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도 참 작다. 작아서 새롭고, 작아서 더 매력 있는 코로나19 시대의 가게 5곳. 

1,3 한 사람을 위한 욕조와 세신 베드. 2 손님과 세신사가 드나드는 문을 세심하게 구분했다.

스파 헤움

코로나19가 앗아간 것 중 하나로 목욕의 즐거움이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탕목욕과 세신을 즐기는, 코리안 때타월을 전 세계 수출한 민족임에도 역병이 돌면서 목욕탕 출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작년 12월 문을 연 1인 세신숍 스파헤움은 바로 그 목욕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돌려준다. 일찍이 가족의 사우나 사업을 지켜본 2세 곽혜린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스파 헤움에는 달걀을 닮은 욕조와 1인용 사우나, 세신용 베드를 갖췄다. 모두 4개인 룸은 각각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 된다. 유스트의 오일과 호호바 오일 등 입욕제를 푼 욕조에서 10여분 몸을 불린 후 세신 베드에 오르면, 20여 년 경력의 ‘세신 선생님’들이 구석구석 묵은 각질과 때를 벗겨낸다. 코스에 따라 우유 세신과 아로마 오일을 사용한 마사지가 이어진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동안의 코스를 즐기고 나면 발리니스 마사지도, 스웨디시 마사지도 코리안 마사지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까지 야무지게 감겨주는 손길에 따라 새로운 내가 되니까. 세신 선생님이 말했다. “때는 살살 민다고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박박 민다고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살살 달래가면서 노하우로 미는 것이다.”
ADD 서울 강남구 언주로 311 로즈1타워 B1 102호 TEL 02-568-8090

 

1 한 명, 또는 두 명을 위한 헤어 메이크업 공간. 2 아늑한 드레스룸.

스튜디오 바다

스튜디오 바다는 한 명, 많아야 두 명만 들어갈 수 있는 뷰티숍이다. 다수의 뮤지컬 배우와 배우 이유미의 헤어를 맡고 있는 헤어 아티스트 마준호와 웨딩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상은이 의기투합해 작년 말 함께 냈다. 코로나19 속에서 안전하면서도 세심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소규모로 운영하며, 소규모이기에 오리베와 라메르 등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마음껏 사용한다. 웨딩 손님을 위해 작은 규모의 절반을 할애해 드레스룸도 만들었다. 하이체어에 앉아 있으면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 그만큼 조용하고, 그만큼 섬세하다.
ADD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4길 23 TEL 010-5207-0040

 

1,2 후암별채라는 이름처럼 단독 건물을 활용했다.

후암별채 

욕실 전문 브랜드 이누스가 운영하는 이 공간의 콘셉트는 욕실(Bath)과 휴가(Vacation)를 합친 ‘배스케이션(Bathcation)’이다. 작은 집을 통째로 빌려주고, 목욕과 이어지는 휴식을 충분히 누리도록 한 것. 공간의 설계는 도시공감협동조합건축사사무소가 맡았고, 욕실공간은 석재와 편백나무 욕조로 구성되어 있다. 미니 주방과 차를 마시는 도구, 메종 드 실크의 차도 갖춰져 있다. 100% 사전 예약제로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하루 1명 최대 6시간까지 이용 가능하다.
ADD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1길 89 1층 TEL 070-4110-6552

1 좁은 공간을 보완하는 화이트 인테리어와 통창. 2 샴페인을 곁들인 버거와 프라이. 3 창가 앞 플라워플리즈의 작은 작업실.

제레미 도산

‘플라워플리즈’를 운영하는 플로리스트인 여자친구와 ‘제레미 버거에서 ’ 햄버거를 만드는 셰프인 남자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신혼집 다음으로 구한 것은 ‘가게’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무렵, 하객 수까지 100명 이하로 줄이던 때라 가게도 작은 곳이면 더 좋았다. 그래서 꽃 작업실과 버거 레스토랑을 합쳐버렸는데, 꽃과 버거, 샴페인이 있는 제레미 도산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좌석을 다 합쳐도 16개뿐. 좁은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화이트로 내부를 단장하고 커다란 통창을 냈다. 한가한 시간에는 플로리스트인 아내가 꽃다발을 만드는 풍경을 창 너머로 볼 수 있다. 모든 버거는 패티 굽기를 선택할 수 있으며, 100% 호주산 청정 쇠고기를 사용한다. 직접 만든 토마토소스를 넣은 렛미인은 상큼하고, 진한 치즈맛을 느끼고 있는 필리 치즈와 대표 메뉴인 제레미 버거 메뉴, 채식 지향인 아내를 위한 비건 버거가 골고루 사랑받는다. 한낮에도 즐길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두루 갖추고 있다.
ADD 서울 강남구 언주로148길 14 라동 1층 105호 제레미 도산 TEL 02-6404-0808 

1 소박한 정취가 있는 스티브. 2 직접 만든 청으로 만든 에이드와 차가 인기가 높다. 3 계절마다 조금씩 바뀌는 메뉴.

스티브 

본래는 그릇 가게였다고 한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카페 스티브에 오는 사람들은 이전의 기억은 어느새 잊고 어떻게 이렇게 작은 가게에, 맛있고 다양한 메뉴가 꽉 차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청담동 SSG 뒤편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스티브는 틈새 가게다. 가게 입구에 놓인 의자며, 화분이 아니면 지나치기 십상인 곳이지만, 어쩐지 볼수록 매력이 있다. 이 재미난 공간은 공간 디자이너였던 대표의 마음을 끌었고, 그렇게 뚝딱뚝딱 완성한 카페가 벌써 5년이 됐다. 워낙 작은 가게라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근처에 회사가 많아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 무렵의 테이크아웃 손님들이 대부분. 커피는 물론, 직접 만든 수제청과 샌드위치, 스콘, 와플이 인기 있다. 계절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청은 어울리는 두세 가지 재료를 섞어 만드는데, 대추와 배, 석류와 자몽, 유자와 애플민트 등이다. 유명 맛집이 즐비한 청담동에서도 스티브를 들르지 않으면 섭섭하다.
ADD 서울 강남구 선릉로148길 30 TEL 02-547-3883