향과 비슷한 향이었다. 섬유유연제를 들이부은 듯한 짙은 냄새로 인식했는데 직장 동료들 중엔 나만 그렇게 느꼈다고. 일종의 호감을 느끼면서 향이 증폭되어 다가왔나 보다. 썸 타다가 결국 이루어지진 않았는데, 잘 지내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하다.

ESFP 첫사랑에게서 익숙한 듯하면서도 끌리는 향기가 나길래 물어보니 개인적으로 싫어하던 향수를 쓰고 있었다. 사람마다 체취가 달라서 같은 향수를 써도 다른 향을 낼 수 있다더니 참 신기했다. 덕분에 지금은 그 향수 브랜드의 다른 제품들까지 좋아하게 됐다.

ESFJ 버버리의 ‘위켄드 포 맨 EDT’. 호감을 갖고 있던 대학교 선배와 같이 길을 걷다가 차를 비켜서면서 몸이 가까워졌는데 그때 스친 향기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용기가 없어 차마 향수 이름을 물어보진 못했고 그 향을 기억해뒀다가 남성 향수 코너를 샅샅이 뒤져서 찾아냈다. 향을 그렇게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다니? 살면서 맡아본 향기 중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향이다.

ISFP 첫사랑의 교복에서 항상 나던 냄새, 파우더리한 머스크 향이다. 그 아이의 얼굴과 참 잘 어울리는 뽀송뽀송한 향이었다. 스쳐 지나갈 때마다 심장이 너무 떨려서 말 한 번 건네보진 못했지만 내겐 ‘첫사랑’ 하면 생각나는 향으로 각인되었다.

 

Q 향수 이외에 남친에게 선물하기 좋은 향기템은?

 

Q 가장 인상 깊은 추억의 남자 향수는?

캘빈 클라인의 ‘CK ONE EDT’와 돌체앤가바나의 ‘라이트블루 EDT’가 비등비등하게 1, 2위를 차지했으며 불가리의 ‘블루 뿌르 옴므 EDT’와 존바바토스의 ‘아티산 맨 EDT’, 페라리의 ‘라이트 에센스 EDT’가 그 뒤를 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쿵쾅 요동치는 추억의 향이다. 이 밖에 클린의 ‘웜코튼 EDP’, 크리드의 ‘실버 마운틴 EDP’ 등이 언급되었다.

Q 남친이 절대 뿌리지 않았으면 하는 향은?

과반수 이상이 남친이 절대 뿌리지 않았으면 하는 향으로 새콤달콤 프루티 향을 꼽았으며, 20%의 응답자는 플로럴 향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달달한 과육향과 여성스럽게 다가오는 꽃향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모든 향은 밸런스가 중요한 법이다. 묵직한 우디 향에 약간의 플로럴 노트를 더하면 향의 균형을 맞추어주기에 훨씬 더 풍부한 향을 누릴 수 있고, 새콤한 과일향을 더하면 산뜻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한편, 응답자의 13%는 머스크 향을 최악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향이다. 이를 포근한 비누향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스크 특유의 꼬릿함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꽤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